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사랑하면 언제라도 봄
이해인 지음 / 열림원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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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으로도 우리의 마음을 따스하게 만들어주는 예쁜 시집을 만났다. 바로 이해인 수녀의 시집, 『서로 사랑하면 언제라도 봄』이다. 이 시집은 1999년에 발표된 시집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의 개정증보판이다. 당시의 시를 그대로 실었으며(물론, 시의 배치는 완전히 바뀌었다), 여기에 신작 시 35편의 시가 새롭게 추가되었다.

 

아무래도 새롭게 실린 시들 가운데는 시인의 투병생활의 영향 때문인지, 아픈 날들에 대한 노래가 16편이나 된다. 그래서 왠지 더 뭉클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전체적인 시의 분위기는 따스하고 아름답다. 이는 시집을 처음 펼쳤을 때, 만나는 시어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물론 예전 시집 역시 아름다운 시구이자 이젠 유명해진 시구로 시작한다. 나무 안에 수액이 흐르듯/내 가슴 안에는/ 늘 시가 흘러요 - 시의 집 일부).

 

우리 서로 / 사랑하면 / 언제라도 봄 (중략)

몸과 마음이 / 많이 아플수록 / 봄이 그리워서 / 봄이 좋아서 //

나는 너를 / 봄이라고 불렀고 / 너는 내게 와서 / 봄이 되었다 //

우리 서로 / 사랑하면 // 살아서도 / 죽어서도 // 언제라도 봄

<봄의 연가> 일부

 

시인은 사랑을 노래한다. 그리고 그렇게 사랑하는 한 비록 아파도, 더 나아가 비록 죽어도 우린 봄을 누릴 수 있다고 고백한다. 아마도 시인에게 이 봄의 심상은 천국과 같은 의미가 아닌가 싶다. 이는 이 시집의 마지막 노래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내가 당신을 / 깊이 / 사랑하는 순간 /

당신이 나를 / 진심으로 / 사랑하는 그 순간은 / 천국입니다.

<어느 날의 일기> 일부

 

이 두 시 모두 새롭게 실린 노래들이다. 아마도 시인은 투병생활을 통해, 사랑이야말로 봄날을 누리는 비결이며, 천국을 끌어오는 힘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지 않았나 싶다. 이 아름다운 시집을 통해, 이 봄 우리의 마음이 따스해지고, 우리의 인생이 천국을 누리는 아름다운 축복이 주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모두 아름다운 노래들이지만, 또 하나의 노래를 적어본다.

 

꽃 이름 외우듯이 / 새봄을 시작하자 / 꽃 이름 외우듯이 /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는 즐거움으로 / 우리의 첫 만남을 시작하자 //

우리 서로 사랑하면 / 언제라도 봄 //

먼 데서도 날아오는 꽃향기처럼 / 봄바람 타고 /

어디든지 희망을 실어 나르는 / 향기가 되자

<꽃 이름 외우듯이> 일부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고, 서로를 사랑함으로 비록 여전히 우린 힘겨운 인생, 때론 삭막하고, 때론 척박한 인생을 살아가지만, 그 가운데서도 꽃향기처럼 희망을 실어 나르는 향기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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