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의 악플러 콩고물 문고 3
김혜영 지음, 이다연 그림 / 스푼북 / 201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무엇이든 열 수 있는 열쇠를 얻게 된다면 이 열쇠로 우린 무엇을 하게 될까? 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쩌면, 은행금고를 열 수도 있겠다. 수능을 앞둔 학생이라면 수능 문제를 미리 열어볼 수도 있겠고. 또한 마음에 품고 있는 이성이 있는 젊은이라면 상대의 마음을 열어볼 수도 있겠다. 그러니 이런 열쇠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정말 좋은 일일까?

 

준하는 우연히 무엇이든 열 수 있는 열쇠를 얻게 된다. 이 열쇠는 어떤 문이든, 어떤 벽이든 가로막는 모든 것을 열 수 있다. 심지어 사람의 마음과 그 사람의 과거까지도 말이다. 이제 준하는 이 열쇠로 무엇을 열게 될까?

 

어디론가 떠나려 짐을 싸놓은 아빠의 마음을 열어보는 건 어떨까? 아님 언제나 씩씩한 척 하는 엄마의 마음을 열어보는 건? 하지만, 굳이 이런 건 열쇠가 없어도 준하는 엄마 아빠의 마음을 알게 된다.

 

준하가 알 수 없는 건 다희라는 여자아이의 마음이다. 다희는 왜 자신과 비밀연애를 하고 있다고 자꾸 소문을 퍼뜨리는 걸까? 준하는 다희의 거짓말로 인해 여자아이들이 자신을 힐끔힐끔 쳐다보는 것이 싫다. 이에 준하는 다희의 마음 문을 열고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는 다희가 왜 자신과 비밀연애를 하는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게 되며, 다희에 대해 미안한 마음도 조금 갖게 된다.

 

또 한 번 준하가 열쇠를 사용한 것은 싸움대장 조폭 영운이의 과거의 문을 여는 것. 이 문을 열고 들어감으로 준하는 언제나 친구들을 괴롭히는 영운이 유치원 시절 놀랍게도 말더듬이 찌질이로 친구들의 놀림을 받던 사실을 알게 된다.

 

이렇게 누군가의 비밀을 남몰래 알게 됨으로 그 친구들에 대해 이해하는 마음이 아주 조금은 생긴다. 하지만, 그 친구들이 자신을 힘들게 할 때, 준하는 이 비밀을 인터넷에 올리게 된다. 그것이 정의를 구현하는 것이라는 심정으로 말이다. 아울러 그로 인해 누군가가 상처를 입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서.

 

뿐 아니라, 준하는 열쇠를 사용하지 않고도 알게 되는 비밀들을 인터넷에 올리게 된다. 바로 ‘정의의 악플러’라는 닉네임으로 준하가 이런 것들을 올리는 이유는 그 사람을 괴롭히기 위해서는 아니다. 자신이 생각할 때, 옳지 않은 행동을 하는 사람들의 잘못을 지적함으로 뭔가 정의의 심판 내지는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정의감에 의한 것이다. 물론, 찜찜한 느낌도 없지 않았지만, 정의를 세우는 일이 더 중요했다.

 

“사실도 있고 사실이 아닌 글도 있었다. 하지만 준하는 쓰면 쓸수록 사실이란 건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았다. 오직 한연우의 가면을 벗기겠다는 일념 때문에 찜찜한 기분 따위는 사라지고 없었다.”(100쪽)

 

하지만, 문제는 이런 일로 인해 생각지 않았던 상처들을 상대에게 입히게 된다는 거다. 준하는 정의를 세우겠다는 사명감(?)에 또는 자신을 힘겹게 하는 이들을 멈추게 하기 위해 인터넷에 글을 올리게 되지만, 이것들은 흉기가 되어 상대를 상처내고 있었던 것이다.

 

“문장 하나하나는 이미 말이 아니었다. 상대를 쓰러뜨리기 위한 칼 혹은 총이었다. 이만하면 다희를 쓰러뜨리기에 충분하다 싶은 생각이 들 때까지 준하는 정신없이 흉기를 휘둘렀다.”(87쪽)

 

이처럼, 이 동화는 비록 상대에게 잘못이 있다 할지라도 내가 올리는 글이 갖는 엄청난 파급효과, 말이 지닌 무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설령 내 주장이 옳다 할지라도 그 일로 인해 누군가가 끔찍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면 이미 그것은 옳지 않음을 깨닫게 해준다.

 

아울러서, 내가 알게 된 누군가의 비밀이 이처럼 내 밖으로 새어나갈 때, 역시 그것도 또 하나의 흉기가 되어 누군가는 원치 않는 상처를 입고 힘겨워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이야기는 인터넷처럼 ‘익명성’ 뒤에 숨어 옳은 이야기, 정의로운 듯 접근하는 것조차 끔찍한 흉기가 되어 누군가의 영혼을 피폐케 할 수 있음을 경고하는 이야기다. 이러한 주제를 또한 무엇이든 열수 있다는 ‘마법의 열쇠’란 흥미로운 소재와 연결하고 있음이 좋다.

 

하지만, 마지막 부분이 너무 급작스럽게 봉합되는 느낌이다. 여러 가지 사건들을 벌여놓기만 하고 무책임하게 마치고 있다는 느낌이 없지 않다. 게다가 마법의 열쇠라는 대단히 흥미로운 소재 역시 좀 더 멋지게 활용하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뭔가 이것으로 많은 것들을 벌일 것 같지만, 실상은 대단히 중요한 문은 열지 않고 그저 자잘한 문만 연 그런 느낌이랄까?

 

이러한 아쉬움이 남지만, 그럼에도 ‘말이 지닌 무게, 말의 힘, 말의 양면성’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좋은 동화임에 분명하다. SNS에 익숙한 요즘 아이들이 꼭 한번 읽고 많은 것을 생각해 보면 좋을 그런 추천할만한 동화다. 아울러 무거운 주제임에 분명하지만, 재미나게 잘 풀어내고 있는 좋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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