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수 없는 이야기, 제주 4.3은 왜?
신여랑 외 지음, 김종민 외 그림 / 사계절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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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 『믿을 수 없는 이야기』처럼, 제주 4.3 사건은 쉽게 믿을 수 없는 일이 실제 일어난 사건이다. 물론, 제주 4.3뿐이겠나? 노근리 양민학살 사건도 그렇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여순반란사건’이라 부르는 ‘여순사건’에서도 얼마나 많은 학살이 벌어졌나?

 

얼마나 많은 이들이 군대와 경찰의 폭력 앞에 죽었으면, 한국전쟁 다음으로 많은 수의 민간인들이 죽은 사건일까? 하지만, 또 얼마나 오랫동안 이 사건은 반란사건으로 곡해되어져서 수많은 국민들에게 이식되었던가?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김대중 정부의 공약 가운데 하나가 4.3사건의 진상규명이었고, 실제 그 일이 시작되어, 노무현 정부에 이르러서는 국가 차원에서 제주도민들을 향한, 4.3 피해자 가족들을 향한 공식적인 사과가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금도 여전히 4.3에 대해서 우 편향적인 여러 목소리들이 있음도 사실이다. 명백한 역사의 실수임에도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억울하게 고통 받은 분들의 상처를 다시 건드리려 하기보다는 그분들의 아픔과 눈물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책은 청소년들이 제주 4.3에 대해 알아가고 느끼고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좋은 책이다. 6편의 동화가 주를 이루고 있고, 여기에 더하여 당시 상황설명들을 하고 있다. 그러니 팩트를 기반으로 픽션을 가미한 내용이다. 물론 이야기 전개를 위해 픽션이 가미되어 있긴 하지만, 모두가 진실을 담고 있는 내용이다.

 

자라나는 세대들이 우리의 역사의 부끄러운 단면을 알지 못하고, 외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의 부끄러운 단면을 바로 보고 알게 될 때, 역사 앞에 바로 서는 자가 될 것이기에. 부끄러운 역사를 직시할 때, 역사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자로 살려는 몸부림을 하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은 청소년들이라면 꼭 한 번 보고, 때론 분개하고, 때론 슬퍼하고, 때론 바른 결단을 하는 시간들이 있다면 좋겠다.

 

제주는 평화의 섬이다. 평화의 섬이라는 말은 평화롭게 관광하고 쉬는 장소라는 말만은 아니다. 사실, 평화의 섬이라는 타이틀 이면에는 바로 이런 슬픔의 역사, 통곡의 역사가 있기에 평화의 섬으로 지정된 것이다. 제주에 휴가를 가더라도 이런 아픔도 한번쯤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어떨까? 사실, 제주만큼 “평화”란 타이틀로 휴가를 보내기에 좋은 곳도 없다. 나 역시 몇 년 전 가족들과 함께 4박 5일간 “평화”라는 테마를 정해 제주 곳곳을 다녀본 적이 있다. 그 때 처음으로 4.3평화 공원에 갔는데, 얼마나 마음이 아프고, 본질을 상실한 정권에 얼마나 화가 나던지.

 

이 책 역시, 그런 먹먹함을 느끼게 되는 책이다. 마치 가슴이 데인 것과 같은 아픔이 느껴지며, 부끄럽고, 또 화가 나는 책이기도 하다. 어느 집단이든 본질을 잃은 집단은 존재의 가치가 없는 집단이 되고 만다. 아니 심지어, 본질을 잃는 순간 존재함이 도리어 해가 될 수도 있다. 군인은 자국민을 외부의 적으로부터 지켜내는 자들이다. 군인은 국민의 목숨과 재산을 지켜내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는 자들이다. 그런데, 그런 군인들이 자신들의 권력과 자신들의 목숨을 지켜내기 위해 수많은 국민의 목숨을 앗아간다면 이는 본질을 잃은 존재해서는 안 되는 집단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국민을 위해 국가원수가 존재할까? 아님 국가원수를 지켜내기 위해 국민이 존재할까? 이건 굳이 대답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그럼에도 본질을 잃어버린 자들로 인해, 우리의 현대사는 부끄러운 역사를 만들어 냈던 것이다.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우리의 자라나는 세대들이 이처럼 좋은 책들을 통해, 우리의 아픈 역사를 알고 장차 그들이 자라 이 땅의 평화를 만들어 가는 자들, 평화의 수호자들이 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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