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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생존 - 세상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은 나무 이야기
레이첼 서스만 지음, 김승진 옮김 / 윌북 / 201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레이첼 서스만의 『위대한 생존』이란 책을 읽으며 계속 머릿속에 맴도는 말이 있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 요즘처럼 삶이 힘겨운 시기이기에 더욱 가슴을 울리는 말이 아닌가 싶다.
『위대한 생존』은 사진 에세이라 말할 수 있겠다. 작가가 직접 지구 곳곳에 생존하고 있는 최소 2,000살이 넘은 생물들을 찾아다니며 촬영한 사진과 그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일어난 에피소드들로 구성이 되어 있다. 부제로는 <세상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은 나무 이야기>라고 되어 있지만, 나무만을 다룬 것은 아니다. 자이언트 세쿼이아나 조몬 삼나무, 상원의원 나무처럼 거대한 나무에서부터 산호, 지의류, 이끼 등도 포함되어 있다. 최소 2,000살을 살아온 것들부터 많게는 수 만년을 살아온 생명체들도 있다. 그 엄청난 시간을 살아왔음에 자연스레 경외감이 들게 된다.
그럼에도 또 몇몇 개체들은 작가가 직접 찾아가 생존을 확인하고 촬영한 이후에 죽은 것들도 있다. 수천 년을 견뎌오며 살아남았음에도 불과 몇 년을 견디지 못하고 죽고 말았다는 사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이 책을 통해, 30가지 이상의 오랜 세월을 살아온 생명체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내용이 있다. 그건, 오랜 세월을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나무들이 살아가는 환경이 생존에 유리하였기 때문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척박한 환경이기에 그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피나는 투쟁이 그들을 강한 자로 만들었다는 거다. 작가의 말처럼, “극단적인 조건에도 ‘불구하고’ 생존해온 것이 아니라 극단적인 조건 ‘덕분에’ 생존했다.”(49쪽)
게다가, 몇몇 커다란 나무들이 목재로 잘려나가지 않고 수천 년을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그들의 몸통에 구멍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랬기에 오랫동안 벌목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그대로 적용되는 말이 아닐까 싶다. 위대한 생존을 할 수 있었던 조건이 많은 경우, 부족함에 있다는 것은 오늘 우리에게 힘이 되고, 위로가 될뿐더러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내용이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삶의 조건들이 풍족하여서 강하여 지는 것이 아니라, 삶의 척박한 상황들 덕분에 강해지는 것이 아닐까? 삶의 상황에 지배당하기보다는 그 상황을 지배하며 나아갈 때, 위대한 생존자가 되는 것이다. 우리의 삶이 그러한 위대한 생존이 될 수 있길 소망한다.
아울러, 수천 년에서 수만 년을 생존한 생명들이 그 생을 마감하게 되는 많은 경우는 다름 아닌 갑자기 바뀌게 되는 기후조건과 사람들의 훼손에 있다는 점 역시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점이다. 결국 이렇게 수년에 걸쳐 세계 곳곳을 다니며 사진을 촬영하고, 이런 작품을 만들어내는 또 하나의 목적은 결국 환경을 향한 우리들의 자각이 아닐까 싶다. 물론, 오래 생존해왔다고 해서 그 개체들이 위대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수천 년, 수만 년을 힘겹게 투쟁하여 생존해 온 개체들조차 우리 인간의 만행 앞에 스러져갈 수밖에 없다는 것은 왠지 사람됨을 부끄럽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 오랜 세월을 위대한 생존의 투쟁을 하며 버텨온 생명체들이 더 오랜 시간을 생존할 수 있는 환경조건을 우리가 만들어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