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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어디에도 없는 호주 TOP10 ㅣ TOP10 시리즈
앨리스 리 지음 / 홍익 / 201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제나 여행서적은 가슴을 설레게 한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여행은 일탈의 시간이기 때문 아닐까? 하지만, 여기 일탈이 아닌 일상 안에서 일탈을 맛보여주는 책이 있다. 바로 『세상 어디에도 없는 호주 Top 10』이란 이 책이 그렇다. 작가는 이미 호주에서 10여년을 살아가는 호주사람(물론 태생은 한국 사람이지만 삶의 터전이 호주가 된)이다. 그러니, 호주사람이 전하는 호주이야기이니 어쩌면 일상의 모습들이 담길 수밖에 없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찌 여행이 일상일 수 있겠는가? 게다가 한 대륙의 전부라고도 할 수 있는 호주라는 커다란 땅덩어리에서 평생을 산들 어찌 그곳 모두가 자신의 일상이 될 수 있겠나? 그러니, 작가에게도 호주 여행은 일상 안의 일탈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일탈 안에 일상이 담겨 있는 이유는 작가의 직업 때문이다. 작가는 여행회사를 운영한다. 그러니 여행이 작가에게는 일탈이면서 또한 업무요, 일상이다. 그렇기에 그녀가 다닌 호주 곳곳은 일탈이며 아울러 일상일 수밖에 없다. 어쩌면 이런 부분이 이 책을 더욱 맛깔나게 하는 요소가 되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온전한 일탈에로의 한계로 다가오기도 한다.
책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작가는 10가지 테마로 우리에게 호주를 선물한다. 첫 번째 테마인 “1년만 안식년을 갖는다면”은 새로운 시작으로서의 호주를 말하고 있지 않나 싶다. 본인의 새로운 출발로서의 호주, 그리고 위로가 필요한 순간 위로를 얻었던 장소 퍼스, 호주의 수도로서 새롭게 시작된 캔버라 등을 전해주고 있다.
이 외에도 “내 인생의 명장면”은 멋진 풍경을 자랑하는 곳들을,
“남태평양에서의 치유”는 바다의 풍광을,
“지상에서 가장 느긋한 저녁 식사”는 맛집 소개를(사실 맛집 자체보다는 호주에서 맛볼 수 있는 요리를 소개하고 있다),
“호주,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은 아드레날린을 과다분출하게 하는 호주에서만 누릴 수 있는 익스트림 레포츠를,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로맨스”는 연인들이 달달함을 느끼며 여행하기 좋은 곳들을,
“지구의 남쪽을 걷다”란 이름으로 호주의 일상 속에서 맛볼 수 있는 소소한 재미를,
“세상 어디에도 없는 바람을 만나다”란 이름으로 호주의 멋진 자연을,
“우리 모두 친구가 되는 법”에서는 호주 여행 속에서 사람이 전해주는 정을,
“오직 호주에서만 가능한 것들”에서는 호주에서 누릴 수 있는 축제 위주로 호주를 묶어서 전해주고 있다.
물론, 위의 분류는 칼로 무 자르듯 정확하게 나눌 수는 없다. 그럼에도 나름대로 작가가 소개하는 10개의 호주를 테마로 그 내용을 정해봤다. 혹 혹 작가의 의도와 다르게 내용을 말했다면 용서해주시길...
이 책에서 작가는 호주의 여행지를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이 책은 여행정보를 소개하는 책자는 아니다(여행정보를 전해주는 책자가 잘못이란 의미가 아니다. 여행정보를 전해주는 책자도 필요하다). 그렇다고 여행지에 대한 역사나 문화유산, 그리고 구전되어지는 설화들을 소개하지도 않는다(사실, 난 개인적으로 이런 부류를 더 좋아한다. 이 책에서 애보리진의 문명, 문화에 대한 소개가 전무하기에 아쉬움으로 남는 대목이기도 하다. 물론 이건 극히 개인적인 나의 취향일 뿐이다). 작가 본인이 여행지를 다니며 느낀 감상이 위주라고 볼 수 있는 에세이집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렇기에 여행지에 대한 환상이나, 설렘을 갖는 것도 좋겠지만, 작가가 일탈과 일상이 혼재되어 있는 여행을 통한 단상 몇 개 붙잡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몇 구절을 소개해 본다.
작가는 호주의 수도인 캔버라를 여행하며, 이런 말을 한다.
“도시는 계획할 수 있지만, 삶을 계획할 수 없다. 다만 의지와 꿈이라는 청사진을 가지고 끊임없이 최선의 방향을 향해 걸음을 옮길 뿐, 완벽하게 짜인 미래는 없다.”(22쪽)
그렇다. 우리네 삶이란 것이 내 계획대로 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우린 나름대로의 계획, 그 청사진을 꿈꾸며, 오늘 하루하루의 삶 가운데 의지적 결단과 실천을 통해 꿈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때, 지나보면, 내가 그렸던 청사진과 비슷한 아름다운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지 않을까? 아니, 어쩌면 내가 그렸던 청사진과 전혀 다른 인생이었다 하지라도, 그렇게 아름답게 걸어간 걸음이라면 분명 아름다운 미래가 될 것이다. 계획에 없던 여행지에서 더 큰 기쁨과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또 이런 단상도 마음에 남는다.
“우리는 누구나 감옥 안에 산다. 불행하게도 그 감옥을 대부분 스스로 옭아맨 자신만의 굴레이다. ‘나는 이렇게 살아야 해.’ 그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건만 그렇게 스스로에게 무언가를 끊임없이 요구하며 자신을 닦달한다. 그것은 어느 순간 내가 만든 나만의 감옥이 된다. 내가 만든 나의 감옥은 ‘분주함’이다.”(57쪽)
내가 만드는 나의 감옥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다. 작가처럼, 분주함일 수도, 때론 내가 좇아가는 꿈일 수도 있다. 언제나 붙잡고 나아가는 사명이 때론 나를 힘겹게 옭아매는 감옥이 될 수도 있다. 그럴 때 잠시 일상을 뒤로 하고, 일탈을 꿈꾸며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그곳에서 만나는 타인의 일상이 나에겐 일탈의 커다란 행복을 선물할 수 있으니 말이다.
아무튼 이처럼 작가가 우리에게 선물하는 호주라는 공간으로의 여행, 비록 책을 통해서였지만, 신나고 재미나며 가슴 설레는 시간이었다. 이제 책을 덮으며, 책 표지의 글처럼, 나 역시 언젠가는 일생에 한 번은 남태평양으로 떠나길 꿈꿔보며, 일상으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