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깊은 떨림 - 부모와 자녀가 꼭 함께 읽어야 할 세계 명시 100
강주헌 엮음, 최용대 그림 / 나무생각 / 201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 깊은 떨림』은 시집이다. 어느 한 사람의 시집이 아닌, 많은 시인들의 시 가운데 엮은이가 선별한 시들이다. 이 시집에는 이런 부제가 붙어 있다. <번역가 강주헌이 뽑은 부모와 자녀가 꼭 함께 읽어야 할 세계 명시 100> 이러한 부제 가운데 몇 가지를 먼저 살펴보자. 이 시집을 엮은이는 전문 번역가다. 그래서인지 국내 작품보다는 국외작품에 관심을 기울인다. 그래서 ‘세계 명시’이다. 아울러 그가 엮은 시는 모두 100편의 시다. 그래서 ‘세계 명시 100’이다.

 

그런데 무엇보다 ‘부모와 자녀가 꼭 함께 읽어야 할’이란 대목에 관심을 기울여 보게 된다. 왜냐하면 이 부분이야말로 100편의 시들이 어떤 내용들을 품고 있는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구절이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엮자가 책 말미의 “엮은이의 말”에서도 이야기 하고 있듯이 엮자는 슬픔의 내용보다는 행복과 희망을 전달해 주는 시들에 주목하고 있다. 그렇기에 물론, 주제는 사랑, 우정, 가족, 희망, 삶 등으로 구분할 수도 있겠지만, 모든 시들이 어쩌면 자녀들을 향한 부모의 기도의 심정을 담은 시라도 보면 옳을 듯하다. 자녀들이 어떤 모습으로 자라며, 삶 앞에 어떤 자세로 살아야 하는가 하는 부모의 바램, 부모의 기도가 오롯이 담겨 있는 시들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어쩌면 시라기보다는 삶의 참 지혜가 담긴 잠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자녀들이 참 가치 있는 삶을 사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모습의 삶이 진정으로 아름다운 삶인지. 살아가며 추구해야 하며, 갖추어야 하고, 붙잡아야 할 진짜 중요한 것들이 무엇인지를 시인들은 노래한다. 그리고 그런 아름다운 시들에 엮자는 관심을 기울인다.

 

그 가운데 몇 가지만 살펴본다면, <딸을 위한 기도>란 시의 일부는 이렇다.

 

내 딸에게 아름다움을 허락하소서. / 하지만 낯선 이의 눈을 어지럽히거나 /

거울 앞에서 자신의 눈을 어지럽히는 / 아름다움이 되지 않게 하소서. //

아름다움이 지나치면 / 오만하게 아름다움을 목적이라 생각하며 /

타고난 친절한 심성을 상실하고 /

마음을 열고 올바른 길을 선택하는 친밀감까지 상실해서 /

친구 하나도 얻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 딸을 위한 기도 > 일부

 

딸이 아름다움을 소유하길 기도하지만, 그 아름다움이 목적이 아니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 아름답다. 이런 기도야말로 진정으로 자녀를 위하는 것이 아닐까? 인성을 교육시키고 갖추게 하기보다는 아이들의 외모만을 갖춰주려는 것은 진정으로 자녀를 위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자녀를 망치는 죄를 범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때로는 우리 모두가 깨닫겠지만 / 삶은 이상하게도 우여곡절이 있는 법, /

수많은 실패도 끝까지 버티었더라면 / 성공할 수 있었다는 걸. /

포기하지 말라, 지금은 느리더라도 / 한 번 더 시도하면 성공할 수 있을 테니.

- 작자 미상, < 포기하지 말라 > 일부

 

이처럼, 삶의 지침이 될 법한 시들로 시집은 가득하다. 어느 것 하나 귀하지 않은 노래는 없다. 이 안에 담겨진 100편의 시, 그 노래들이 우리의 영혼에 새겨질 수 있다면 좋겠다. 아니, 우리 뿐 안이라, 우리 자녀들의 영혼에 새겨진다면. 그럼으로 우리 모두의 삶이 더 가치 있고, 더 아름답고, 더 건강한 삶으로 가꿔질 수 있길 소망해 본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안에 담겨진 시들은 모두 자녀를 향한 부모의 기도라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부모로서 이렇게 아이를 길러야겠다는 도전을 받게 되는 시를 소개한다.

 

아이들에게 곱셈과 나눗셈을 가르치는 데

오랜 시간을 보내기보다

친절의 즐거움을 가르치고 싶다.

원가를 계산하는 방법보다

어떻게 해야 성격이 다른 사람들이 서로 화합할 수 있는지,

방어할 요새를 쌓는 방법이나

금화를 모아 쌓는 방법보다

어떻게 해야 끝까지 훌륭하게 살 수 있는지를

가르치고 싶다.

 

지식을 위한 교육은 모두에게 필요한 까닭에

부모가 일찍 시작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고귀한 교육은

마음의 교육이리라.

믿음과 용기, 삶의 방식만큼

가르치기 어려운 게 또 있겠는가

- 에드거 앨버트 게스트, < 교육 > 전문

 

자녀들 앞에 이런 자세로 서 있는 부모가 되고 싶다. 아울러 자녀들의 인격과 가치관을 위해, 그리고 그런 자녀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되기 위해 “부모와 자녀가 꼭 함께 읽여야 할”, 우리의 영혼을 살찌울만한 좋은 시집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