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동 사람들
정아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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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동 사람들』은 우리 한국 사회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교육이란 주된 테마를 위주로 이 교육에 얽혀 있는 여러 모습들을 우리에게 고발하고 있다. 과연 이런 사회가 바르게 굴러가고 있는지를 독자들에게 묻고 있다. 독특한 표현방법으로 말이다. 이 소설은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각 단락의 화자로 등장한다. 일견 상관없을 듯싶은 사람들이 얽히고설켜 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결국엔 우리의 일그러진 교육 욕망을 고발하고 있다.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무엇보다 아이들 교육에 목숨 거는 모습이 기가 차지만, 오늘 우리들의 모습임에 마음이 무겁다. 사실 소설에 등장하는 모습들은 모두 우리들의 모습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음에도 남들이 하는 사교육에 따라가야만 하는 수정의 모습이 수정만의 모습이라 할 수 있을까? 아이들이 지나친 사교육의 압박에 머리 아파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그리고 내가 지나친 것은 아닐까 의문이 들면서도 애써 이렇게 해야만 사람을 만들 수 있다고 여기는 모습이 유미만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아이들에게 사교육을 시키지 않으면서도 사교육을 받지 않으면 아이가 친구를 사귈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친구들의 스케줄을 전부 외워놓고 끝나는 시간이 오면 달려가지 못해 안달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며, 자신의 교육 방침에 회의를 느껴야만 하는 게 과연 희진 만의 모습일까?

 

작가는 오늘 우리 한국사회의 교육의 병든 모습을 너무나도 잘 보여주고 있다. 아이들을 경주마로 표현하며, 자녀들을 수많은 학원으로 내모는 부모의 모습을 베팅으로 묘사하는 부분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이건 게임이야. 아니, 경마라 해야 더 정확하겠다. ... 부모와 일가친척들이 자식이라는 경주마에게 엄청난 돈을 베팅하는 거지. 이 베팅은 유치원 때부터 시작돼. 아니다, 요즘엔 그 연령대가 더 낮아진 것 같아. ... 베팅엔 여러 종류의 자본이 들어가. 돈은 물론이고 부모의 시간, 정보력, 노동력, 사교력, 여가까지. 최근 몇 년 동안엔 경마 판에 등장하는 관계자들의 다양화가 일어나면서 그들 사이에 자리싸움과 분파, 합종연횡 현상이 숨 가쁘게 일어났어. 그러면서 판돈이 어마어마하게 커졌고. 사설 학원이 대표적인 관계자고, 출판사, 교재 전문가, 시험 출제위원, 광고대행사, 학원 광고를 받아서 먹고사는 신문사, 그 신문사 기자들에게 잘 보여야 하는 정치인...”(122-3쪽)

 

우리사회의 사교육병이 사라질 수 없는 이유를 작가는 이처럼 진단하고 있다. 아니 어쩌면 이런 이유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가진 자들이 자신들만의 세상을 지켜내기 위해선 사교육이 더욱 활성화 되어야 유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원래 베팅이란 것은 큰 손이 이길 수밖에 없기에. 가진 자들의 사교육을 따라가려면 어지간한 사람들은 가지랭이가 찢어질 수밖에 없기에.

 

또한 마음을 무겁게 하는 부분들이 있다. 생존이란 문제 앞에서 정도를 포기하는 자들의 몸짓이 바로 그것이다. 먼저, 서영이란 친구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학업을 계속하기 위해 몸을 판다. 정도를 벗어나게 된 것이다. 또한 실력은 있지만 스펙에서 밀려, 결국 자신의 이력을 허위로 조작해야만 했던 승필의 모습, 역시 정도를 벗어난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정도에서 벗어난 행위를 하는 이들이지만, 이들의 그 몸짓이 오히려 애처롭고, 마음 한켠에서는 이들이 잘되기를 응원하는 마음이 드는 건 왜일까?

 

반면, 자신들의 자존심을 위해, 허영심을 위해 정도를 포기하는 자들의 몸짓도 있다. 이들의 모습도 마음을 무겁게 하기는 마찬가지다. 바로 해성엄마 장유미와 태민엄마 심지현이 그들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상처 난 자존심 회복을 위해, 아무런 죄가 없는 담임선생을 몰아세운다. 학부모들을 선동하여 등교거부를 하게 한다. 이런 이들의 몸짓 역시 정도를 벗어난 모습이며, 이런 이 몸짓은 역겨움과 분노를 이끌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의 모습이 과연 그들만의 모습일까? 우리 역시 교양 있는 듯 행동하다가도 내 자존심이 상처받게 되면, 이처럼 행동하지는 않는가?

 

아무튼 마음 무거운 소설이다. 그럼에도 우리의 빗나간 교육의 욕망을 잘 그려내고 있는 좋은 소설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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