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새 네버랜드 클래식 48
모리스 마테를링크 지음, 허버트 포즈 그림, 김주경 옮김 / 시공주니어 / 201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어느 시인은 말하길, “고전은 누구나 읽어야 할 권위를 지닌 책이지만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이란다. 뿐 아니라, 읽어도, ‘지금 다시 읽고’ 있다고 말한단다. 그 유명한 고전을 ‘아직’ 읽지 않았다고 말하면 그 사람의 교양을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언제나, ‘다시’ 읽는다고 슬쩍 말해버리는 책이 고전이란다.

 

이런 고전 가운데 한 권이 여기 있다. 모리스 마테를링크의 『파랑새』가 그것이다. 시인의 표현대로 참 교양 없게도, 본인은 이 책을 ‘다시’ 읽은 것이 아니라, ‘처음’ 읽었다. 더 ‘교양 없는’ 비밀 하나 말한다면, 『파랑새』의 원전이 희곡이었음도 금번에 알게 되었다. 그러니 참 ‘교양 없는’ 사람 중에 괴수인 게다.

 

그러니 『파랑새』를 읽으며 가장 행복한 것이 무엇일지 짐작이 되지 않나? 그렇다. 그 ‘교양 없음’을 조금이나마 희석시킬 수 있었노라는 안도감이야말로 고전이 오늘 우리에게 주는 커다란 의미 아닐까 싶다.

 

각설하고, 오늘 우리에게 ‘파랑새’는 『파랑새』를 읽었건 읽지 않았건 ‘행복’의 상징으로 이해되고 있다. 그만큼 모리스 마테를링크의 『파랑새』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으며,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끼친 위대한 작품이라는 반증일 것이다. 이러한 고전을 원문에 충실한 번역으로 읽을 수 있다는 것은 큰 행복이 아닐까 싶다.

 

 

가난한 가정의 남매인 틸틸과 미틸은 어느 밤 자신들을 찾아온 요술쟁이 할머니 베릴륀느에게서 파랑새를 찾아오란 부탁을 받게 된다. 요술쟁이 할머니의 아픈 딸이 파랑새를 갖게 되면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파랑새는 행복이다. 파랑새를 찾는 이 일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요술쟁이 할머니는 마법의 다이아몬드가 달린 모자를 남매에게 준다. 그리고 이 마법의 다이아몬드를 돌리면 모든 것들의 본연의 모습을 보게 된다.

 

틸틸과 미틸 남매는 이 모자의 힘을 빌려, 그리고 수많은 요정들의 도움(?)과 함께 파랑새를 찾아 나선다. 추억의 나라, 밤의 궁전, 숲속, 무덤, 행복의 정원, 하늘궁전, 미래의 나라 등 많은 곳들을 1년이란 시간 동안 찾아다니다 결국 집에 돌아오게 되는데, 과연 남매는 파랑새를 찾아올 수 있을까?

 

 

아무래도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대표적 메시지는 ‘행복’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곁 가까운 곳에 있음일 것이다. 작가는 말한다. 행복은 바로 매일매일 반복되어지는 일상의 삶 속에서 찾을 수 있다고.

 

“세상에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행복들이 있거든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행복을 전혀 알아보지 못해요.”(134쪽)

 

“참 딱하기도 하지! 틸틸! 너희 집은 문이랑 창문이 터질 정도로 행복으로 가득 차 있어! 우리는 늘 웃고 노래하지. 우리가 샘솟듯이 만들어 내는 즐거움 때문에 벽까지 춤추고 지붕까지 들썩거릴 정도라니까! 단지 네가 그걸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는 거지.”(137쪽)

 

‘행복의 정원’에서 만난 ‘행복’의 말이다. 그렇다. 오늘 우리의 삶 곳곳에 행복은 터질듯이 가득 차 있음에도 우리의 눈이 감겨져 있어 보지 못하고, 우리의 귀가 닫혀 듣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오늘 우리 삶에서도 마법의 다이아몬드를 돌림으로 외형 안에 갇힌 참 본연의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좋겠다. 자칫 힘겨운 삶의 껍데기로 인해 그 안에 가득 담겨진 행복을 걷어차지 않도록.

 

또 하나 인상 깊었던 장면은 죽은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동생들을 ‘추억의 나라’에서 남매가 만나는 장면이다. ‘추억의 나라’로 떠나는 남매에게 요술쟁이 할머니는 이렇게 말한다.

 

“그분들은 너희 추억 속에 살아 있으니 돌아가셨다고 할 수는 없지. 인간들은 이 비밀을 몰라. 뭐, 원래 인간은 아는 게 별로 없긴 하지만. 너희는 다이아몬드 덕분에 중요한 진실을 알게 될 거야. 죽은 사람들도 우리가 추억하는 동안은 세상에 있을 때처럼 행복하게 지낼 수 있다는 걸 말이다.”(48-50쪽)

 

그리고 실제 이곳 ‘추억의 나라’에서는 사람들이 죽은 자들을 떠올리는 순간 죽은 자들은 잠에서 깨어나게 된다. 오늘 우리에게 ‘추억’과 ‘기억’이 중요한 이유다. 기억이 죽은 자를 살려낸다. 우리 곁을 떠난 이들을 기억하는 한 그들은 여전히 우리 안에 살아 있다. 그렇기에 더욱 잊지 않아야 한다. 그들과 함께 했던 ‘세월’을.

 

아울러, 이 책이 우리에게 말하는 또 하나의 메시지는 우리의 눈은 과연 떠 있는가? 우린 봐야 할 것을 과연 보고 있는가? 아울러 제대로 보고 있는가? 하는 질문이다. 이는 틸틸과 미틸 남매가 마법의 다이아몬드가 달린 모자를 통해 세상의 본질을 보게 되는 것을 통해 우리에게 묻는다. 남매에게 모자를 전해주며 요술쟁이 할머니가 하는 말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해보게 한다.

 

“무엇이든 새로운 눈으로 본다는 게 중요해! 인간이란 참 묘한 존재들이란다. 요술쟁이들이 죽은 뒤로 인간은 제대로 보질 못해. 게다가 자기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의심조차 안 하지. 다행히 감긴 눈을 번쩍 뜨이게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단다.”(26쪽)

 

오늘 우리의 감긴 눈을 뻔쩍 뜨이게 할 마법의 다이아몬드는 무엇일까? 그건 세상을 바르게 바라볼 수 있는 통찰력, 그리고 상상력이 아닐까? 이 두 가지가 우리에게 모두 필요하지 않나 여겨진다. 바른 통찰력을 통해, 세상을 바르게 읽어내야 하며, 상상력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창조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우리 오늘도 나에게 주어진 삶, 바로 그곳으로 ‘파랑새’ 한 마리 잡으러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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