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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는 통제 불능
피트 존슨 지음, 신선해 옮김 / 문학수첩 리틀북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루이는 세계 제일의 코미디언이 되는 것이 꿈이다. 물론, 이 꿈은 막연한 꿈이 아니다. 루이는 이 꿈을 위해 언제나 노력한다. 언제나 코미디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고, 익히고, 실제 실습도 한다. 게다가 루이에게는 매니저도 있다. 매디라는 여자아이다. 아직 루이에게 구체적 스케줄이나, 섭외는 없지만, 그럼에도 매디는 루이의 코미디에 대해 이런 저런 조언도 하며, 코미디언이라는 꿈을 향해 나아가게 하는 가장 가까운 친구사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루이에게 갑자기 재난(!)이 닥쳤다. 그건 바로 부모님들이 달라졌기 때문. 부모님들이 어느 순간, 요즘 아이들이 사용하는 언어들을 가르쳐달라고 하더니, 이젠 통제하기 어려울 정도로 망가지고(?) 있다. 시도 때도 없이 아이들의 은어를 남발하고, 아이들의 주먹인사를 따라한다. 뿐더러 외모도 바뀌기 시작한 것. 아이들이 신는 신발을 구입하여 신기 시작하였고, 너무 현란한 옷들을 입기 시작하고, 헤어스타일도 바뀌기 시작한다. 뿐 아니라, 루이의 페친이 되더니, 파도타고 루이의 친구들을 찾아가 이웃신청을 하기 시작하는 것. 게다가 루이들의 친구들에게 댓글까지 달고 말이다.
과연 루이는 이 재난을 이겨낼 수 있을까?
또 하나 루이의 문제는 루이의 매니저인 매디에게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거다. 그것도 언제나 시를 읊고 쓰는 밥맛의 녀석으로.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매디에게 남자친구가 생기자, 자신이 매디를 좋아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 것. 과연 이런 엇나간 사랑의 운명 앞에 루이는 어떻게 될까? 과연 루이에게도 핑크빛 사랑이 찾아올까?
장편동화인 『엄마 아빠는 통제 불능』은 2013 로알드 달 아동문학상 최종후보작까지 오른 작품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이 책은 무지 재미있다. 책이 끝나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재미있다.
아울러 세대 간의 간격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책이기도 하다. 과연 세대 간의 간격을 좁히는 것만이 능사일까 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부모는 아이들의 문화, 아이들의 관심, 아이들의 세계에 대해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앎이 그들의 세상을 향한 간섭 내지 침범으로 느껴질 정도가 되어서는 안 됨을 생각하게 된다. 아이들의 세계를 알되, 그럼에도, 어느 정도 떨어져 있을 수 있는 절제의 미덕을 아이들은 원한다는 사실. 조금 떨어져 그저 지켜봐주는 것을 아이들은 원한다는 것. 이것이 부모의 어려움이 아닐까? 무관심으로 느껴져서도 안 되지만, 과한 관심으로 부담스럽게 해도 안 되는 것. 관심을 갖되, 아이들의 세계에서 그들이 마음껏 행동할 수 있도록 믿고 지켜봐 주는 것. 이러한 균형 감각이 부모로서 있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런 한편으로는 또한 이런 생각도 해본다. 아이들은 우리 어른들을 마치 구석기 시대의 유물로 여길 수 있구나 하는 생각. 어른들이 살아왔던 시대는 그네들에게는 아무런 공감도 감흥도 일으킬 수 없는 그저 너무나도 먼 옛 이야기에 불과할 뿐이라는 생각. 아울러 아이들이 설령 그렇게 생각할지라도 우리 어른들 역시 여전히 그 마음은 뜨겁다는 사실을 아이들은 모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부모의 마음도 헤아려 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너희들의 부모님들 역시 여전히 뜨겁고, 여전히 젊음을 가진 생물(生物)이라고 말이다. 박물관에 박재된 유물이 아니라.
각설하고, 이 책은 무지 재미있다. 아이들뿐 아니라, 부모님들도 함께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다. 루이의 부모님과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