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도 - 관점을 뒤바꾸는 재기발랄 그림 에세이
김수현 글.그림 / 마음의숲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작가의 세 번째 에세이집인 『180도』엔 이런 부제가 붙어 있다. “관점을 뒤바꾸는 재기발랄 공감 에세이”라고 말이다. 그러니, 이 책이 지향하는 내용은 관점을 뒤바꾸는 데에 있다. 책 제목마저 『180도』이니 말이다.

 

하지만, 솔직한 평가를 한다면, 관점을 뒤바꾸는 내용들은 글쎄다. 새롭게 접근하는 내용으로 본다면 그런 내용들은 별로 없다고 말해도 좋겠다. 하지만, 독자들의 생각을 바꿔주는 의미라고 본다면, 이런 단서를 붙일 수도 있겠다. 누군가의 생각을 바꿔줄 수 있을 것이기에 말이다. 그럼에도 대다수의 내용들은 어쩌면 독자들 역시 알고 있을, 또는 그렇게 실제 삶 속에서 살아내고 있을 내용들이기도 하다. 독자들에게 새롭다는 의미는 별로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어디 해 아래 새것이 있겠는가! 우린 여전히 누군가의 글을 참고하고 인용하지 않는가? 내가 모를 뿐이지, 여전히 누군가의 글과 사상에 영향을 받아 말하고, 글을 쓰고 하니 말이다.

 

그 다음 문구인 ‘공감 에세이’에서의 ‘공감’은 있다. 그리고 비록 새로운 내용이 아니라 할지라도 그 가운데서 나에게 공감을 주는 내용들을 붙잡고 다시 한 번 되새겨 본다면 되지 않을까 싶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글을 함께 나눠본다면, “두 종류의 꿈”이란 글이다. 이렇게 시작된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꿈이 있다. 현실로 이루기 위한 꿈과 현실을 미루기 위한 꿈. 현실을 미루기 위한 꿈은 현실을 외면하는 그럴듯한 명분이 되기도 하고, 자신이 책임져야 할 일을 타인에게 떠넘기기 위한 비겁한 변명이 되기도 한다. 그저, 노력 없이 알량한 자존심을 세우기 위한 꿈도 있는 것이다. (이하 생략)”(30쪽)

 

과연 내가 꿈꾸는 꿈은 현실로 이루기 위한 꿈인가? 현실을 미루기 위한 꿈인가? 다시 한 번 꿈을 향해 담금질 해보게 된다.

 

요즘 이 책처럼 별반 새롭지 않은 내용이라 할지라도 독자들에게 공감을 얻어낼 만한 내용들을 모아, 저자의 창작인지, 인용인지 알 수 없는 글들과 여기에 예쁜 그림을 곁들여 출판되는 책이 적지 않다. 이것 역시 요즘의 유행 아닌 유행인가 보다. 솔직히, 우려하는 마음이 없진 않다. 그럼에도 뭐 어떠하랴. 나 역시 이렇게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들을 여전히 찾고 있으며, 그 안에서 나름 공감을 느끼고, 뭔가를 붙잡을 수 있다면 이미 그것으로도 책으로서의 역할을 감당한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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