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한림아동문학선
주얼 파커 로즈 지음, 김난령 옮김, 박기종 그림 / 한림출판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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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설탕』은 미국에서 노예해방이 선언되고(1863), 실제 노예해방이 이루어진지(1865) 5년이 지난 1870년을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남부 루이지애나 주의 리버로드 사탕수수 농장을 지리적 배경으로 삼고 있다.

 

올해로 열 살인 ‘슈거’는 자신의 이름이 싫다. 왜냐하면, 사탕수수농장에서 일을 해야만 하는 슈거에게 설탕은 달콤한 단어가 아닌, 고통과 눈물, 그리고 벗어나고 싶은 역겨운 단어이기 때문이다. 슈거가 일하는 사탕수수 농장 리버로드는 경치가 참 좋다. 하지만, 이것은 한 발 물러난 상태, ‘밖’에서 바라보는 풍경이고, 직접 그 ‘안’에서 사탕수수와 씨름을 해야만 하는 이들에게는 이곳은 가장 불쾌하고 끔찍한 곳에 불과하다. 이것이 슈거가 자신의 이름을 싫어하는 이유다.

 

이런 슈거는 외톨이다. 사랑하는 이들은 모두 떠났기 때문이다. 아빠는 노예해방이 이루어지기 전 어디론가 팔려갔고, 엄마는 하늘나라로 이사 갔다. 단짝이던 리지는 가족들과 함께 새로운 희망을 찾아 북부로 떠났다. 태어나서 한 번도 리버로드 밖으로 나가보지 못한 슈거 역시 자유로운 세상을 향해 떠나고 싶지만 혼자서는 갈 수 없다. 그리고 그를 돌봐주는 빌 아저씨 부부는 많은 나이로 인해 북부로 가지 않고 있다. “전혀 모르는 나쁜 일보다 이미 알고 있는 나쁜 일이 더 낫다.”는 말을 하며.

 

한편 리버로드 농장에 또 한 사람의 외톨이가 있다. 바로 농장주인의 둘째아들인 빌리. 빌리는 슈거랑 놀고 싶다. 하지만, 빌리의 부모는 슈거랑 노는 것보다는 외톨이로 혼자 있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물론, 리버로드의 흑인 일꾼들 모두 슈거가 빌리와 어울리는 것을 반대한다. 그들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신분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둘은 어울리며 우정을 쌓아간다. 과연 둘의 우정은 어떤 결과를 낳게 될까? 그리고 슈거는 과연 리버로드를 떠나 새로운 삶을 찾아 갈 수 있을까?

 

이 책은 노예해방이 이루어졌지만, 그렇다고 흑인들의 삶의 질이 달라지지도, 백인들의 의식구조가 달라지지도 않은 그런 과도기의 상황, 하지만 조금씩 시대가 변해가는 그런 역사의 한 가운데서 어린 흑인 소녀가 겪어 나가는 삶을 그려내고 있다. 아울러 달콤한 설탕을 만들어 내기 위해 온갖 끔찍하고 힘겨운 상황을 견뎌내야만 하는 노동자들의 밑바닥 인생을 잘 그려내고 있다. 그렇기에 처음 시작은 안타까움과 먹먹함이 가득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변하는 시대에 맞게 리버로드 농장도 점차 변하게 되고, 그런 가운데, 화해의 장이 이루어진다. 흑인 노동자들과 중국인 노동자들 간의 갈등과 화해, 슈거와 빌리 그리고 빌리의 부모님간의 갈등과 화해가 그 주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이 한 가운데, 슈거가 있다. 천방지축 말썽꾸러기 같은 슈거가 사실은 화합의 씨앗이다.

 

아울러, 새로운 삶을 향한 도전을 꿈꾸는 어린 소녀와 그 도전정신이 돋보이는 소설이다. “전혀 모르는 나쁜 일보다 이미 알고 있는 나쁜 일이 더 낫다.”는 이 말은 어쩌면 삶의 지혜가 담겨진 말일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것이 새로운 도전에 대한 도피처로 사용되어진다면 문제일 것이다. 어쩌면 똑같은 나쁜 상황의 결과를 낳게 된다 할지라도 후회함 없이 새로운 인생을 향해 도전해 보는 것이 낫지 않을까? 적어도 삶의 후회는 없을 것이기에. 그리고 도전하는 동안만이라도 행복과 설렘을 느낄 수 있기에.

 

이 땅에 슈거와 같은 화해와 화합의 씨앗, 그리고 도전과 희망의 씨앗들이 많이 심겨질 수 있다면 좋겠다. 청소년들이 꼭 한 번쯤 읽으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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