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엄마라고? - 세상에서 가장 게으르고 훌륭한 동물행동학자 이야기 스콜라 똑똑한 그림책 5
김성화.권수진 지음, 오승민 그림 / 스콜라(위즈덤하우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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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동물행동학자의 아버지 격인 콘라트 로렌츠에 대한 이야기랍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동물행동학자인 최재천 교수는 동물행동학이란 분야를 일구어낸 동물행동학의 아버지 격으로 세 사람의 학자를 들고 있답니다. 가시고기의 짝짓기 행동을 관찰한 니코 틴버겐(Niko Tinbergen, 1907-1988), 꿀벌의 춤 언어를 발견한 카알 폰 프리슈(Karl von Frisch, 1886-1982), 각인행동을 밝혀낸 콘라트 로렌츠(Konrad Z. Lorenz, 1903-1989)가 그들이랍니다.

 

이 가운데, 기러기나 오리의 ‘각인행동’을 밝혀내고 학문적으로 이론을 정립한 콘라트 로렌츠라는 학자에 대한 이야기가 바로 이 책, 『내가 엄마라고?』랍니다.

 

그런데, 이 책에는 이런 부제가 붙어 있네요. 「세상에서 가장 게으르고 훌륭한 동물행동학자 이야기」라고 말입니다. 동물행동학의 아버지 가운데 한 사람인 로렌츠 아저씨 이야기를 하면서, 그분이 세상에서 가장 게으르다고 말하고 있네요. 그건 동물행동학은 동물들의 행동을 관찰하는 분야이기에 그렇습니다. 게으르다는 표현보다는 엉덩이가 무겁다는 표현이 어떨까요? 진득하게 참고 관찰하지 못한다면, 아무래도 동물들의 행동을 관찰할 수 없겠죠. 지금이야 카메라를 설치해놓으면 되지만, 당시에는 그런 장비들도 없었으니, 움직이지 않고 한 없이 가만히 있으면서 동물들의 행동을 관찰하는 것이야말로 동물행동학자의 기본적 덕목이었겠죠.

 

사실 이것은 대체로 많은 분야에서 적용되는 것이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인내하며 꾸준히 뭔가를 해낼 때, 성과를 얻을 수 있는 거죠.

 

아무튼 그렇게 게으르기에 훌륭한 동물행동학자인 로렌츠 아저씨는 기러기 알에서 새로 부화한 아기 기러기가 제일 먼저 본 사람이랍니다. 기러기나 거위, 오리는 알에서 깨어날 때, 제일 처음 보게 된 것을 엄마로 인식하게 된답니다. 이것을 ‘각인’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태어나 로렌츠 아저씨를 제일 먼저 보게 된 아기 기러기는 로렌츠 아저씨를 ‘엄마’로 각인하고 ‘엄마’만 졸래졸래 따라다니네요. 로렌츠 아저씨 역시 마치 엄마처럼 기러기들을 돌보고 말입니다.

 

이렇게 자라 어른이 된 기러기들은 창조질서에 따라 겨울을 나기 위해 다른 곳으로 먼 비행을 떠납니다. 그리고 봄이 되자 다시 로렌츠 아저씨가 사는 곳으로 돌아오네요. 참 멋진 이야기네요.

 

동물행동학자 로렌츠에 대한 이야기, ‘각인’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전혀 학문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그림책이랍니다. 그리고 로렌츠 아저씨와 기러기 핍의 사랑이 예쁘고, 또 ‘엄마’품을 찾아 먼 거리를 비행하여 다시 돌아오는 그 모습도 뭉클하네요. 우리들의 고향, 우리들의 ‘엄마’ 품은 어디인가요? 그곳으로 날마다 돌아갈 수 있다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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