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화사들 - 우리가 만난 날의 기록 계회도, 제4회 한우리 문학상 청소년 부문 당선작 한우리 청소년 문학 4
윤혜숙 지음 / 한우리문학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열일곱 소년인 진수는 화원에서 그림을 그리는 소년이다. 아버지 역시 화사였지만, 돈 벌이 되지 않는 ‘계회도’나 그리다 비명횡사하였기에, 그런 아버지처럼 되지 않겠다며 글공부에 기웃거렸지만, 피는 속이지 못해 진수 역시 아버지의 길을 걷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아버지처럼, 형처럼 의지하던 인국이 살인혐의로 붙잡히기 된다. 그것도, 삼년 전 사건인 진수 아버지의 살인범으로 말이다. 이에 진수는 인국의 무고함을 밝히기 위해 동분서주 뛰어다닌다. 이런 과정 가운데 진수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곳이자 자신을 양아들 삼으려는 장 화원이 범인임을 확신하고 증거를 찾아 나간다. 뿐 아니라, 또 한 사람의 용의자인 절대 권력자 김 대감에게도 관심을 기울인다.

 

물론, 이런 일들을 진수 혼자 감당하는 것은 아니다. 진수의 아버지가 그린 문제의 ‘계회도’, 그 안에 있던 주인공들인 송 화원의 아들 범이, 이 화원의 딸 월이가 진수의 조력자가 된다. 이들은 모두 피해자의 자녀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서로를 돕는다. 또한 진수의 불알친구이자 포도청 포졸인 순두 역시 진수에게 큰 힘이 되어준다. 과연 진수는 이들과 함께 인국의 무고함을 밝힐 수 있을까? 아울러 갑자기 붉어진 이 살인사건의 진짜 범인은 누구일까?

 

장편소설인 『밤의 화사들』은 주인공이 열일곱 소년이기에 청소년소설이다(사실 이런 분류가 마음에 들진 않지만). 아울러 시대극을 다루고 있는 역사소설이면서, 범인을 추리해나가는 추리소설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추리소설이라는 것이 매력적이다. 과연 범인이 누구일까? 과연 억울하게 붙잡힌 인국의 무죄함을 증명할 수 있을까? 이러한 궁금한 마음으로 책을 읽어나가게 된다. 물론, 어느 정도 읽고 나면 범인이 누구인지는 짐작하게 된다. 그렇기에 작품은 끝에 가서 극적인 반전을 보여주는 듯싶지만, 실상 예고된 반전에 그침이 아쉬움으로 남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재미난 소설임에 분명하다.

 

재미뿐 아니라, 시대극으로서 당시대의 문화를 우리에게 소개하는 유익한 소설이기도 한다. 바로 ‘계회도’라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이는 오늘날 우리의 사진과 같은 역할을 하지 않나 싶다. 모임에 참석한 이들을 그림으로 그리고, 그 그림을 연장자 순으로 맘에 드는 그림을 하나씩 가져간다는 ‘계회도’, 이러한 ‘계회도’에 대해 알게 됨도 큰 수확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의 부제로 <우리가 만난 날의 기록 계회도>가 달려 있기도 하다.

 

또한 작가는 당시 그림들이 권세가 됨을 보고, 이러한 부조리에 대해 비판한다. 이 비판의 소리에도 귀를 기울여보게 된다.

 

“네 아비는 그림이 어떻게 쓰여야 하는지를 아는 훌륭한 화공이었다. 양반들의 욕심을 채우는 도구나 돈벌이 수단이 아닌, 진짜 그림은 보는 사람이 즐거워야 하고, 그 사람의 마음과 생각을 담아야 한다는 걸 말이다.”(271쪽)

 

안타깝게도 오늘날에도 그림은 돈벌이의 수단이 되거나, 가진 자들의 허영심을 채우는 수단이 되고 있지 않은가. 그림이 곧 권세라 말하는 김 대감이 오늘 우리 곁에도 여전히 존재함에, 진수와 같은 거리의 화사들, 진정한 예술혼들이 존경받고, 대우받을 수 있는 세상을 꿈꿔본다.

 

참, 이 책의 또 하나의 특징은 표지다. 온통 검은 색으로 가득한 표지다. 사진을 찍어놓고 보니, 그래도 사진에서는 그림이 잘 드러난다. 처음엔 이게 뭐야? 싶었는데, 볼수록 매력적인 표지그림도 이 책의 대표적인 특징이 되겠다.

 

무더운 여름에 읽기에 딱 좋은 소설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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