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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 놀러 와 ㅣ 즐거운 동시 여행 시리즈 3
남은우 지음, 배선영.배진영 그림 / 가문비(어린이가문비) / 2015년 6월
평점 :
동시를 읽으면 가장 행복한 것은 다름 아닌 동심을 충전 받게 된다는 점이 아닐까? 그동안 어른(?)으로서 살아가다보면 자연스레 방전되는 동심. 그 동심이 동시와 함께 언제 방전되었나 싶게 급속 충전된다. 이것이야말로 동시가 가진 힘이 아닐까 싶다. 그렇기에 동시는 ‘동심급속충전기’라 말할 수 있겠다.
남은우 시인의 『화성에 놀러 와』역시 그러한 동심급속충전기임에 분명하다. 단박에 세상 속에서 방전된 동심을 채워준다. 게다가,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동심의 게이지는 더욱 올라가게 된다. 시인의 ‘화성’은 어디일까? 시인의 화성은 먼 우주에 있지 않다. 경기도에 있다. 시인은 그곳 화성에 착륙한지 3000일이 지났다고 한다. 그 3000여 일 동안의 화성 착륙일지가 『화성에 놀러 와』인 셈이다.
어쩌면 그곳 화성이 다른 지역과 다를 이유는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주변 삶의 풍경을 예사로이 보지 않고, 시인의 눈으로 보기 때문에 시인이 살아가는 화성은 어쩌면 먼 별나라가 되는 것은 아닐까? 비록 나이가 들어간다 할지라도 꾸밈없이 맑은 눈, 순수한 눈을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늘도 화성에서 살아가는 시인의 그 맑은 눈이 부럽다.
그럼, 『화성에 놀러 와』 속에서 발견하는 멋진 별나라 풍경들을 몇 소개해본다.
청둥오리 떼 / 가을 호수를 다리고 있습니다 //
다려 놓으면 주글주글 / 다려 놓으면 주글주글 //
해는 가물가물 / 주름은 그대로 //
괙괙괙괙 //
소리 지를수록 / 주름만 더 질뿐입니다
< 오리 다리미 > 전문
호수의 수면 위를 미끄러지는 오리들의 풍경 속에서 다리미질을 발견하는 시인의 눈이 참 예쁘다. 그러고 보니 오리들의 풍경이 다리미처럼 보인다. 열심히 다리지만 도리어 그로 인해 계속 물 위엔 주름이 더욱 생기는 끝나지 않는 다리미질. 이젠 오리들의 모습에서 다리미질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겠다.
조끼 작업복 입은 / 할아버지 두 분 /
우리 동네 토리공원에 / 팬지꽃을 심고 있습니다 //
“시방 요 꽃, 이름이 뭐당가?” / “팬지라나? 뭐라나?” /
“팬--지? / 그라믄 시방이 겨울잉께 봄헌티 부치는 / 편지구먼.”
< 편지 심기 > 일부
할아버지들의 귀여운 실수가 ‘봄헌티 부치는 편지’가 되는 멋스러움. 비록 나이 지긋하시지만 여전히 동심 만땅(?)인 분들이 아닌가 싶다. 이처럼 예쁜 마음을 잃지 않고 늙을 수 있다면 좋겠다. 그 외에도 참 예쁜 시들이 많다. 이 시집을 읽고 난 후엔 왠지 화성에 놀러가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