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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신 - 강소천 제2동화집 ㅣ 아동문학 보석바구니 7
강소천 지음, 김영주 그림 / 재미마주 / 2015년 6월
평점 :
강소천 선생님의 두 번째 동화집인 『꽃신』을 만났습니다. 17편의 동화와 두 편의 동요를 품고 있는 이 책이 처음 발간된 것은 한국전쟁이 막 끝난 해의 10월이었다고 하네요. 그러니, 전쟁휴전협정이 맺어지고, 이제 막 무너진 삶의 터전을 일으키기 시작한지 석 달 가량 지난 시점이랍니다.
그렇기에 그 안에 담겨진 동화들은 아무래도 한국전쟁의 상흔, 전쟁의 슬픔이 가득하던 당시의 시대적 못자리로 인해 슬픔과 상처, 빈곤과 결핍이 묻어나는 동화들이 많네요. 물론 휴전협정 이후 삶을 일으켜 세우기 위한 모습들도 보이고요.
이 책은 당시 발간되었던 책의 느낌을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복간으로 출간된 책이랍니다. 물론, 그렇기에 어떤 이들에게는 촌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겠네요. 어쩌면 요즘 아이들은 외면할지도 모르겠고요. 하지만, 출간될 당시의 그 느낌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더 좋네요. 게다가 그 내용 역시 당시대를 반영한 내용들이기에 오히려 표지만 현대적으로 바꾼 것보다는 통일성이 있어 좋게 느껴지네요. 아울러 이러한 당시대적 느낌을 독자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주기 위해 어쩌면 출판사는 상업적 전략을 과감하게 포기한 것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방패연」은 남북 분단의 슬픔, 이산가족의 슬픔을 표현하고 있네요. 60여년 전에 작가가 느낀 그 안타까움이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기에 더욱 안타깝네요.
「그리운 얼굴」이란 동화도 기억에 남는데요. 이 동화는 전쟁이 한참 진행되고 있을 당시 군인으로 전쟁터에 있는 형과 동생이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 위하는 마음이 하모니카라는 매개체를 통해 그려지고 있네요.
동화집의 제목이기도 한 「꽃신」 역시 이러한 한국전쟁의 슬픔이 배어있는 동화고요. 「꽃신」은 너무나도 안타깝고 어쩌면 너무나도 바보 같은 일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가슴 아픈 이야기네요. 전쟁터에 나가 있는 아빠가 보내온 꽃신 한 짝을 잃어버리고 돌아온 란이. 엄마는 란이가 꽃신을 신고 예쁘게 걷는 모습을 아빠에게 보여줄 수 없음이 너무 서운하여 그만 란이의 볼기짝을 두 대 때리고 맙니다. 그런데, 언제나 엄마에게 사랑스럽고 귀여운 느낌만을 전해 받던 란이는 그 충격에 그만 시름시름 앓다 세상을 떠나 버리고 맙니다. 어찌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요? 이 모든 일이 전쟁이라는 극히 비상식적인 일 때문에 벌어진 일이겠죠. 그 비상식적인 역사의 한 페이지를 몸소 체험한 작가의 슬픔과 안타까움이 오롯이 녹아 있는 너무 아픈 동화네요.
게다가 경제적으로 황폐화된 당시 시대상을 반영한 동화들도 많답니다. 그럼에도 참 멋지고, 도리어 부럽다고 느껴진 것은 동화 속에 나오는 아이들의 삶의 자세랍니다. 빈곤으로 인해 세상을 원망하고 비뚤어지기보다는 도리어 너무나도 올곧게 삶 앞에 서 있는 모습들이 너무 멋지고, 부럽기도 하며, 또한 오늘 우리의 모습을 비춰보며 부끄럽기까지 하네요.
예를 든다면 「신파 연극」이란 동화가 그렇답니다. 너무나도 인상 깊었답니다. 인호는 ‘신파’란 별명으로 불립니다. ‘신파’는 ‘신문팔이’의 준말이고요. 인호는 형편이 어려워 신문을 팔곤 합니다. 그런 인호가 학급문고로 새로 들어온 위인전을 읽을 수 있게 되었는데, 그만 동생이 책을 찢어버린 겁니다. 이에 인호는 책값을 마련하기위해 신문을 다시 팔게 된 거고요. 이 사연을 듣게 된 다른 친구들이 함께 신문을 팔게 된다는 이야기랍니다.
왜 이 이야기가 그토록 인상 깊었느냐면, 요즘 우리의 삶의 자세와 대조되었기 때문이랍니다. 우리 딸아이는 집 앞 도서관에서 책을 자주 빌려온 답니다. 그런데, 어떤 책들은 너무나도 험하게 사용하여 곳곳이 찢어져 있곤 하거든요. 그럼, 딸아이와 함께 정성껏 유리테이프로 붙여 반납하곤 하죠. 그런데, 어떤 책들은 일부러 찢은 느낌이 강한 책들이 있거든요. 예를 들면 종이접기 책 같은 경우가 그렇답니다. 아마도 본인에게 필요한 부분을 뜯은 것 같아요.
아무렇지도 않게 도서관의 책을 훼손하는 모습과 「신파 연극」속의 인호, 너무 대조되는 모습 아닌가요? 물론 대다수의 분들은 여전히 인호와 그 친구들의 모습이리라 믿어봅니다.
어쩌면 작가는 모든 것이 파괴되고, 상실되어진 시대였기에 그런 시대를 바로 세우기 위해선 이런 올곧은 삶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여겼던 것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오늘 우리 시대가 풍요로움 가운데서도 빈곤하던 시절보다 더 힘겨워진 이면에는 이러한 올곧은 삶의 자세가 사라져버렸기 때문은 아닌지 돌아보게 합니다. 아울러 우리 시대의 많은 아이들이 강소천 선생님의 동화집 『꽃신』을 통해, 올곧은 삶의 자세를 배움으로 다음 세대가 자라났을 때에는 올곧은 모습으로 세상이 세워지길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