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돈이 내린다면 - 2004년 카네기 메달 수상작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41
프랭크 코트렐 보이스 지음, 이재경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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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돈벼락 한번 맞아 봤으면 하는 마음이 있을 게다. 여기 진짜 돈벼락을 맞은 친구들 이야기가 있다. 영화 <밀리언즈>의 원작소설이기도 한 『하늘에서 돈이 내린다면』이다. 책 제목처럼 정말 하늘에서 돈이 가득 담긴 자루가 뚝 떨어졌다. 이 신나는 이야기 속으로 잠시 들어가 보자.

 

주인공인 데미안 커닝엄의 가족은 형 안소니 커닝엄과 아빠, 이렇게 세 식구로, 엄마의 죽음 이후 데미안의 가족은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펼쳐지는 신나는 이야기다. 화자는 데미안이지만, 주인공은 형제라고 해야 하겠다. 그런데, 이 형제는 둘이 참 다르다. 형은 돈에 눈이 뜨였다. 언제나 재테크에 관심이 많으며 경제적 지식도 상당한 수준이다. 반면 동생 데미안은 성인(聖人)들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알 수 없는 성인들의 스토리를 쭉 꿰고 있다. 그리고 자신 역시 그런 성인이 되기 위해 고행을 하기도 한다. 일부러 침대가 아닌 바닥에서 잠을 자기도 하며, 맨발로 학교에 가기도 한다. 심지어 호랑가시 나뭇잎을 옷 속에 잔뜩 집어넣어, 몸에 상처를 입게 됨으로, 자해하는 모습으로 비춰져 선생님과 아빠로 하여금 정신 상태를 의심케 하기도 한다.

 

이런 두 형제 앞에 돈 자루가 떨어졌다. 때는 유로화로 전환하기 직전, 그래서 파운드화를 폐기처분하기 위해 소각장으로 가는 열차에 강도들이 들어, 이 돈 자루들을 곳곳에 떨어뜨렸는데, 그 일당들이 수거하기 전에 데미안이 이 돈 자루를 습득하였던 것. 그 돈이 자그마치 우리 돈으로 환산할 때, 4억 가량. 이렇게 돈벼락을 맞은 형제는 이 돈을 유로화로 완전 교체되기 전에 다 써버려야 하는데, 과연 어떻게 하면 이 돈을 기한 안에 다 쓸 수 있을까? 그리고 그런 형제들 앞에는 과연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무엇보다 돈 앞에 보이는 형제의 반응이 서로 다르다. 형은 이 돈으로 재태크를 꿈꾼다. 반면 동생은 이 돈으로 많은 어려운 자들, 가난한 자들을 도움으로 자신 역시 성인의 반열에 오르기를 꿈꾼다. 이것이 두 형제의 돈에 대한 서로 다른 접근이다. 과연 무엇이 옳은가? 그 판단은 우리의 몫이다.

 

반면 또 다른 돈에 대한 반응도 눈에 띈다. 바로 두 형제이 푸는 돈의 수혜자들의 반응이다. 두 형제는 돈을 학교에서 풀기 시작한다. 통학하는 길에 자전거를 태워줬다고 해서 큰돈을 주고, 숙제를 대신 해준다고 돈을 주는 식으로 많은 돈을 친구들에게 풀게 된다. 이렇게 해서 학교 내에는 많은 돈이 돌게 되는데, 그렇다고 해서 아이들이 행복해지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 모두에게 돈이 생김으로 학교 내엔 극심한 인플레이션 현상이 벌어지게 된다. 그리고 더 많은 돈을 요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동생인 데미안이 형 안소니에게 하는 말을 보자.

“보통 문제가 아냐. 다들 돈이 생겼지만 전보다 부자가 된 애는 없어. 다들 더 비싼 값을 부르니까. 생각해봐. 그림 한 장에 100파운드라니. 그것도 사인펜으로 그린 게. 물감으로 그려 달라니까 돈을 더 달래.”(119쪽)

 

형제는 처음에는 선의로 돈을 친구들에게 줬다. 하지만, 나중에는 너도나도 작은 일에도 보수를 요구한다. 아무도 돈에 만족하지 못하고, 너도나도 손을 벌리는 모습만을 보인다. 돈 앞에 체면도 없다. 이런 모습은 나중에 데미안의 집 앞에 몰려오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아니, 이 모습은 어쩌면 오늘 우리들의 모습이 아닐까. 이미 돈 앞에서는 체면도, 양심도, 자신의 소신도, 학문적 자존심도, 이념도 소용이 없는 시대에 살고 있진 않은지. 어쩌면 작가는 이런 우리들의 모습을 유쾌한 이야기로 풀어가며 꼬집고 있는 것은 아닐까?

 

또한 작가는 이 이야기를 통해, 돈만이 인생의 행복을 좌우하는 조건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있지 않을까? 아이러니하게도 돈을 잃지 않기 위해 돈 가방을 매고 다니며, 데미안은 이렇게 고백한다. “우리는 현금으로 가득한 가방을 등에 짊어졌다. 그야말로 돈이 짐이 됐다.”(180쪽) 실제, 돈은 계속하여 데미안을 괴롭게 하고, 슬프게 하기도 한다. 돈이 행복의 요소가 아닌, 도리어 힘들게 하는 짐이 될 수 있음이 재밌다.

 

데미안은 실제 태워져야 할 돈이었기에(비록 유로화로 바꾼 돈이긴 하지만, 원래 태워져야 할 값어치였다는 의미)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집 주위로 몰려들어 들끓는 모습에 이 돈들을 다 태워버린다. 하지만, 물론 똑똑한 가족들은 한 뭉치씩 꼬불쳐 놨다. 앞날이 어찌 될지 모르기에 유비무환의 지혜로운(?) 모습이다. 그런데, 이 돈은 나중에 가족 모두의 뜻에 의해 가족 가운데에 돈으로부터 지배당하지 않고 바른 생각을 갖고 있는 데미안의 뜻에 따라 나이지리아 북부에 14개의 우물을 파는데 사용된다. 그리고 이것이 작가가 말하는 “해피엔딩”이다.

 

그렇다. 작가는 우리에게 한탕 대박을 꿈꾸는 인생이 행복한 인생이 아니라, 하늘에서 돈이 뚝 떨어지는 횡재를 맛보는 인생이 행복한 인생이 아니라, 누군가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진심으로 펼치는 인생이 행복한 인생이라는 것을 말한다. 우리에게도 이런 행복한 인생이 주어질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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