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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 사진첩 - 강소천 제1동화집 ㅣ 아동문학 보석바구니 7
강소천 지음, 김영주 그림 / 재미마주 / 2015년 6월
평점 :
『조그만 사진첩』은 강소천 선생님의 첫 번째 동화집입니다. 모두 13편의 동화(사실은 17편이랍니다. 「꼬마 동화 다섯 편」이란 제목으로 다른 동화들보다 더 짧은 동화 5편이 실려 있거든요.)와 12편의 동요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강소천 선생님의 첫 번째 동화집인 『조그만 사진첩』은 아직 한국전쟁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발행된 동화집입니다. 그렇기에 이 책에 실려 있는 동화들 가운데는 한국전쟁의 아픔을 느낄 수 있는 동화들이 제법 있답니다.
특히, 동화집의 제목이기도 한 「조그만 사진첩」은 한국전쟁을 직접 체험하고 있는 주인공의 이야기네요. 사랑하는 오빠, 전쟁에 군인으로 참전한 오빠에게 가족 사진첩을 만들어준 여동생의 입장에서, 그리고 그 사진첩을 받아 고이 간직하여 전쟁의 현장에서 꺼내보는 오빠의 입장에서 써내려간 동화랍니다. 이 동화를 읽다보면, 전쟁을 경험하지 않은 세대들조차 전쟁이란 것이 그저 단순한 역사 속의 죽어있는 한 문장이 아닌, 바로 우리들이 몸소 체험한 삶이었음을 느끼게 하네요.
채 광복의 기쁨을 누리지 못하고 전쟁의 참화 속으로 함몰되어버린 시대였음에도 강소천 선생님의 동화들은 단지 슬프기만 하진 않네요. 전쟁에 나가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를 그리는 동화 「아버지」는 당시 시대상을 잘 보여주고 있으면서도, 단지 슬픔이나 그리움으로만 끝나지 않고, 서로 힘겨운 삶을 보듬어주는 모습으로 끝나네요. 즉 희망을 잉태하는 모습으로 말이죠. 공부라는 희망의 수단을 품고 말입니다.
「돌맹이 Ⅰ」와 「돌맹이 Ⅱ」는 강소천 선생님의 첫 번째 동요집인 『호박꽃 초롱』에도 실려 있답니다. 이 이야기들 역시 헤어짐과 만남의 주제를 가지고 있기에 어쩌면, 전쟁으로 인한 이산가족의 헤어짐의 아픔이 만남으로 이어지길 희망하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마지막 단편인 동화가 가장 내용이 길답니다. 「토끼 삼 형제」란 제목의 동화인데, 아픈 엄마 토끼를 위해 토끼 삼 형제가 약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랍니다. 이 이야기는 회복을 이야기하고 있네요. 엄마의 병환의 회복 뿐 아니라, 가족의 회복, 더 나아가 사슴과의 교차 돌봄을 통한 공동체의 회복을 이야기합니다. 즉 전쟁의 참화 속에서 상처입고 병들어 죽어 가는 공동체가 효심과 서로를 향한 돌봄을 통해 회복되길 꿈꾸는 것은 아닐까요?
다섯 편의 꼬마 동화들 가운데 하나인 「일요일」이란 동화도 좋네요. 일요일이라 회사에 가지 않고 이발소에 간 아빠, 그 틈을 타서 아빠의 옷과 넥타이를 목에 걸고 아빠 흉내를 내는 송이. 그런데, 아빠는 일요일이어서 이발소도 쉬기에 그냥 돌아온답니다. 송이는 딱 걸린 거죠. 하지만, 어떤 일이 벌어지는 줄 아세요? 아빠는 송이를 꾸짖기보단 도리어 “아버지, 어디 가시려구 차리구 나셨어요?”라고 말한답니다. 딸의 마음을 헤아리는 아버지의 여유로움이 참 멋스럽네요. 이 짧은 동화는 이렇게 끝난답니다.
밖은 따스한 봄볕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68쪽)
참 힘겨운 시대이지만, 그럼에도 작가는 동화를 통해, 따스한 봄볕을 당시의 독자들에게, 그리고 오늘 우리들에게도 선물하고 있네요.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 역시 참 힘겹고 어려운 시대인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할지라도 전쟁이 온 누리를 휩쓸고 간 시대만 할까요? 그런 시대 속에서도 희망을 꿈꾸는 동화들, 오늘 우리에게 큰 힘과 위로, 그리고 희망을 선물하지 않나 싶네요. 이것이 동화의 힘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