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커서 바다표범이 될 거야 풀빛 그림 아이 50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 글.그림, 김경연 옮김 / 풀빛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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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의 『난 커서 바다표범이 될 거야』란 제목의 이 그림책은 스코틀랜드 전설에 등장하는 셀키(Selkie) 모티브로 만든 이야기랍니다. 셀키는 마치 인어와 같은 존재인데, 바다사자랍니다. 물속에서는 바다사자의 모습이지만, 인간 세상에 올라오면 그 가죽을 벗고 사람이 된답니다. 이렇게 변한 사람 모습의 셀키는 남자건 여자건 너무나도 잘 생겼다고 하네요. 그리고 이런 셀키는 사람의 모습으로 인간과 사랑에 빠지기도 하는데, 문제는 다시 바다로 돌아가야만 한다는 겁니다. 만약 바다로 돌아가지 못하게 하려면, 그 벗은 가죽을 숨기거나 없애면 된다고 하네요. 마치 우리의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와도 유사한 부분이 있죠?

 

이러한 셀키 모티브를 차용한 이 책 속 이야기를 잠깐 살펴볼까요? ‘나’는 수영을 배운 적도 없는데, 수영을 잘 한답니다. 그런 ‘나’의 아빠는 어부고, 엄마는 당연하게도 어부의 아내죠. 엄마는 말하길 어부의 아내는 헤엄을 치면 안 된다면서 바닷물에 발을 담그지도 않는답니다. 물을 좋아하는 ‘나’의 눈으로는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이죠. 그럼에도 이상한 건, 엄마는 물 속 풍경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안다는 겁니다. 그래서 ‘나’에게 이런 저런 바다 이야기를 해주고요.

 

그런데, 어느 날 ‘나’는 아빠의 비밀 하나를 알게 됩니다. 그건 아빠가 창고에서 바다표범 가죽을 가져 나오는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된 겁니다. 아빠가 바다에 나간 사이 ‘나’는 바다표범 가죽을 결국 소파 맡에 숨겨져 있음을 발견했고요. ‘나’는 엄마에게서 들은 셀키 이야기를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마도 아빠가 그 셀키라고 확신하죠. ‘나’는 이 비밀을 엄마에게 알려준답니다. 아빠가 아무래도 셀키, 바다표범임에 분명하다고요. 그리고 그 가죽은 소파 밑에 숨겨져 있다고 말이죠.

 

그 다음날 엄마가 사라졌습니다. 소파 밑에 숨겨져 있던 바다표범 가죽도 사라졌고요. 이렇게 해서 이제 ‘나’는 엄마 없이 아빠하고만 살게 됩니다. 이야기는 이렇게 끝나죠. 안타까움과 먹먹함만을 한 아름 남겨두고 말이죠.

 

이제 책 제목 『난 커서 바다표범이 될 거야』의 의미가 어렴풋이 이해되지 않나요? 셀키의 전설에 의하면 이렇게 다시 떠난 셀키는 7년 후 다시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온다는데, 정말 그럴까요?

 

그 결말이 안타까움뿐이어서 아이러니하게도 더 아름답게 느껴지네요. 그런데, 왜 선녀도, ‘나’의 엄마도 자신들의 옷을 되찾은 후엔 꼭 이 땅의 삶을 버리고 돌아가야만 할까요? 아무리 이곳에서의 삶이 행복하였다 할지라도 원형의 삶으로 회귀할 수밖에 없는 걸까요? 원형의 삶이 꼭 행복한 걸까요? 아마도 그렇지 않다 할지라도 원형의 삶에 대한 그리움이 더 큰 것인가 봅니다. 우리 역시 현재의 삶 속에서 행복을 누리며 살지라도 비록 궁색한 곳일지언정 고향을 그리워하는 것처럼 말이죠.

 

괜히 이런 생각도 해보게 되네요. 과연 이야기 속의 ‘나’의 정체성은 뭘까 라고 말이죠. 이야기의 마지막은 이렇게 끝나게 됩니다.

 

아무래도 엄마는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아.

난 크면 뱃사람이 될 거야. 아니면 바다표범이 되거나.

 

그래요. 나중에 컸을 때, ‘나’의 내면에서 이끄는 그것이 ‘나’의 정체성이겠죠. 오늘 내 안에서 날 이끄는 건 뭔지 한번 들여다보게 되네요. 날 이끄는 나의 참 정체성은 뭘까요? 물론 셀키는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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