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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택리지 - 강제윤의 남도 섬 여행기
강제윤 지음 / 호미 / 2015년 1월
평점 :
조선 영조시대 지리서인 이중환의 『택리지』에세 제목을 따온 본서 『섬 택리지』는 작가 강제윤의 남도 섬 여행기다. 남도 섬 여행기라고 해서, 남도의 섬들을 두루두루 살폈다기보다는 전남 신안군에 속한 섬들로 그 범위가 한정되어 있다. “천사섬 신안”이라 말하는 곳. 1004개의 섬들이 있다고 해서 천사가 빚은 천사섬, 섬들의 고향이라는 신안. 바로 그곳의 섬들을 작가는 여행하며 그곳에서 만난 풍경, 사람, 삶을 이야기한다.
섬은 외롭다. 왜 그럴까? 무엇보다 접근성이 용이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물론, 요즘은 연륙교가 놓인 곳들도 많아 이젠 더 이상 섬이 아닌 육지가 된 곳도 적지 않다. 이 책에서도 소개하는 증도가 바로 그런 경우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연륙교 계획이 없는 섬들도 많다. 그래서 어쩌면 같은 섬사람이면서도 상대적 박탈감에 힘겨울 사람들이 왜 없겠나? 작가는 바로 그런 섬 병풍도의 어르신 말씀을 통해, 이처럼 이야기를 풀어낸다.
《“병풍리는 영원히 섬으로 남을 겁니다. 그런데, 언젠가는 할 겁니다. 일자리 만들라고 할 겁니다.” 불쑥 던지는 말씀이지만 노인은 다리 공사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 섬들을 내륙과 연결하는 다리 공사가 꼭 섬사람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란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토목 자본의 이익을 위해 다리 공사가 시행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아는 거다.》(322쪽)
이처럼 작가는 섬 여행을 통해 만나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세상을 읽어낸다. 작가에게는 섬의 풍경, 섬의 역사, 섬 속에서 발견되는 문화유산, 섬에 구전되는 전설, 섬에서의 고단한 삶의 모습 등 모든 것들이 세상을 읽어내는 재료가 된다. 그렇기에 단순한 섬 여행기라기보다는 섬을 통한 세상 읽기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무엇보다 작가는 섬의 풍경보다는 그 안에서 살아가는 또 하나의 풍경, 인생살이에 관심을 기울인다. 그렇기에 작가에게는 섬사람들의 삶이 곧 인생풍경이 된다.
《자신은 깨닫지 못하지만 풍경이 되어 살아가는 사람들. 풍경과 분리되지 않고 풍경 속에 녹아들어 풍경의 일부가 되어 버린 사람들. 한운리 갯벌의 풍경은 마침내 스스로 풍경이 된 저 어부로 인해 완성된다.》(24쪽)
그러나 어찌 갯벌의 풍경만이 그렇겠나?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은 모두 우리들 각자의 삶의 모습이 곧 풍경을 이루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과연 내 삶의 모습은 어떤 풍경을 연출하고 있을까? 아름답고 따스함이 느껴지는 풍경을 만들고 있을까? 아님 무시무시하고 살벌한 풍경을 만들고 있을까? 전자였으면 좋겠다.
이 책을 통해, 작가와 함께 신안의 섬들로 여행을 떠나며 느낀 점은 섬이 늙어가고 있다는 생각이다. 아니 어쩌면 섬과 함께 늙어버린 어르신들이 하나둘 이 땅을 떠나게 되면, 그와 함께 섬의 생기 역시 죽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여겨지기도 한다.
이젠 더 이상 섬에서의 외롭고 고단한 삶을 살아갈 인생이 줄어들기에 좋아해야 할까? 아님 섬이 더욱 통상적 삶의 테두리에서 멀어짐을 안타까워해야 할까?
왜 이렇게 섬이 늙어가고 있을까? 그건 더 이상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바다의 선물이 풍성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왜, 바다의 선물은 줄어들었을까? 결국 인간의 탐욕이 바다의 씨를 말렸기 때문일 것이다. 발달된 어업기술과 인간의 탐욕이 손을 잡고 어린 치어까지 분별없이 잡아들인 남획의 결과 이제 더 이상 바다는 풍요롭지 못하다. 그렇기에 그 풍요로움을 좇아 몰려들던 사람들이 이제는 바다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만든 거다.
이제 우리 모두 더 겸손한 자세로 자연을 대하길 원한다. 그렇게 될 때, 작가가 여행한 다양한 섬들의 이야기는 책속에서만 만나는 이야기가 아닌, 우리 생의 공간에서 계속하여 만나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