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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아이 ㅣ 어린이 나무생각 문학숲 2
안미란 지음, 김현주 그림 / 어린이나무생각 / 201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동화, 『투명한 아이』는 꼭 필요한 내용이면서도 마음이 아픈 동화네요. 읽는 내내 가슴이 꽉 막히는 느낌이었답니다.
건이네 아빠는 신문보급소를 한답니다. 엄마는 동네 슈퍼마켓에서 일하고요. 그렇게 열심히 일해도, 하루 바깥나들이 하는 것이 쉽지 않답니다. 게다가 건이네 집엔 고모가 함께 살고 있는데, 고모는 장애로 인해 휠체어 없인 움직이기 쉽지 않답니다.
아래층 상가엔 할머니와 손녀가 세입자로 새로 들어왔는데, 할머니는 동자보살을 모신다네요. 그리고 건이네 2층 구석방에는 외국인 모녀가 살고 있답니다. 엄마는 베트남, 아빠는 파키스탄 사람이랍니다. 그런데, 아빠는 집을 나갔답니다. 바로 이 집의 딸, 눈이 “투명한 아이”랍니다.
이렇게 저마다 사연 하나쯤 가지고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가 바로 『투명한 아이』랍니다. 그러니 어쩌면 모두가 “투명한 아이”겠죠. 보람이도, 고모도 모두.
무엇보다 눈은 아무런 신분증명이 없답니다. 엄마는 불법체류자이고, 아빠는 달아났으며, 눈은 출생신고도 되어 있지 않답니다. 그러니 우리와 함께 곁에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투명한 아이’인 거죠.
“(눈은) 조금 전까지 종알대더니 입을 꾹 다물어 버렸다. 투명한 아이라도 된다는 듯이, 아예 여기에 있어도 없는 사람이라는 듯이 눈은 조용했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났어도 대한민국 아이가 아닌, 아니 어느 나라 아이도 아닌 투명한 아이 눈.”(72쪽)
우리 주변에는 이처럼 함께 있음에도 존재하지 않는 이들이 적지 않답니다. 우린 마땅히 그들의 존재감을 살려줘야 하는 거고요. 그들도 우리와 같은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마땅한 권리들을 누릴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인권”이랍니다. 그래서 이 책은 “인권”이란 주제로 써진 동화라고 할 수 있죠.
또한 이 동화는 소위 우리의 구제 사업(救濟事業)이 어떤 모습으로 행해져야 하는지를 생각해보게 한답니다. 우리는 마치 적선을 하듯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때가 많죠. 게다가 생색은 가득하고요. 이 동화 속에서도 의원님이 그렇게 접근하네요. 이에 대해 작가는 등장인물의 말을 통해 이렇게 말한답니다.
“이주 노동자도 불쌍한 사람이 아니고 똑같은 사람이에요. 불쌍하다고 돕는 거 기분 안 좋아요. 당연하게 배려해야 하는 걸 적선하듯이 도와줬다고 생각하면 곤란해요.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불쌍한 사람이에요.”(104-6쪽)
힘이 없는 사람, 약한 사람, 가난한 사람,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돕고 배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작가 선생님의 말이 가슴에 와 닿네요. 우리의 도움의 손길 이면에 있는 우리의 마음이 어떤 모습인지 한번 돌아보게 하네요.
또 하나 우린 가난한 사람, 장애가 있는 사람, 외국인 근로자들 등을 바라보며, 그들은 마땅히 우리가 누리는 것들을 누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을 은연중에 갖고 있답니다. 오히려 그들이 우리와 같은 것을 누릴 때, 저들이 저런 것들을 누리니 아직 힘든 것을 모른다고 생각하곤 하기도 한답니다. 그런데, 아니랍니다. 그들도 우리와 같은 것을 마땅히 누릴 권리가 있답니다. 건이의 독백이 참 마음을 아프게 하네요.
“왜 세상에는 남이 해 봤던 일을 못 해 보는 사람들이 있을까? 가족과 여행 가는 걸 못 해보는 남자애도 있고, 남이 해 보는 겨울 빙어 낚시는커녕 자유로운 바깥나들이를 꿈조차 꾸지 못하는 여자 어른도 있다. 그리고 여기 그 흔한 양념 통닭을 집에서 시켜 먹고 쿠폰을 모아 보지 못한 여자애가 있다.”(40쪽)
우리 모두는 양념 통닭을 시켜 먹을 수 있고, 자유롭게 바깥나들이를 하며 즐길 권리가 있답니다. 이것 역시 인권이겠죠. 이 땅의 모든 “투명한 아이”들이 이제는 자신의 색깔을 되찾고 함께 행복할 수 있다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