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몽영, 삶을 풍요롭게 가꿔라 - 임어당이 극찬한 역대 최고의 잠언집
장조 지음, 신동준 옮김 / 인간사랑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그윽한 꿈의 그림자’란 의미를 품고 있는 책, 『유몽영(幽夢影)』은 청나라 강희제 때의 장조가 쓴 잠언집이다. 장조는 뛰어난 문장가였지만, 시험과는 인연이 없어 관직은 보잘 것 없었다고 한다. 말년에 한림원의 고서를 정리하고 교정하는 9품의 한림공목에 머문 것이 고작이라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불운이 도리어 집필 작업을 가능케 하지 않았을까? 인생사 새옹지마이니 말이다.

 

각설하고 이러한 장조가 집필한 『유몽영』은 잠언 내지 경구 형식의 문체로 이루어진 잠언집이라 말할 수 있다. 총 219칙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본서에서는 이를 3부분으로 나누어 유몽일영, 유몽이영, 유몽삼영으로 표기하고 있다. 아울러 『유몽영』의 속편들 가운데서 청나라 말기 문인인 주석수의 작품인 『유몽속영(총 86칙)』을 4부에서 현대의 편역자(이하 저자라 표기)는 다루고 있다.

 

이러한 305칙의 내용을 저자는 독서와 문학(57칙), 자연과 예술(83칙), 꽃과 여인의 언급(43칙), 인생과 처세술 언급(122칙) 이렇게 크게 4부분으로 나누어 말한다(여기에 대해, 나는 그냥 3가지로 나눠도 좋다 여겨진다. 독서, 풍류, 그리고 삶의 바른 태도가 그것이다). 이 가운데, 처세술에 대한 언급들이 많은 이유는 『유몽속영』에 이러한 내용이 많아서라고 한다. 하지만, 어쩌면 이는 당연하다. 왜냐하면 잠언이라는 것이 물론 여러 가지 의미를 갖고 있지만, 그 가운데 하나가 후세에게 성공의 비결을 가르치는데 목적을 두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처세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물론, ‘처세술’이라고 해서 부정적 의미로 이해할 필요는 없다.

 

예를 든다면 이런 내용이다. “자신에게는 엄격하게 남에게는 관대하게 대하라(80칙).” 얼마나 멋진 가르침인가! 그런데, 우린 어떤가? 반대로 살아갈 때가 더 많진 않은지. 자신에게는 너그럽고, 남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죽하면 이런 말이 있겠나.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고 말이다. 우리 모두 반대로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언제나 자신의 일에 엄격하게 접근하며, 남들의 모습에는 조금 관대하고 너그럽게 접근함이 필요하지 않을까?

 

독서에 대한 내용들이 많은데, 이 가운데 재미있는 내용도 있다. 책을 읽는 독서, 책을 사는 매서에는 탐욕스러워도 된다는 내용이다(118칙). 언제나 책에 대한 욕심이 너무 많아, 마음 한 켠에서는 이러한 탐욕을 버리지 못함을 탓하곤 했는데, 장조의 가르침이 책 욕심에 대한 면죄부를 허락한다. 그러니 어찌 기쁘지 않은가. 장조의 『유몽영』을 통해, 책 욕심에 대한 면죄부를 받았으니, 마음껏 책 욕심을 내봐야겠다. 심지어 장조는 이렇게 말한다. “천하에 책이 없다면 모를까 있다면 반드시 읽어라(166칙).” 그러니 책은 반드시 읽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처럼 장조는 책을 읽음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것 못지않게 강조하는 것이 명산을 유람하는 것이다. 옛사람은 10년간 독서했으며, 10년간 명산을 유람하고, 10년간 저서활동을 한다고 했으나, 장조는 저서활동이야 2-3년이면 족하고, 독서와 명산 유람은 100년을 해도 다하지 못한다고 말한다(179칙). 왜 이처럼 명산 유람을 중요하게 여길까? 장조에게 산수는 또 하나의 책이었기 때문이다(147칙).

 

이토록 장조는 독서함과 함께 자연을 즐기는 것을 강조한다. 어쩌면, 이를 행복한 인생, 삶을 즐기는 자세로 볼 수는 없을까? 이것 역시 성공한 삶의 한 모습일 테니 말이다.

 

그런데, 또 하나 재미난 것은 장조는 이렇게 독서함과 자연을 즐기는 일에 있어 적합한 ‘상황’이 있음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독서에도 맞는 ‘때’가 있다. 경서는 겨울에, 사서는 여름에, 제자서는 가을이 좋다면, 봄에 읽기 좋은 건 문집이다(1칙). 소년 시기의 독서가 일부를 본다면, 중년시기의 독서는 뜰에서 달을 보는 것과 같고, 노년시기의 독서는 누대 위에 올라 가리는 것 없이 온전히 달을 보는 것과 같다(35칙).

 

또한 꽃구경, 달빛구경, 눈구경에 함께 할 적합한 사람들 역시 각기 다르다(11칙). 뿐 아니라, 글씨체 역시 문인과 장수에 적합한 글씨체가 각기 다르다(13칙). 비 역시 계절에 맞게 내리는 적합한 바가 다르다(36칙). 뿐 아니라, 계절에 따라 내리는 비에 제격인 것 역시 다르다. 봄비에는 독서, 여름비에는 바둑, 가을비는 추억, 겨울비는 음주가 제격이다(86칙).

 

이처럼 각기 상황에 적합한 바가 다름을 이야기함이 장조의 철학이 아닌가 여겨진다. 그렇다. 모든 일이 절대적으로 그르거나 옳을 수 없으며, 같은 일이라도 상황에 따라 약이 되기도, 독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처한 ‘때’는 무엇에 적합한 때인가? 한번쯤 곰곰이 생각해 볼 내용이다.

 

이 책, 『유몽영』을 읽어감에 있어 4가지 즐거움이 있다. 첫째 즐거움은 각각의 내용은 사자성어로 제목을 붙여놓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것은 장조의 작품이 아닌, 이 책 저자의 작품이다. 두 번째 즐거움은 이러한 제목 아래, 유몽영의 원 텍스트 내용에서 대표적인 문장을 뽑아 놓았다는 점이다. 이것 역시 하나의 제목이 될 수 있을 법한데, 이렇게 정리된 문장을 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세 번째 즐거움은 장조가 기록한 『유몽영』본문을 읽는 즐거움이다. 그리고 네 번째 즐거움은 이러한 본문에 대한 저자의 해설을 읽는 즐거움이다. 물론, 이러한 형태는 『유몽속영』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 네 가지 형태의 서로 다른 즐거움 가운데 무엇을 택할 것인지는 독자의 몫이다. 『유몽영』, 언제나 곁에 두고 삶의 방향을 정하고, 또한 삶의 속도를 정함에 있어 지침이 될 수 있는 좋은 책이다. ‘그윽한 꿈의 그림자’를 통해, 오늘 우리의 삶이 보다 더 풍요로워지고, 보다 더 맛깔 나는 성공한 인생이 되길 소망해본다. 그 안에 담긴 독서, 풍류, 그리고 삶의 바른 태도를 통해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