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다크, 일처럼 여행처럼 - KBS 김재원 아나운서가 히말라야에서 만난 삶의 민낯
김재원 지음 / 푸르메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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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다크”하면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오래된 미래:라다크로부터 배우다』가 생각난다. 생태분야의 고전격인 책이다. 나 역시 이 책을 읽고 많은 것을 생각했던 책. 라다크는 척박한 땅이다. 한정된 자원과 닫힌 시스템 안에서 생존하기 위해 자연스레 자리 잡은 일처다부제, 그리고 자족하는 삶. 풍족하지 않지만, 풍성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은 언제나 우리 현대인들에게는 마치 고향과 같은 느낌을 주는 곳이다.

 

바로 그곳으로 떠난 여행기가 이 책, 『라다크, 일처럼 여행처럼』이다. KBS 아나운서 김재원 아나운서가 프로그램 촬영차 참여한 여정을 기록한 책이다. 숨쉬기 용이하지 않은 고지대, 그리고 그곳을 힘겹게 자전거로 달려야 하는 여정을 통해, 저자는 무엇보다 자신의 지나온 인생을 돌아보고 앞으로 걸어갈 인생을 꿈꾼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는 이번 여정의 여행기만을 기록한 것이 아니라, 사이사이에 자신의 지나온 인생 가운데 어쩌면 아픔으로 남아 있을 사건들을 되돌아본다. 어린 시절 경험한 어머니의 죽음, 그리고 엄마가 없는 아이로서의 상처, 신혼 초에 쓰러진 아버지, 그로 인한 급작스런 귀국과 병간호과정, 아버지의 죽음, 가까운 이로부터의 배신의 상처 등을 언급하며, 그 모든 상처를 힘겨운 여정과 함께 털어놓길 꿈꾸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아울러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기에 라다크 여정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아보기도 한다. 그런 내용들 가운데 몇을 생각해본다.

 

“길을 잃고 헤매는 길이 원래 가려던 길보다 더 좋은 길일 수 있다. 가지 않은 길은 환상과 예상으로 높은 점수를 주는 길이고, 내가 들어선 길은 경험과 느낌으로 현실적인 점수를 주는 길이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보다 내가 간 길이 주는 기쁨을 만끽하리라. 인생도 마찬가지다.”(16-7쪽)

 

그렇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내가 가지 못한 길에 대한 환상으로 내가 걷는 길이 주는 기쁨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저자의 말처럼, 내가 간 길, 내가 가고 있는 길, 내가 장차 여전히 걷게 될 그 길이 주는 기쁨을 만끽하는 인생이 되면 좋겠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는 가운데 도전을 받은 부분이 있다. 유목민 가정을 방문하여 몇 날 같이 있으면서 그 집안의 젊은 아들, 새신랑인 목자 초겔리에게 저자는 양치는 목자로서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인지 묻는다. 이에 돌아온 대답은,

 

“한 마리, 한 마리 바라보는 거요. 4백 마리가 넘지만 하루에 한 번이라도 꼭 모두에게 눈길을 주려고 해요. 바라봐야 아픈 것도 알고, 젖 짤 때도 알고, 새끼 밴 것도 알고 그렇거든요.”(193쪽)

 

난 과연 내가 돌봐야 할 이들을 이렇게 대하였던가? 과연 하루 한 번이라도 그들을 생각하며, 그들의 평안을 빌었던가? 부끄러움이 앞선다. 라다크 촌부의 고백이야말로 얼마나 멋진 고백인가? 그리고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그 모습이 앞으로도 내 삶의 도전이 되길 소망해본다.

 

아울러 소유한 것이 적고, 우리처럼 편리한 삶을 살지 못하는 그네들이 언제나 행복하게 살아가는 그 모습 역시 도전이 된다.

 

“이들의 행복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궁금해졌다. 그 행복은 그러면 나의 행복과 비교가 가능한 것일까? 누가 더 행복하다는 말은 어떤 기준으로 할 수 있는 것일까? ... 머릿속에 행복 전구가 켜지는 순간은 다 다르다는데, ... 이들은 어떤 스위치로 행복 전구를 켤까? (이들의) 표정만큼은 행복 전구가 1백 개쯤 들어온 것 같았다. 나는 지금 겨우 한 개가 들어와 있는데 말이다.”(187쪽)

 

오늘 내가 가진 것으로 행복을 찾는다면, 그 행복은 언제나 내 곁에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소유는 만족함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행복이 초점을 내 곁에 있는 사랑하는 이들에게 둔다면, 내 사랑하는 부모님들, 내 사랑하는 아내, 사랑하는 딸과 아들, 그리고 언제나 날 위해 기도해주는 수많은 사랑하는 이들을 생각한다면, 행복하지 않을 것이 무엇일까? 내 삶 속에 오늘도 행복 전구가 수없이 반짝이길 바란다.

 

아울러 내가 걷은 인생길에 우리 넘어질 순간들이 종종 찾아올 것이다. 하지만, 다시 일어서자.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넘어진 자리에 머물지만 않아도 인생은 앞으로 나갈 수 있다. 하지만 쓰러진 자리에서 그대로 남아 있거나 아프다고 되돌아간다면 여행의 종착역은 멀어진다.”(300쪽)

 

그렇다. 넘어질 수 있다. 당연하다. 하지만, 그 자리에 머물지 말자. 다시 일어나 앞으로 나아가자. 그럴 때, 내가 걷는 이 인생 여행길이 행복한 여행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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