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버리면 그대가 손해
이형순 지음 / 도모북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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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 『날 버리면 그대가 손해』는 <다음(Daum) 작가의 발견 - 7인의 작가전>에 작가가 연재했던 작품이다. 우선 두 주인공의 캐릭터가 제법 얄궂다. 제1화자인 남자 주인공 선재는 살 이유가 없는 남자이며, 제2화자(소설의 후반부-대략 전체 분량 가운데 4/5 정도가 진행된 시점-에서 화자는 해인으로 바뀐다. 이렇게 화자가 바뀌는 결정적 이유가 있다)인 여자 주인공 해인은 죽을 이유가 많은 여자다.

 

살 이유가 없는 남자, 그리고 죽을 이유가 많은 여자, 이 둘은 같은 듯 다르다. 죽을 이유가 많다고 해서 죽음으로 치닫는 것은 아니다. 죽을 이유가 많아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이들도 많다. 해인도 그렇게 살 수 있다면. 또한 살 이유를 못 찾는다는 것, 역시 그러니 죽고 싶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물론, 선재는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들을 간혹 보인다. 결정적인 행동도 있었고 말이다. 그럼에도 살 이유가 없다는 것은 살길 원하는데, 굳이 열정을 바쳐 살 이유를 찾지 못하는 것일 뿐으로 이해하면 좋겠다. 그렇기에 선재는 살 이유, 즉 열정의 대상을 찾는다. 그것이 한 때는 한의학이기도 했었으며, 궁극적으로는 해인을 향한 사랑이다.

 

이 사랑은 마치 해인을 처음 만날 때의 그 풍경처럼 소나기와 같은 사랑이다.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에 여린 잎들이 꺾어져 나갈 수도 있듯이 이 사랑은 상처 입히고, 상처 입을 그런 사랑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처럼 때론 상대를 아프게 할 만큼 몰아치는 사랑에도 불구하고 선재의 사랑은 변치 않는다. 선재 역시 왜 자신이 해인을 사랑하는지 알 수 없다. 해인은 선재를 죽도록 사랑해 주지도 않는다. 도리어 선재 앞에서 다른 남성들을 찾는 그런 모습을 보이며, 선재를 투명인간 취급을 한다. 게다가 해인의 모습이 선재가 세워놓은 기준에 부합되는 사랑도 아니다. 그럼에도 선재는 해인을 사랑한다. 그저 해인이 선재의 시야에 존재해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그런 사랑을 말이다.

 

과연 살 이유가 없는 남자인 선재에게 해인을 향한 그 사랑이 살아갈 이유가 될 수 있을까? 또한 그 사랑은 과연 어떤 결과를 낳을 수 있을까?

 

한편 죽을 이유가 많은 여자 해인이 죽을 이유가 많은 건 상처가 많기 때문이다. 자신의 실수로 엄마를 죽인 상처, 그리고 아버지를 통해 받은 성적 폭력과 상처, 여기에 더하여 시력을 잃어가는 육신. 과연 죽을 이유가 많은 그녀에게 선재의 한결같은 사랑이 모든 것을 상쇄할 수 있을까?

 

이 소설은 바로 이 둘의 운명적 만남, 소나기와 같은 만남과 사랑을 이야기한다. 그 사랑이 결코 달콤하지 않다. 부드럽지도, 아름답지도 않다. 오히려 난폭하다. 그래서 소나기와 같은 사랑이다. 그런 둘의 사랑이야기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이루어질 수 없는, 아니 이루어지지 않은,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루어진 그 사랑의 결말에 가슴이 아려온다. 아프다. 그래서 싫다. 게다가 그 사랑이 바보 같다. 하지만, 멋지다. 오랜만에 먹먹한 사랑에 가슴을 적시고, 눈시울을 적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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