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딴따라다 - 송해평전
오민석 지음 / 스튜디오본프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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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째 많은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장기 tv 프로그램인 <전국노래자랑>은 MC 송해 선생을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는 프로그램이 되어버렸다. 비록 <전국노래자랑>의 골수팬이 아니라 하지라도, 송해 선생의 맛깔 나는 진행, 우리네 삶이 그대로 맡아지는 진행은 모두 인정할 것이다. 그런 그의 평전이 나왔다. 『송해 평전 : 나는 딴따라다』라는 제목의 평전. 표지부터 삶의 연륜이 느껴지는 푸근한 인상의 그가 흑백 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으며 잘 읽어보라는 듯 반겨준다.

 

이 책은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이며, 단국대 영문과 교수인 오민석 작가의 글로 기록되어졌다. 생존한 인물, 그것도 그(송해)가 말하는 것처럼 딴따라인 그의 평전이라니 감회가 새롭다. 이 책을 읽어가는 가운데,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던 송해가 아닌 한없이 편안한 옆집 할아버지 같으며, 또 한편으로는 사랑의 카리스마 넘치는 송해를 만나게 된다.

 

저자는 송해 선생을 목욕탕에서 만나 역사(?)가 시작되었다 한다. 그렇다. 송해 선생이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것 아닐까? 인지도 높은 연예인으로서 온통 싸매고 감추고서 마치 첩보활동을 하듯 바깥을 출입하는 것이 아니라, 알몸으로도 대중 앞에 노출(!)될 수 있음, 이 격의없음이야말로 그의 삶에서 강조되는 소통의 한 수단이며, 그가 사랑받는 이유 중의 하나가 아닐까.

 

언제나 <전국노래자랑> 촬영을 위해 지방에 갈 때면, 그 전날 그 지방에 도착하여 그 지역의 대중목욕탕에서 목욕을 하며, 개방된 만남을 갖는다는 송해 선생. 얼마나 멋진 분이며, 사랑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분 아닌가.

 

또한 90의 연세까지 현역에서 뛰고 있는 달인인 그조차도 여전히 무대를 앞두고는 설렘과 함께 떨림이 있다는 고백을 통해, 그는 진정한 프로임을 느끼게 된다. 어쩌면 이제는 그저 연륜만으로 진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모든 순간 최선을 다하며, 떨림을 간직할 수 있는 그 순수함 역시 그가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물론 저자는 이러한 떨림을 최선을 다하는 성실성만이 아닌, ‘영원한 비정규직 떠돌이 광대의 공포와 두려움’으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이 부분은 그렇지 않으리라 여겨진다. 만약 이러한 비정규직 떠돌이 광대의 공포와 두려움으로 해석된다면 그분은 그 연세에도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한 소인배가 될 수 있기에).

 

아울러 영원히 ‘딴따라’의 길을 걷겠다는 포부와 그대로 살아내는 모습이야말로 거인의 발걸음이 아닌가 싶다. 작가가 말하는 것처럼, 송해 선생 시절의 ‘딴따라’는 비천한 신분이자, 욕설과 경멸의 기의를 가진 단어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런 ‘딴따라’의 길이 마지막까지 자신이 걸어야 할 길이라 확신하며 그 길을 오늘도 묵묵히 걸어가는 그 걸음이야말로 오늘 우리가 어느 길을 걷든 본받아야 할 모습이 아닐까?

 

남들보다 더 좋은 대우를 받고, 더 안전한 직종이며, 그럴 듯한 자리이며, 성공한 표상이어서 그 길을 선택하고 걷는 것이 아니라, 비록 그 길이 멸시와 경멸을 동반한 길이라 할지라도 자신이 사랑하는 길이기에 선택하고, 그 길을 묵묵히 가다보니 성공의 표상이 되기도 하고, 존경과 사랑의 자리에 앉게 되었음은 우리 모두에게 도전이 되는 부분이 아닐까 여겨진다.

