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와 나 쌈지떡 문고 6
클레르 르노 지음, 이정주 옮김, 김소라 그림 / 스푼북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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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는 반에서 언제나 1등을 한다. 하지만, 친구가 없다. 왜 그럴까? 공부를 잘하서 친구들이 밥맛이라 여기는 걸까? 아니다. 빅토르에게는 남들과 다른 점이 있다. 왼손가락이 엄지손을 제외하고는 작다. 작아도 너무 작다. 빅토르는 그것이 별것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다르다. 1학년 때 좋아하던 여자 친구와 함께 박물관에 갔는데, 자신의 손이 그런 것을 처음 알고는 비명을 지르고 달아났다. 이런 자신의 손에 대해 빅토르는 이렇게 말한다.

 

“별건 아니에요.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날 ‘게’라고 불러요.”(12쪽)

 

그렇다. 빅토르의 손이 마치 게의 집게와 같다고 해서 별명이 ‘게’란다. 그래서 언제나 혼자인 빅토르의 반에 새로이 여자 아이가 전학 왔다. 그런데, 이 친구는 소심해도 너무 소심하다. 선생님께서 말을 걸어도 대답하지 않는다. 언제나 부끄럽다고 움츠리고 있어, ‘달팽이’란 별명을 갖게 된다.

 

이 쯤 되면, 책 제목을 통해, 이들이 주인공인지를 알게 됐을 거다. 『달팽이와 나』, 이 책은 게 손을 가진 빅토르와 달팽이처럼 언제나 숨고 움츠러드는 필로멘, 둘 간의 아름다운 우정과 사랑 이야기다.

책 내용이 무거울 수도 있겠는데, 전혀 무겁지 않다. 무엇보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따스하다. 그리고 밝다. 어쩌면, 이런 밝은 분위기엔 예쁜 그림들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이 동화를 읽으며, 너무 소심하고 부끄러움이 많아, 숨고 움츠러들기 대장인 필로멘이 왜 이렇게 되었을 지를 생각해본다. 그건 언제나 혼자이기 때문이 아닐까? 아빠 없이 엄마와 단 둘인 필로멘. 엄마는 가정을 꾸리기 위해 밤늦게까지 일해야만 한다. 그러니 언제나 혼자에 익숙한 필로멘은 점점 더 움츠러들게 된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마치 ‘사회적 은둔자’처럼 되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 빅토르가 손을 내민다. 비록 장애가 있지만, 부끄러운 손이지만, 당당하게 손을 내민다. 게다가 빅토르는 7남매의 형제를 둔, 가족이 9명이나 되는 북적거리는 대가족의 아이다. 빅토르의 다가감을 통해 점차 마음의 문을 열고, 나중에는 빅토르의 집에 초대될뿐더러, 엄마가 퇴근할 때까지 날마다 이 가정에서 보내게 되는 필로멘은 이 대가족의 북적거림, 어우러짐을 통해 자신만의 달팽이집에서 나올 수 있게된다.

 

이것이 이 책의 메시지 가운데 하나다. 사회적 은둔자의 치유는 그들을 향한 진실한 관심과 손 내밈에 있다. 아울러 결국엔 함께 어우러짐이 치유의 동력이 된다. 비록 처음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말이다.

 

또 하나 커다란 메시지는 다름에 대한 편견을 버리길 바라는 것이다. 빅토르의 조막손에 대해 사람들은 과한 반응을 보이며 멀어지거나, 과한 관심을 보이기도 하며, 재미의 대상으로 삼기도 한다. 하지만, 그 손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마주 잡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필로멘이 그렇다. 필로멘은 빅토르의 조막손을 애써 모른 척 하지 않는다. 그 손을 하나하나 만져본다. 그리고 “오케이, 난 괜찮은데.” 이것뿐이다. 이제 필로멘에게 빅토르의 손은 조금 다른 형태의 손일뿐이다. 우리 역시 장애를 향해 이런 접근을 할 수 있다면 어떨까.

 

또 하나 빅토르의 누나 가운데 카퓌신 누나는 가히 환경운동가라 불릴 수 있는 환경실천가다. 로컬 푸드를 먹기 위해 간식으로 바나나를 싸지 말라 요청한다. 버려지는 야채 찌꺼기나 과일 껍질을 가지고 퇴비를 만들기도 하고, 실내에서 옷을 따뜻하게 입고 난방을 줄이기도 한다. 그리고 실제, 이런 한 아이의 주장에 따라 빅토르의 가정은 이것들을 실천하게 된다. 이것 역시 이 책에서 잔가지로 보여주는 메시지다. 환경을 생각할뿐더러 삶속에서 실천하는 실천적 삶.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이다.

 

마지막으로 빅토르의 담임선생님은 라팽 선생님도 멋스럽다. 남과 어울림을 힘겨워하는 필로멘은 체육활동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체육복을 잊어버렸다느니, 도둑맞았다느니 하는 뻔한 거짓말을 한다. 하지만, 라팽 선생님은 모른 척 믿어준다.

 

“선생님은 믿지 않지만 믿는 척해요. 선생님도 나처럼 인생에는 밧줄타기를 할 줄 아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들이 있다는 걸 아는 거예요.”(59쪽)

 

우리가 살아가며 원칙을 지키는 것, 바른생활맨으로 살아가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하지만, 때론, 그 원칙도 깨뜨릴 수 있는 넓은 가슴이야말로 세상을 더욱 멋스럽게 만든다. 라팽 선생님처럼 말이다.

 

“게와 달팽이” 단짝의 이야기, 슬플 것 같지만 유쾌하고, 무거울 것 같지만 가볍고, 어두울 것 같지만 밝은, 참 아름다운 동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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