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나로 살지 않은 상처
앤 비티 지음, 김희숙 옮김 / 문학테라피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앤 비티의 소설 이후 ‘비티세대’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그녀의 작품은 미국 사회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하는 앤 비티. 과연 어느 정도 길래 이런 찬사가 붙었을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책장을 편다.

 

『온전한 나로 살지 않은 상처』는 앤 비티의 9편의 단편들을 모아놓은 단편집이다. 이 가운데 마지막 이야기인 「낱말 바꾸기」만이 2001년 작품이고, 나머지 작품들은 그녀의 초기 작품들(1970년대)인 듯싶다.

 

다 읽은 후에 든 생각은 솔직히 ‘이게 뭐지?’ 였다. 특별한 사건도, 특별한 스토리가 있는 것도 아닌, 그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누군가의 일상의 한 단면을 잘라 옮겨놓은 듯한 이야기들. 무엇을 말하려는 건지 의아한 밋밋한 전개들. 21세기를 살아가는 한국인의 정서와는 맞지 않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래서 앤 비티가 글을 쓰던 당시를 한 번 떠올려본다. 그 당시는 히피문화가 미국전역을 휩쓸 때였다. 그래서인지, 「온전한 나로 살지 않은 상처」에서는 이러한 히피문화를 느낄 수 있고, 일면 동경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로스쿨 진학을 위해 애쓰던 샘은 어느 날 갑자기 진학을 포기하고 자유로운 여행을 떠난다. 여행을 떠나기 전의 샘은 자신은 행복하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여행 중에 보낸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서부로 오세요. 따뜻하고 아름답습니다. 시도해 보지 않고 어떻게 알겠어요?

 

자유를 찾아 떠난 여행이 그에게는 아름다운 행복을 주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는 부분이다. 오늘날에도 미국의 창조성은 히피문화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그래서인지, 「온전한 나로 살지 않은 상처」에서의 샘이 음악교사인 엘런에게 해주는 아이디어들은 독창적이고 창의적이다. 자유를 갈망하는 그 영혼에 이러한 창조성이 감춰져 있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이야들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있다. 그것은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삶이 대체로 정돈되지 않은 뒤죽박죽의 삶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오늘날의 니트족처럼 일하지 않으려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일하려 하지 않고, 그저 마리화나나 피워대는 모습. 게다가 이혼이 빈번하며, 배우자보다는 개나 고양이를 더욱 사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모습이 앤 비티가 당시 미국 사회를 향한 풍자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특별한 사건도, 특별한 스토리도 없는 이야기들이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면 어쩌면 그것이 앤 비티의 능력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책장을 덮는다. 책에서 인용한 글 가운데 마음에 와 닿는 구절이 있어 적어본다.

 

“우리는 늑대 꿈을 꿔서 겁먹는 것이 아니다. 먼저 겁을 먹었기 때문에 늑대 꿈을 꾸는 것이다.”- Samuel Taylor Coleridge (112쪽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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