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의 시간 하늘의 시간
조정민 지음 / 두란노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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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시간 속에서 살아간다. 어느 누구도 시간의 흐름을 거스를 수도 벗어날 수도 없다. 그리고 모두에게 주어진 하루의 시간은 동일하다. 부자라고 해서, 힘이 세다고 해서, 높은 자리에 앉았다고 해서 하루에 25시간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모두 동일하게 24시간이 주어진다. 하지만, 어떤 이는 24시간을 마치 48시간처럼 사용하는 반면, 어떤 이는 24시간을 12시간처럼 사용하기도 한다. 이것이 시간의 상대적 개념이다.

 

여기에서 두 가지 시간의 개념이 나온다. 바로 크로노스와 카이로스다. 크로노스는 모두에게 동일하게 주어지는 절대적 시간이며, 과거에서 현재를 지나 미래로 향하는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 시간이다. 즉 연대기적 시간이 크로노스이다. 반면 카이로스는 연대기적 시간이 아닌, 어떤 순간, 어떤 사건이란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을 듯싶다. 어떤 순간, 때가 카이로스다. 그리고 이 시간은 느낌의 시간이기도 하다. 예를 든다면, 똑같은 한 시간(크로노스)을 보낼 때, 사랑하는 연인과 보낸다면, 이 시간은 마치 몇 분처럼 여겨질 것이며, 정말 함께 있고 싶지 않은 사람과의 1시간의 시간은 마치 천년과 같이 느껴질 것이다. 이 시간이 바로 카이로스다.

 

이렇게 구분되어지는 시간을 신앙 안에서는 또한 이렇게 정의한다. 크로노스는 세상의 시간이며, 카이로스는 하나님의 시간이다. 크로노스는 땅의 시간이며, 카이로스는 하늘의 시간이다. 그렇기에 특히 카이로스는 하나님과의 관계 아래서 정의되어지는 시간이다.

조정민 목사의 신작 『땅의 시간 하늘의 시간』은 바로 이 시간, 크로노스와 카이로스에 대해 말한다. 아마도 저자가 신앙공동체 안에서 행한 설교를 정리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책을 통해, 저자가 강조하는 바를 간단하게 말하면 이렇다.

구원이라는 것은 땅의 시간에서 하늘의 시간으로의 초대, 인간의 시간에서 하나님의 시간으로의 초대, 크로노스에서 카이로스의 초대다. 물론, 우리는 땅의 시간인 크로노스를 벗어날 수 없다. 우린 여전히 크로노스 속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그 안에서 카이로스의 시간을 살아가는 것, 이것이 바로 구원이다.

 

구원이란 내 시간이 끝나고 하나님의 시간이 시작되는 사건이다. 이렇게 구원받은 자가 하나님의 시간을 살아간다는 것은 시간의 우선순위를 바로 알아야 하며, 영원이라는 하나님의 시간을 알고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크로노스)은 언젠가 끝이 있음을 기억하며, 종말론적인 시간을 살아가야 하며, 시간을 아끼며 사명의 부지런함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크로노스의 시간, 즉 인간의 시간 속에 있다는 것 자체가 하나님으로부터 일이 주어졌다는 것이고, 그 일을 해야 할 책임과 소명이 주어졌다는 뜻이기에, 우리는 인간의 시간 안에서 하나님의 일을 감당하며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한 마디로 우리는 크로노스의 시간 속에서 살아가지만, 매 순간을 카이로스의 시간으로 살아가야 한다. 저자는 이처럼 크로노스의 시간에서 카이로스의 시간으로 옮겨가야 한다고 말한다. 맞다. 하지만, 옮겨가는 것이라기보다는 하나님의 시간이 내 시간 속으로 찾아오는 것이라 말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내 시간이 하나님의 시간으로 옮겨가는 것이 아닌, 내 시간 위에 하나님의 시간이 덧입혀지는 것이다. 왜냐하면 옮겨간다고 하면 자칫 이 땅에서 우리가 누릴 하나님의 시간을 오해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는 각자 개인의 시간이 끝났을 때, 온전히 하나님의 시간으로 옮겨가게 될 것이다. 하지만, 구원은 장차 죽어서만 누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역시 누리는 것이다(물론 저자가 이 땅에서 하나님의 시간을 살아내야 함을 말하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다. 저자 역시 그렇게 말하고 있다. 저자의 말이 틀리다는 말이 아니다. 단지, 옮겨감이란 어감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내 땅의 시간에 하늘의 시간이 덧입혀져서, 이곳에서 하나님의 시간을 누리며 살아가는 것이 구원이다. 그리고 이렇게 하나님의 시간을 누리는 사람들은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관점이 바뀌게 되고, 시간을 아끼며 나에게 주어진 사명을 감당하며 살아가게 된다. 이제 우리 땅의 시간 속에서 하늘의 시간을 살아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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