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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의 운명마저 바꾼 역사 속 말 이야기 ㅣ 이야기 역사왕 4
설흔 지음, 홍기한 그림 / 스콜라(위즈덤하우스) / 2015년 7월
평점 :
이 책은 설흔 작가 선생님이 계속하여 작업하고 있는 역사를 하나의 주제로 바라보고 풀어내는 역사이야기입니다. 네 번째 책으로 이번엔 말에 대한 이야기네요. 그래서 제목이 『나라의 운명마저 바꾼 역사 속 말 이야기』랍니다. 어떻게 말이 나라의 운명을 바꿀 수 있을까요? 말에게 어떤 초능력이 있기에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물론, 초능력이 있는 특별한 말 이야기는 아닙니다. 평범한 말이지만, 그럼에도 역사 속에서 어떤 사건의 단초가 되거나 또는 어떤 사건으로 인해 일어난 일들과 관련되었기에 특별한 말들에 관한 이야기랍니다.
모두 4편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네요. 이 가운데는 정말 나라의 운명을 바꾼 일의 발단이 된 말 이야기들도 있고, 나라의 비참한 운명을 그대로 보여주는 말 이야기도 있으며, 나라의 운명을 걱정하게 한 말 이야기도 있답니다.
이 가운데 두 가지 이야기만 살펴보면, 한 이야기는 말 한 마리가 단초가 되어 나라가 새롭게 세워진 이야기랍니다. 바로 조선이란 나라가 세워진 이야기죠. 아직 고려왕조일 때, 이성계와 정몽주는 서로 마음이 맞는 사이이기도 하면서, 고려의 운명 앞에선 서로 정적이기도 했답니다.
특히 정몽주는 이성계 주변으로 사람들이 몰리는 것을 경계하던 차, 마침 이성계가 말에서 떨어져 다치는 사고가 발생합니다. 이렇게 이성계가 다쳐 누워 있는 사이를 노려 정몽주는 이성계의 측근들을 잘라내는 작업을 하죠. 이런 정몽주를 죽여야 한다고 이성계의 아들 이방원은 거듭 주장했고요. 하지만, 아버지 이성계의 반대에 정몽주를 어찌하지 못하던 차, 동료이자 정적인 이성계를 병문안하고 돌아가던 정몽주는 결국 이방원에 의해 죽임을 당하죠. 그리고 이 일로 인해 결국 이성계는 조선이라는 나라를 세우게 되고 말입니다. 이상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내용이죠.
작가는 그렇기 때문에 조선이란 나라가 세워진 이면에 감춰진 말의 공로에 관심을 기울입니다. 정말 말 한 마리로 인해 나라가 세워졌다고 할 수 있겠네요. 특히, 그토록 뛰어난 장수가 말에서 떨어지다니, 이것 역시 어쩌면 운명이겠죠. 무언가 역사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이 그 이면에 존재함을 느끼게 되네요. 그리고 그 손에 붙들려 사용되어진 말, 참 멋지고 흥미롭네요.
이처럼 작가는 역사 속에 감춰져 있던 말을 역사의 주인공으로 끌어낸답니다. 그러니, 역사의 주인공은 이성계나 이방원만이 아니라, 어쩌면 우리가 관심 갖지 않던 말 한 마리일 수도 있는 거죠. 맞습니다. 역사의 주인공들은 겉으로 드러난 몇몇 사람들만은 아니랍니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역사의 주인공이죠. 때론 자연현상마저 역사의 주인공이 될 수 있고요. 그러니, 우리 모두 드러나지 않는다 할지라도 역사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겠네요.
또 한 이야기는 소현세자와 세자비 이야기랍니다. 소현세자는 국가와 역사로부터 버림받은, 아니 그 아버지로부터도 버림받았던 비운의 왕자죠. 바로 그 소현세자가 청나라에 끌려갈 당시의 이야기랍니다. 전쟁에서 패한 패전국의 세자와 세자비는 청나라로 끌려가 청의 수도인 심양성에 들어갈 때의 일이라고 하네요. 가마에 타고 있던 세자비에게 청의 장수는 가마에서 내리라고 합니다. 자신들의 법도에 의하면 누구도 성읍에 가마를 타고 들어갈 수 없다며 말이죠. 그래서 세자비는 가마에서 내려 생전 처음으로 말을 타고 성에 들어가게 되었답니다. 작가 선생님은 바로 그 말을 역사의 주인공으로 이야기하네요. 그러니 이 말은 어쩌면 나라의 운명을 바꾼 말은 아니고, 나라의 운명이 바뀌었기에 일어난 한 사건에서 사용되어진 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머나먼 이국에 포로로 끌려간 것도 서러운데, 처음 타는 말 등이 얼마나 힘겨웠을까요? 이게 바로 힘이 없는 나라의 서러움 아닐까요? 그래서 힘을 길러야 하는 거죠. 남을 괴롭히기 위함이 아니라, 이런 서러움을 겪지 않기 위해 말입니다.
우리가 흔히 접근하는 방식으로서의 역사가 아닌, 이처럼 색다른 시선, 국부적(局部的) 접근도 참 흥미롭고 재미나네요. 다음번 이야기는 귀신 이야기라는데, 과연 어떤 역사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