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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가 쿵쿵, 호박이 둥둥 - 제19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 수상작(저학년) ㅣ 신나는 책읽기 44
김애란 지음, 박세영 그림 / 창비 / 2015년 3월
평점 :
이 동화 『멧돼지가 쿵쿵, 호박이 둥둥』은 제19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에서 저학년부문 대상을 받은 작품이라고 하네요. 그래서 아무래도 더 기대를 갖게 되네요.
미라와 아라 자매, 그리고 이웃집의 이장님 아들인 경모가 그 주인공이랍니다. 동생 아라는 엄마가 짜준 소중한 무릎 담요를 잃어버렸답니다.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요? 처음엔 옆집 경모를 의심합니다. 하지만, 경모는 범인이 아니라네요. 그럼 범인은 누구죠? 경모는 유력한 범인으로 호박죽 할머니를 의심하네요. 호박죽 할머니는 구미호라고 불린답니다. 왜냐하면 할머니가 아이들을 혼낼 때, 자긴 꼬랑지가 아홉 개라 모르는 게 없다고 엄포를 놨거든요. 그래서 아이들은 할머니가 사람으로 변신한 구미호라고 확신합니다. 게다가 언제나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데, 그건 빨간 눈동자를 감추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거죠.
그런 구미호가 범인이라니 어떻게 하죠? 그래도 미라와 아라, 그리고 경모는 용기를 내어 호박할머니에게로 향한답니다. 과연 아이들은 범인을 찾아 담요를 얻을 수 있을까요?
먼저, 이런 아이들의 용기가 돋보이네요. 물론, 그럼에도 겁이 없는 건 아니랍니다. 겁이 나죠. 그래서 머뭇거리기도 하고요. 그런데, 도리어 이런 모습이 귀엽게 느껴지고, 그 표현이 예쁘기도 하고요. 소중한 것을 찾고 지켜내기 위해 겁이 나지만 그럼에도 용기를 내는 모습이 참 멋지네요. 이런 용기가 우리의 것이 되면 좋겠네요.
또한 아이들이 호박죽 할머니를 구미호라 생각하는 것은 순전히 편견과 오해 때문이랍니다. 처음엔 이처럼 오해하지만, 나중엔 호박죽 할머니가 끓여주는 호박죽을 맛나게 먹죠. 우리에게도 이런 편견과 오해가 없진 않겠죠. 괜히 누군가를 오해하고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모습이 말입니다. 이런 모습은 썩 예쁜 모습, 지혜로운 모습은 아님에 분명하겠죠?
사실 이야기 속에서 호박죽 할머니가 언제나 선글라스는 끼고 있는 이유는 아들이 사준 것이기 때문이랍니다. 이제나 저제나 아들이 찾아오길 기다리게 하는 불효막심한 아들일지라도 아들이 사준 선글라스를 몸에서 떼지 않는 할머니의 모습이 애틋하기만 하네요. 우리네 부모님들은 자식의 소식을 이렇게 기다린다는 생각에 뭉클하기도 하고요.
이야기의 말미는 할머니를 잡아먹으려는 멧돼지, 그리고 그 멧돼지와 맞서 싸우는 아이들의 모습이 초현실적이기도 하네요. 뭐, 이게 동화니까요. 두려움과 회피의 대상이기만 했던 호박죽 할머니를 위해 두려움을 떨쳐 멧돼지와 싸우는 아이들의 모습은 이야기를 화합의 장으로 우릴 초청하네요. 어쩜, 이것이 작가가 원하는 모습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이야기처럼 오해와 편견, 회피를 떨쳐버리고 하나 되는 화합의 마당이 우리 앞에 놓이게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