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마개 - 최신 원전 완역본 아르센 뤼팽 전집 5
모리스 르블랑 지음, 바른번역 옮김, 장경현.나혁진 감수 / 코너스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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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센 뤼팽 전집』 5번째 책인 『수정마개』 역시 4번째 책인 『813』처럼 뤼팽의 무력함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물론, 『813』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지만.

 

이 이야기는 시기적으로는 앞에서 다루었던, 『기암성』, 『813』보다는 앞서는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뤼팽과 그의 부하들인 질베르와 보슈레이는 도브레크 의원의 집을 방문한다. 물론, 그 방문 목적은 재물의 재분배를 위한 것. 쉽게 말해 도둑질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이 방문에서 이들은 위기에 놓이게 된다. 보슈레이가 그곳에서 살인을 하게 되고, 모두 함께 경찰에 붙잡히게 되는 것. 뤼팽만이 기지를 발휘해 풀려나지만, 뤼팽은 자신의 부하들을 구하기 위해 이 사건을 처음부터 살펴본다.

 

이번 방문은 뤼팽이 의도한 것이 아닌, 부하들의 계획에 의한 방문이었기에 뤼팽은 이 사건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것. 그러는 가운데 뤼팽은 이 사건이 도브레크 의원이 가지고 있는 수정마개, 아니 정확히는 그 수정마개 안에 들어 있는 하나의 서류 때문임을 알게 되고, 그 서류를 손에 넣기 위해 애쓴다. 이 서류는 다름 아닌 국가적 스캔들에 참여했던 27명의 명단이 적혀 있는 서류다.

 

이 서류를 가진 도브레크 의원은 이 약점을 가지고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협박하고, 그로 인해 절대적 힘을 휘두르고 있었다. 이 이야기에서는 뤼팽과 맞서는 또 하나의 악당으로 도브레크 의원이 등장한다. 과연 뤼팽은 악당 도브레크에 맞서 ‘수정마개’를 손에 넣을 수 있을까? 그리고 자신의 부하들을 단두대의 위협으로부터 구해낼 수 있을까?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이번 이야기 역시 뤼팽은 전능한 능력을 보이지 못한다. 오히려 번번이 도브레크에게 당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바로 앞의 이야기인 『813』처럼 대적자의 뛰어난 능력 때문이라기보다는(물론 도브레크 역시 뛰어나긴 하지만) 상황들이 뤼팽이 의도한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삶의 의외성 앞에 뤼팽은 번번이 무릎을 꿇게 되는 것. 어쩌면, 이런 게 우리들 삶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지 않을까? 우리의 삶은 내 계획대로 되기보다는 언제나 예기치 않았던 돌발 상황들이 끊임없이 발생하니까 말이다.

 

이러한 악당의 능력과 상황의 의외성들로 인해 뤼팽은 마지막 순간까지 부하들을 구하지 못한다. 이런 가운데 뤼팽을 향한 질베르의 믿음과 부하들을 구출하기 위한 뤼팽의 처절한 노력, 그 진심이 느껴진다. 뤼팽의 무력함을 통해, 도리어 서로를 향한 신뢰와 믿음, 그리고 그 신뢰를 지키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과 진심이 가슴을 따뜻하게 하기도 한다.

 

이번 『수정마개』 이야기는 또 다른 울림도 준다. 바로 사건이 모두 완료된 후의 뤼팽의 고백이다.

 

“이번 모험만큼 갖은 고생을 하고 힘들었던 적은 없었네. 하지만 절대 용기를 잃으면 안 된다는 교훈을 준 모험이었지. 이번 모험의 이름을 ‘수정마개’라고 부르려고 하네. 일이 꼬이고 실수하느라 6개월이나 줄곧 실패만 거듭했으나 결국 오전6시부터 저녁6시까지, 즉 열두 시간 만에 이 모든 것을 만회했지. 그 열두 시간은 내 인생에서 가장 멋지고 대단한 시간이었어.”(324쪽)

 

마지막까지 용기를 잃지 않는 뤼팽의 모습, 그리고 그 고백이 마음에 와 닿는다. 비록 힘겨운 시간들이었고, 무력함을 드러내는 시간이었지만, 마지막까지 용기를 잃지 않고 나감으로 결국엔 모든 것을 만회하였노라는 뤼팽의 고백, 이 고백이 오늘 우리들의 고백이 될 수 있길 소망하며 5번째 이야기를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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