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징비록 - 지옥 같은 7년 전쟁, 그 참회의 기록
조정우 지음 / 세시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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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징비록>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아무래도 tv 드라마의 영향이겠다 싶다. 어쩌면, 작년 한해 가장 핫한 영화 가운데 하나였던 <명량>의 영향일 수도 있겠다. 아니 보다 근본적으로는 우리가 살아가는 현시대의 모습이 “징비”를 외쳐야 할 모습이어서 일수도 있겠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우리 역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건 환영할 만한 일일 것이다. 과거의 거울을 통해, 오늘 현재 우리들의 모습을 비춰볼 수 있고, 그렇게 바르게 비춰 보았을 때, 우리의 미래의 거울은 밝음을 비출 수 있을 것이기에 그렇다.

 

이처럼 류성룡의 <징비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즈음에 그동안 많은 역사소설로 우리를 찾아왔던 조정우 작가의 『소설 징비록』이 출간되었다.

 

책을 읽어가는 가운데, 부끄러운 역사의 한 가운데로 들어서게 된다. 조정우 작가의 작품은 무엇보다 쉽게 읽혀진다는 장점이 있다. 대단히 안타깝고 부끄러운 역사이지만, 재미나게 읽히게 된다. 아마도 그런 이유는 작가는 우리의 안타까운 역사보다는 왜를 향해 펼쳐낸 승리의 순간들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분량을 확보하였기 때문이 아닐까 여겨진다.

 

임진왜란을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는 『소설 징비록』은 우리에게 너무나도 많이 알려진 이순신 장군을 위시로 한 수전(水戰)은 생략되어 있고(저자의 전작 『이순신 불멸의 신화』에서 수전은 잘 그려내고 있다), 육전(陸戰)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그동안 어쩌면 이순신 장군에게 밀려, 임진왜란에 대한 이야기에서 조연이나 단역으로 밀려났던 인물들을 작가는 주연으로 등장시키고 있다. 그들은 곽재우, 정기룡, 김덕룡, 김시민 등이다. 이 가운데, 홍의장군으로 유명한 의병장 곽재우, 그리고 진주성 전투로 유명한 김시민 장군은 그래도 많이 알려진 장군들이지만, 정기룡 장군과 김덕령 장군은 잘 알려지지 않은 장군들인데(물론 이 기준은 내가 몰랐다는 이야기다), 이들의 업적에 대해 현장감 넘치는 필치로 그려내어 좋았다.

 

단지, 류성룡이 징비를 말할 수밖에 없었던 그 암담한 현실, 특히, 조정의 부끄러운 정치, 책임을 맡은 자들의 바람직하지 못한 모습들에 대한 언급이 부족하지 않은가 하는 아쉬움이 없지 않았다. 아울러, <징비록>을 적어낸 류성룡에 대한 언급도 너무나도 생략되어 있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위기 앞에서 보인 수많은 영웅들의 이야기는 우리의 가슴을 뜨겁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렇기에 『소설 징비록』은 부끄러운 역사에 대한 이야기이면서도 도리어 우리의 가슴을 뜨겁게 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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