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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삼킨 코뿔소 ㅣ 키다리 그림책 41
김세진 글.그림 / 키다리 / 201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죽음 뒤에 남겨진 자들의 슬픔, 분노, 상실감을 우리가 어찌 다 표현할 수 있을까요? 뿐 아니라, 그런 남겨진 이들을 바라보며 품게 될 주변사람들의 안타까움은 또 어떻겠어요. 사실 죽음과 그 뒤에 남겨진 이들의 아픔을 어린 아이들에게 표현하여 알린다는 것이 쉽진 않을 겁니다.
이 책, 『달을 삼킨 코뿔소』는 그림책이랍니다. 즉 미취학아동 내지, 저학년 친구들을 그 독자층으로 두고 있다는 의미겠죠. 하지만, 그 내용이 쉬운듯하면서도 쉽지마는 않답니다. 왜냐하면, 사랑하는 자식의 죽음을 경험한 엄마의 마음을 포현한 책이거든요. 하지만 그럼에도 작가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죽음 뒤에 남겨진 이들의 슬픔을 전하려 하네요.
아기 코뿔소는 엄마 코뿔소와 언제나 행복했답니다. 함께 놀 수 있음이 즐거웠죠. 그러던 어느 비 오던 날 갑자기 불어난 강물에 아기 코뿔소가 휩쓸렸답니다. 남겨진 엄마 코뿔소는 이성을 잃었고요. 아무리 울부짖으며 강을 따라 찾아봐도 아기 코뿔소를 찾을 수 없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강물 위로 아기 코뿔소의 모습이 비취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더욱 그리워하며 불러도 강물 위에 비췬 아기 코뿔소의 형상은 대답이 없네요. 알고 보니, 그건 하늘의 달이 수면에 비췬 것이었답니다. 이에 분노한 코뿔소는 달을 삼켜 버렸죠.
그런데, 그 뒤로 코뿔소의 배 속이 따뜻해지기 시작했답니다. 그리곤 또 다른 아기 코뿔소가 태어나게 되었죠. 그제야 엄마 코뿔소에게도 웃음이 찾아오게 되네요.
그렇다면 코뿔소가 삼킨 달은 무엇을 상징할까요? 왜 달을 삼켰을까요? 작가는 이렇게 말하네요.
“달에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달에는 분노가 있습니다.
달에는 그리움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사랑하는 이를 갑자기 잃게 된다면, 갑자기 심장 한 쪽이 사라져버린 것 같은 상실감과 공허함에 떨게 될 겁니다. 견딜 수 없는 슬픔과 아픔에 힘겨워 할 테고요. 그런 운명을 맞아야만 함에 세상을 향한 분노 역시 일어나겠죠. 떠난 이를 향한 애절한 그리움에 여전히 신음하게 될 거고요. 이런 이들의 아픔은 주변 사람들에게는 안타까움이 될 거고요.
작가 선생님은 엄마 코뿔소가 달을 삼켰듯, 이러한 것들을 삼켜버리고, 새로운 희망을 잉태하길 소망하는 겁니다. 그것이 어떤 희망이든 간에 말이죠. 안타까움이 그림책 전반에 깊게 내려 앉아 있답니다.
어쩌면,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이런 안타까움에 힘겨워하는 분들이 많겠고요. 특히 우리에게는 세월호의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았고요. 남겨진 자들의 삶이란 것이 견딜 수 없이 힘겹겠지만, 이젠 이 그림책 내용처럼 달을 삼켜낼 수 있다면 좋겠네요. 안타까움을 삼키고, 분노를 삼키고, 그리움마저 삼켜내고, 슬픔도, 한숨도, 상실감마저 모두 삼켜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리고 그 자리에 또 다른 따스함과 또 다른 삶의 이유가 자리 잡게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