 

작가는 송해 선생이 걸어온 그 걸음걸음을 단순히 소개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송해 선생이 겪어온 시대상을 설명하고 있다. 특히, 연예계의 실상 뿐 아니라, 그 역사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그러니 이 책은 단순한 『송해평전』만이 아닌, “근현대 한국 연예 문화사”라 말할 수 있으리라. 어쩌면 학자이기에 어쩔 수 없는 직업병의 발로일 수 있겠지만, 이러한 접근 역시 좋다. 물론, 때론 굳이 이런 해석이 필요할까 싶은 부분 역시 없진 않지만, 오히려 이런 접근과 평가가 이 책을 한편으로는 경멸의 기의를 품고 있는 ‘딴따라’의 이야기에 머물지 않고, 한 거인의 발걸음으로 격(?)을 높여주는 느낌 역시 없진 않다.

 

또한 작가는 이러한 표현을 거듭거듭 하고 있다. 송해 선생의 지나온 인생 역경, 그 발자취를 더듬어 가며, 순간순간마다 보이지 않는 손의 개입이 있어, 그 종착지가 <전국노래자랑>으로, 국민MC 송해로 이끌었노라고 말이다.

 

“이렇듯 송해의 인생을 돌이켜보면 그 모든 것이 수십 년의 세월을 거쳐 마치 ‘퍼즐 맞추기’처럼 <전국노래자랑>을 향해 꿰맞추어져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리하여 그는 <전국노래자랑>의 정신에 가장 적합한, 그리고 사실상 그 어떤 사람으로도 대체하기 힘든, 어떤 ‘완성의 경지’를 이룩하고야 만 것이다.” (247쪽)

 

이러한 해석을 기독교에서는 이렇게 표현한다. 신의 섭리하심 아래,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었노라고 말이다. 그렇다. 작가의 해석처럼 송해가 이루어가는 선(善), 그 ‘완성의 경지’는 결국 <전국노래자랑>으로 이르게 된다.

 

그렇다면, 그가 이처럼 <전국노래자랑>을 통해, 수많은 국민들의 사랑을 받게 된 이유는 뭘까? 작가는 말한다. <전국노래자랑>은 평등의 정신이 가득한 페스티벌이라고. 그곳에서는 행정 관료들이 주인공이 아닌, 모든 민중이 주인공들이며, 결코 로얄석이 없는 평등의 자리라고.

 

그리고 그 자리에서 민중은 ‘횡단의 쾌락’을 맛보게 된다고. 쉽게 표현하면, 결코 만만할 수 없는 거인, 점잖고 사회적 지위가 있으며, 근엄하고 연세도 지긋하신 어르신이 자신을 허물며 함께 망가져 줄때, 민중은 그를 통해 희열과 해방을 느낀다고. 이를 통해, 어쩌면 사회의 비주류, 주변인으로 살아가던 그네들의 삶 속에 새겨진 민중의 이야기가 <전국노래자랑>이라는 판에서 풀어내진다고.

 

그렇다. 송해 선생은 여전히 우리네 오빠, 헝아로서 민중과 괴리된 곳에서 우아한 진행을 하는 것이 아닌, 민중 그 한 가운데 자리하며 함께 웃고 울며 민중의 삶, 그 흔적의 이야기들을 껴안아 주기 때문이 아닐까.

 

작가의 바람처럼, 영원한 딴따라 송해 선생이 더 많은 시간 동안 우리 곁에 머물며 ‘민중적 웃음’이 가득하게 되길, 그 눈물과 웃음의 판이 계속되길 소망해 본다. 이처럼 좋은 책과의 만남은 행복이다. 아니, 말을 정정한다. 향기 나는 인생을 엿보는 것이야말로 행복이다. 『송해 평전 : 나는 딴따라다』를 읽은 그 행복에 감사하다. 아울러 나의 삶 속에서 그 향기가 스며들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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