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이순원 지음 / 북극곰 / 201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순원작가의 작품을 처음 만났다. 처음 만나는 작가의 작품에 대한 설레는 마음으로 책장을 연다. 게다가 제목도 『첫사랑』이다. ‘첫사랑’이란 단어는 왠지 가슴 설레게 하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누구에게나 첫사랑은 서툴지만 풋풋하던 시간을 떠올리기 때문이리라. 뿐인가! 표지도 참 예쁘다. 아니, 깔끔하다고 해야 할까? 하얀 바탕에 핑크 하트모양, 게다가 출판사 로고와도 잘 어울린다.

 

그런데, 표지 디자인만 깔끔한 것이 아니다. 처음 만난 이순원작가의 글이 참 깔끔하다. 잔잔하고 편안하게 풀어나가는 글 솜씨에 금세 반하고 만다. 책 제목처럼, 이순원 작가를 향한 ‘첫사랑’이 시작되려나 보다. 작가의 글은 잔잔하되, 흡입력이 있다. 다음 내용이 어떻게 전개될지 계속하여 궁금하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 아울러 ‘첫사랑’의 순수함이 오염되지 않고 끝내 지켜짐에 흐뭇한 마음마저 든다. 요즘 ‘첫사랑’이 얼마나 변질되고, 오염되었나? SNS를 통한 친구찾기는 불륜의 못자리가 된지 오래다. ‘첫사랑’이란 단어가 풋풋함과 순수함의 설렘보다는, 중년의 탈선의 설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마저 드는 시대다. 하지만, 소설 속에서의 시골 초등학교 동창들이 만들어 가는 첫사랑의 스토리는 끝내 순수하다. 이젠 어느덧 모두 중년의 나이임에도 여전히 순수함을 지켜낼 수 있음이 멋져 보이기까지 하다. 어쩜 이는 작가의 순수함이 묻어나는 것이리라.

 

이야기는 초등학교 동창모임에서부터 시작된다. 이 모임에 초등학교 졸업 후 처음 만나게 되는 친구들이 등장하며, 한껏 옛 추억을 건져 올리는 일에 고무된다. 이런 가운데, 모든 남자 아이들 마음 속의 연인, 첫사랑이었던 자현을 언급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모든 사내아이들의 첫사랑인 자현은 안타깝게도 두 번의 결혼에 실패하고, 힘겹게 살아간다. 그 사실을 모르는 친구들도 많은데, 특히, 어린시절 절대빈곤으로 인해, 초등학교를 끝으로 학업을 마쳐야만 했던 운봉은 자현이 궁금하기만 한데, 과연 만인의 ‘첫사랑’인 자현은 어떤 모습으로 등장하게 될까?

 

‘첫사랑’은 모두에게 설레는 단어다. 하지만, 작가가 풀어내는 ‘첫사랑’은 설레기만 한 것은 아니다. ‘첫사랑’이란 소제와 함께 풀어나가는 그 시절, 어렵던 시절, 힘겹던 그 시절이 도리어 독자들에게는 아련한 그리움으로 다가오게 만든다. 물론, 시대적 공감이 독자에게 있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어쩌면 시대적 공감이 없는 이들에게는 조금 맹맹한 이야기가 될 수 있겠지만, 시대적 공감이 있는 독자들에게는 아련한 옛 추억을 떠올려 보게 되는 멋진 시간 여행이 될 수도 있겠다.

 

오랜만에 연락이 온 미선은 주인공에게 당시 어린 시절 주인공을 향한 자신의 마음을 전하며 밥 한 끼 거하게 대접한다. 그 이유는 힘든 가정 형편에 운동하던 그녀에게 매일같이 전해지던 도시락에 있다. 그 도시락은 주인공을 통해 전해졌는데, 그 안에는 언제나 계란 후라이 하나 얹어져 있었기 때문. 요즘이야 흔한 음식이 되어버린 달걀. 하지만, 당시에는 도시락 위에 얹어진 계란 후라이는 당시 친구들의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사실 사내아이들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으로 끝나지 않았다. 계란 후라이는 누군가에게는 지켜내야 할 대상이자, 누군가에게는 탈취해야할 대상이기도 하였다는 생각을 소설을 읽으며 떠올려 보게 되며, 미소 지어 본다. 계란 후라이를 다른 친구들에게 빼앗기지 않기 위해 일부러 밥 위가 아닌, 밥 아래에 깔아 숨겨 싸가던 시절이 문득 그리워진다.

 

또한 작가는 ‘첫사랑’을 통해, 독자로 하여금 힘겨운 삶을 딛고 씩씩하게 일어서길 촉구하기도 한다. 바로 만인의 연인인 자현의 모습을 통해 말이다. 물론 가정형편으로 초등학교가 학교의 끝인 운봉의 인생 스토리 역시 그렇다. 가정형편으로 인해 학업이 아닌 버스 안내양으로, 공장으로 내몰려야만 했던 시절. 그 가운데 배움의 한계로 좌절한 이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배움의 한계를 극복하는 운봉의 모습도 있다. 뿐 아니라, 반복된 결혼의 실패, 그 힘겨움을 딛고 삶을 씩씩하게 헤쳐 나가는 자현의 모습도 있다. 이러한 모습을 통해, 작가는 단순히 ‘첫사랑’의 설렘만이 아닌, 오늘 우리들의 힘겨운 삶을 멋지게 헤쳐 나가길 촉구한다.

 

아울러 이러한 씩씩함과 함께 소설은 열린 결말로 끝을 맺는다. 이는 사랑의 멋진 결실은 독자들의 몫임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까? 삶의 힘겨움 속에서도 씩씩함을 잃지 않는 독자들의 삶 속에 아름다운 사랑의 결실들이 가득하길 소망해 본다. ‘첫사랑’이 이렇게도 풀어나갈 수 있구나 싶은 맑고 예쁜 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