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자젤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수많은 작품을 쓴 것으로 유명한 아이작 아시모프의 단편집 『아자젤』과의 만남은 참 유쾌한 시간이었다(그는 평생 466권의 책을 썼다고 한다). 모두 18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진 이 소설집은 모두 같은 구조로 이루어진 이야기들이다.

 

먼저 이야기를 전하는 화자가 있는데, 조지란 사람으로 이 사람은 공짜 밥 얻어먹는 것을 일생일대의 가장 큰 즐거움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조지가 하는 말을 듣는 청자는 바로 작가 본인으로 조지에게 밥을 사주며, 이야기를 듣는다. 물론, 종종 조지에게 5달러 내지 10달러를 빌려주며. 그러니 작가는 조지라는 가상의 사람 입을 빌어, 18편의 이야기를 창작해내고 있는 것이다.

 

조지에게는 남들에게 밝힐 수 없는 비밀이 하나 있다(그는 이 비밀을 아무에게도 밝히지 않는다고 자신한다. 하지만, 언제나 저자에게 말하곤 한다). 그것은 그가 가문 소유였던 폐허가 된 낡은 성에서 악마를 불러내는 법이 적혀있는 책을 찾아내었고, 그 비법 그대로 악마 소환에 성공한 것이다.

 

이 악마가 바로 ‘아자젤’이다. 크기가 2cm에 불과한 귀여운 악마. 하지만, 그에게는 악마답게(?) 능력이 있었으니, 자신을 소환한 사람의 소원을 들어준다는 것. 그것도, 말한 그대로 들어주는 것이다. 말한 그대로 들어준다니, 이런 귀여운 악마 하나 키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조심하시라! 이 악마를 통해 소원들이 모두 이루어지지만, 그 결과는 반전, 아이러니가 가득하니 말이다. ‘말한 그대로’ 이루어진다는 데 그 함정이 있다. ‘아자젤’은 능력이 있다. 그런데 그에게 부족함은 아마도 창의적 사고가 아닐까? 그는 조지가 원하는 그대로만 소원을 이루어준다.

 

예를 든다면 이런 식이다(「봄날에 벌이는 싸움」이야기다).

대학에서 할 줄 아는 것이 공부밖에 없는 청년이 있다. 그는 왜소한 체격과 자신감 없는 성격으로 인해, 자신이 마음에 두고 있는 여학생에게 말 한 마디 해보지 못했다. 그리고 그 여학생과 사귀는 거친 남학생에게 언제나 괴롭힘만을 당할 뿐이다. 그런 그 청년은 바로 조지의 대학동창의 아들이었으니, 친구의 부탁에 의해 조지는 조카를 구하기 위해 나선다. 바로 아자젤을 통해, 약한 조카에게 능력을 부여해주는 것. 그 능력은 다름 아닌 상대가 아드레날린을 분비하며 달려들 때마다 반사 작용을 발휘해 어떤 주먹질에도 맞지 않게 하는 능력이었던 것. 그래서 결국 거친 남학생과 싸워 한 대도 맞지 않고, 승리하게 됨으로 나중에는 복싱 선수로 이름을 날리기도 하고, 자신에 마음에 두던 그 여학생과 결혼에 성공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 청년은 자신에게 엄청난 능력을 부여해주고, 자신의 삶을 바꿔놓은 조지에게 감사할까? 아니다. 도리어 조지를 죽이지 못해 분해한다. 왜? 아드레날린을 분비하는 상대로부터 옷깃 하나 닿지 않을 반사신경을 부여받은 관계로 사랑하는 아내가 애정행위를 하려 할 때마다 몸은 본능적으로 움직여 피하게 되는 것. 상대가 아드레날린을 잔뜩 분비하니 말이다.

 

이것이 바로 이 책에 실려 있는 모든 단편들이 가지고 있는 아이러니, 반전이다. 그렇다. 조지는 친구를 돕겠다는 선한 의도(사실, 그 안에 조금은 악한 의도들이 감춰진 경우가 많다. 예를 든다면 상대의 소원을 들어줌으로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는 의도가 있기도 하다)로 자신이 소환할 수 있는 귀여운 악마 아자젤을 통해, 소원을 들어주지만, 그럼에도 상대가 이 일로 행복해지기보다는 모두가 다 또 다른 비참함과 절망에 빠지게 된다.

 

아마도 이것이 작가가 우리에게 전하는 감춰진 메시지가 아닐까? 내가 노력하여 얻은 결과가 아닌, 이처럼 말도 안 되는 뭔가에 의해 일어난 소원성취는 또 다른 문제, 아니 더 큰 문제를 잉태하게 된다는.

 

하지만, 아무리 그럴지라도 이런 귀여운 악마 하나 친구로 둘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아무튼 이 책, 참 재미나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 수 있는 그런 작품임에 분명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