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홀이 우리 집을 삼켰어요! 미래 환경 그림책 8
이경국 그림, 김수희 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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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길을 걷다 땅이 꺼질까 걱정하는 것이야말로 쓸데없는 어리석은 걱정이었죠. 하지만, 이젠 정말 그러한 걱정을 해야만 하는 시대가 되어버렸네요. 왜냐하면 실제 멀쩡하던 길이 꺼지기 때문이죠. 바로 싱크홀 현상이죠. 그래서 길을 걷던 보행자가 그곳으로 떨어지기도 하고, 운행하던 차가 싱크홀 속으로 빠지기도 하고 말이죠.

 

이런 싱크홀 현상이 이젠 너무 자주 일어나 어느덧 특별한 일이 아닌 보편적 일이 되어버린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랍니다. 땅이 깊숙하게 꺼져 들어가는 이런 특별한 현상조차 이젠 그리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시대에 우리가 살아가고 있진 않은가 싶기도 하고요.

 

『싱크홀이 우리 집을 삼켰어요!』는 바로 이런 싱크홀로 인해 가족을 잃은 한 길고양이의 이야기랍니다. 이 책은 고양이의 시선으로 싱크홀 현상을 바라보는 짧은 이야기입니다. 이 책은 싱크홀에 대한 정보를 우리에게 전해주기 위한 책은 아닙니다. 싱크홀에 대한 정보보다는 싱크홀에 대한 경각심을 불어넣어주기 위한 싱크홀을 소재로 한 이야기, 짧은 그림동화라고 보면 좋겠네요.

 

길고양이 얼룩이는 혼자랍니다. 물론 처음부터 혼자는 아니었죠. 얼룩이가 혼자가 된 건 바로 싱크홀이라는 끔찍한 괴물이 얼룩이의 가족들을 집어삼켰기 때문이랍니다. 그 괴물이 가족들을 집어삼켰을 때, 얼룩이는 “저 구멍 속에 우리 가족이 있어요! 꺼내 주세요!” 아무리 외쳐도 사람들은 알아듣지 못했답니다. 아니, 어쩌면 듣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르겠고요. 얼룩이의 가족들을 괴물 같은 구멍이 집어삼킨 것은 누구 잘못일까요? 그저 얼룩이의 가족들이 운이 없어서일까요?

 

얼룩이의 눈물과 아픔의 시작은 사람들 때문이랍니다.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땅 속이 병들고 있기 때문이죠. 무엇보다 지하수를 많이 빼내다 보니, 지하수가 있던 자리에 빈 공간이 생기며, 땅 속의 압력이 약해져서 그 위의 지반이 갑자기 땅 속으로 꺼지게 되는 거죠. 그러니, 싱크홀은 결국 자연재해라기보다는 우리 사람들로 인해 생기는 인재랍니다. 다시말해 우리가 조금만 더 노력하고 신경 쓰면 막을 수 있는 재앙이죠. 하지만, 개발논리에 정신을 잃은 사람들에게는 싱크홀이 그리 큰 재앙으로 여겨지지 않나 봅니다. 여전히 싱크홀의 징후가 곳곳에서 보임에도 마치 모른 척 더 깊이 파들어 가고, 더 높은 건물을 세우려 혈안이랍니다.

 

그렇기에 이 이야기 속의 지리적 배경은 재개발이 한창인 곳이랍니다. 작가는 이러한 설정을 통해, 우리에게 이러한 난개발이 수많은 싱크홀을 양산하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는 거죠.

 

또한 얼룩이의 가족이 시커먼 구멍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모습을 통해, 우리에게 경고합니다. 어쩌면 다음번엔 그 희생자가 우리들일 수 있다고 말이죠. 이제는 작가의 말처럼 보다 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개발과 관리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행정적인 규제도 필요하겠고요. 필요 이상으로 두려움에 떨어서도 안 되겠지만, 싱크홀에 대한 적절한 경각심을 갖고, 대책을 마련해 나감으로 적어도 땅이 꺼질까 염려하는 그런 걱정이 말 그대로 괜한 걱정이 될 수 있다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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