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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잣돈 갚기 프로젝트 - 제15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ㅣ 보름달문고 62
김진희 지음, 손지희 그림 / 문학동네 / 2015년 2월
평점 :
이 책, 『노잣돈 갚기 프로젝트』는 제15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이랍니다. 참 재미난 이야기면서도 많은 것을 생각해보게 하는 좋은 작품이랍니다.
저승사자의 실수로 저승에 간 동우는 이승에 다시 돌아오기 위해선 노잣돈이 필요하다고 하네요(저승에 갈 때는 공짜여도 다시 돌아올 때는 돈을 내야한데요. 재밌죠?). 그런데, 이 노잣돈은 그 사람의 저승곳간에서 빼 쓰면 된답니다. 그런데, 어쩌죠? 동우의 저승곳간에는 돈이 하나도 없네요. 이승에서 착한 일을 하나도 안했거든요. 도리어 친구의 돈을 뺏는 못된 짓만 했죠.
그럼 이승으로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걸까요? 아닙니다. 이승으로 다시 돌아오기 위해서 다른 사람의 저승곳간에서 노잣돈을 빌리면 된다네요. 그리고 그 돈은 이승으로 돌아와 49일안에 갚아야 하고요. 만약 갚지 못하면, 다시 저승으로 갈 수밖에 없다네요. 과연 동우는 누구의 돈을 빌리게 되는 걸까요?
그런데, 하필이면, 동우가 노잣돈을 갚아야 하는 사람이 그동안 괴롭혔던 준희네요. 동우는 준희에게 얼마나 갚아야 할까요? 그리고 무엇으로 갚아야 하는 걸까요? 과연 갚을 수 있을까요?
먼저, 동우가 갚아야 할 노잣돈은 우리가 생각하는 돈으로 갚을 수 있는 것이 아니랍니다. 그건 착한 일을 통해서 갚는 거죠. 그동안 괴롭혔던 준희를 향한 진심어린 회개, 그리고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받는 준희를 도와주고, 준희의 친구가 되는 것. 또 준희가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고, 좋아하는 것을 해주는 것. 이런 것들이 바로 동우가 갚게 되는 노잣돈이랍니다. 물론, 처음에 동우는 돈으로 갚으려고 한답니다. 하지만, 돈으로 뭐든지 되는 것은 아니랍니다. 어쩌면 이 동화는 물질만능주의에 대한 경종일 수도 있겠네요.
다음으로 이 동화의 가장 큰 축 왕따문제, 학교폭력 문제입니다. 동우와 그 친구들은 준희를 괴롭히고 돈을 빼앗는답니다. 그래서 준희는 언제나 친구가 없고 말이죠. 하지만, 노잣돈을 갚기 위해 준희에게 접근하던 동우는 점차 진심으로 준희에게 가까이 가게 된답니다. 준희 역시 동우에게 마음을 열고요. 우리 아이들이 왕따, 학교폭력 없는 세상에서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건 바로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가야겠죠.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푸르고 가장 소중한 시절인 학창 시절이 아픔으로 얼룩지지 않길 소망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그들 인생에 있어 가장 든든한 우정을 만들어가는 소중한 시간들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리고 이 동화는 길고양이에 대한 돌아봄도 이야기한답니다. 준희는 언제나 길고양이들을 돌보네요. 사실, 그 출발은 참 마음 아프지만 말이죠. 준희는 길고양이가 단지 길고양이라는 이유만으로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답니다. 그래서 길고양이를 돌보기 시작하죠. 우리 역시 길고양이들을 도둑고양이라는 편견으로 바라보곤 하죠. 하지만, 길고양이 역시 소중한 생명임을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 동화는 죽고, 다시 살아나고, 다시 죽고, 또 살아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 자칫 생명을 가볍게 여기는 것은 아닌가 생각할 수 있겠지만, 오히려 죽음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말하고 있죠. 게다가 이런 길고양이들을 향한 돌봄을 통해, 모든 생명은 소중한 것임을 이야기하고 있고 말이죠.
한 가지만 더 생각해본다면 누가 동우를 만들었는지도 돌아보게 하네요. 동우네 부모님의 모습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답니다. 동우가 당한 사고도 자신들의 유익의 재료로 삼는 모습, 그리고 아이와의 대화보다는 폭력(사랑의 매를 빙자한 폭력)과 억압(아이의 주장을 배제시키는)은 아이를 결국엔 괴물로 만들어갈 뿐이겠죠.
이런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면서 갈등이 결국엔 아름다운 화해로 나아가는 전개가 작가의 필력을 느끼게 하네요. 우리들 역시 이 땅에서 살아가면서 선한 일들을 많이 쌓아갈 수 있다면 좋겠네요. 저승곳간이 텅 비지 않도록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