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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타이쿤 ㅣ 환상의 숲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임근희 옮김 / 이모션북스 / 2015년 3월
평점 :
피츠제럴드의 미완성 유작이란 타이틀만으로도 이 책, 『라스트 타이쿤』에 대한 관심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과연, 그가 마지막 정열을 쏟았던 작품은 어떨까? 란 기대감으로 책장을 펼친다.
이 책은 할리우드에서 극작가로 실제 활동하였던 피츠제럴드의 경험이 잘 녹아들어 있으며, 아울러, 그 당시 작가로서 본인이 느꼈던 회환 역시 묻어나는 작품이다.
소설 속의 화자 세실리아는 어려서부터 할리우드에서 자랐기에 할리우드의 생태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여대생이다. 할리우드에서 절대 권력을 휘두르는 프로듀서의 딸로 태어나 자란 세실리아. 그런 그녀 앞에 또 다른 할리우드의 절대 권력자가 등장한다. 바로 먼로 스타라는 젊은 프로듀서.
바로 이 먼로 스타가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영화판에서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르는 절대자인 그는 결코 겸손하지도 않으며, 자신이 누릴 권력의 힘을 사양하지도 않는 절대자이다. 그런 그를 세실리아 역시 마음에 품게 된다. 하지만, 먼로 스타의 마음을 휘어잡는 한 여성이 등장하게 되는데, 이 여성은 평범한 여성. 이 평범한 여성과 할리우드의 절대자 간의 사랑이 소설의 주요한 기둥이 된다.
과연 저자는 이 사랑을 통해, 무엇을 말하려고 했던 것일까? 말 한마디면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는 영화판의 절대자라 할지라도 사랑은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하고자 함일까?(둘 간의 사랑은 불장난으로 그치게 된다) 아님, 엄청난 일중독자일지라도 사랑의 불꽃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걸까?(스타는 엄청난 일중독자이다. 휴일도 없는) 아니 어쩌면, 거래처럼 사랑을 주고받을 것처럼 여겨지는 그곳 역시 뜨거운 사랑이 존재하며, 사랑의 상처가 존재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닐까?
난 이 소설을 읽으며, 작가가 실제 할리우드에서 극작가로 활동하며 경험하였던 회한이 작품 곳곳에 녹아 있음에 관심이 간다. 시나리오 작가들의 생명은 절대 권력을 가진 프로듀서의 말 한 마디에 달려 있다. 소설 속의 먼로 스타 역시 그런 견해를 보이고 있으며, 화자인 세실리아 역시 마찬가지이다. 다음은 세실리아의 말이다.
“제인이 시나리오 작가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난 자라면서 시나리오 작가라 비서와 꼭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다른 점이 있다면 작가 쪽은 항상 숨결 속에 칵테일의 냄새를 품기고, 식사 때에 집에 찾아오는 일이 많다고 하는 점이었다. 동부에서 오는 극작가만은 예외로 이곳에 오래 머물러 있지 않는 한 정중한 대접을 받게 되지만 오래 머물러 있으면 그들도 마찬가지로 다른 작가처럼 화이트칼라로 격하되는 것이었다.”(179쪽)
아무튼 이 소설은 미완성 유작이다. 작가는 이 소설을 전부 완성하지 못했을 뿐더러, 다시 다듬지도 못했다. 그러니 어쩌면, 실망스러운 내용일수도 있다. 무엇보다 아직 다듬어지지 않았기에 조금 거칠고, 불친절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피츠제럴드의 마지막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작품임에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