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전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고전
김성재 지음, 백대승 그림 / 현암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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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토끼전>이지만, 실상 그 온전한 내용을 다 읽어본 적은 거의 없다는 생각이다. 이번에 현암사에서 출간된 『토끼전』에 관심을 갖게 된 첫 번째 이유이기도 하다.

 

작품해설에서도 알 수 있듯이, <토끼전>은 판소리계 소설이다. 이 말을 조금 다르게 표현한다면, 그만큼 구전된 전승이 각양각색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판소리계 소설들이 대체로 그러한대, 그 중에서도 <토끼전>이 가장 다양한 이본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 명칭 역시, <토끼전>, <별주부전>, <토선생전>, <토생전>, <토처사전>, <토공전>... 등등 수많은 명칭으로 불리고 있다고 하니, 그만큼 다양한 전승과 이본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책, 『토끼전』은 이런 다양한 이본 가운데 신재효가 정리한 판소리 대본을 거의 그대로 활자화한 완판본 『토별가』를 대본으로 하였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아는 커다란 줄거리를 그대로 하면서, 판소리가 계속되면서 여러 가지 살이 붙어 있다고 여기면 될 성싶다.

 

토끼전을 읽으며, 무엇보다 두드러지게 느낄 수 있는 점은 당시 판소리를 통해, 응어리를 해소하던 민중들의 마음을 느껴보게 된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토끼의 승리가 두드러진다. 토끼는 가장 약한 동물 아닌가! 그런 동물이 용궁 전체를 조롱하듯 골려먹고, 자신의 목숨을 건져낼뿐더러 엄청난 영웅담을 만들어감이야말로 민중들이 열광할 소재가 아니었을까?

 

게다가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용왕이 고칠 수 없는 병에 걸리는데, 그 이유 역시 참 풍자적이다. 용왕이 병에 걸린 이유는 너무 놀아서다. 민중의 삶을 위해 동분서주하며 과로하여 병에 걸린 것이 아니다. 민중의 삶이야 어떻던 상관치 않고 자신들만의 향락에 젖어, 그 쉼과 놂이 지나쳐 병에 걸려 일어나지 못하는 지도자. 『토끼전』은 시작부터 통쾌하다.

 

마지막은 또 어떠한가. 용왕이 어떻게 병에서 낫게 되느냐하면, 다름 아닌 지혜로운 모습으로 육지로 돌아간 토끼가 마치 바다 세상 전부를 조롱하듯 싸놓은 토끼 똥을 먹고 낫게 된다. 민중의 똥을 드시고 힘을 얻게 된 나랏님! 게다가 토끼 똥이야말로 얼마나 그럴듯한 모양인가. 환약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모양새야말로 해학의 극치가 아닐까?

 

토끼의 간을 필요로 하는 설정은 또 어떤가? 어째서 권력자는 자신의 안위를 위해 민중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간을 구하는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척척 진행시켜나가는 걸까? 그 발상이야말로 권력의 무서움을 보여준다.

 

또한 용궁의 내각 신료들의 모습은 또 어떤가? 너도나도 입만 살아 있는 신하들, 말로만 충신이고, 자신들은 수많은 권리를 누리면서도 책임은 떠넘기기에 바쁜 모습, 서로 편을 나눠(문과 무) 헐뜯고 잡아먹으려 으르렁거리는 모습은 과연 설화 속에서만 존재하는 모습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이런 모습이야말로 판소리소설이 보여주는 풍자와 해학이 아닐까?

 

물론, 이런 풍자의 극치는 토끼의 혓바닥에 놀아나는 용왕과 신하들의 모습이다. 정말 말도 안 되는 논리임에도 용왕과 신하들은 혹해서 오히려 충신인 주부 자라를 압박하지 않나? 어쩌면, 충성을 다했음에도 용왕과 신하들의 타박을 들어야만 했던 주부 자라가 토끼의 똥을 고이 간직하여 용왕에게 가져감이야말로, 자라 역시 소심한 복수를 하는 것은 아닐까? 소설은 말하고 있지 않지만, 어쩌면 자라는 토끼 똥이란 말을 하지 않고 용왕에게 진상했을 것이다. 비록 토끼의 간은 놓쳤지만, 결코 구할 수 없는 영약을 구했노라며...

 

『토끼전』, 어쩌면 여전히 풍자와 해학에 갈증을 느끼는 현대인들에게 청량한 영약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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