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순간 페루 - 그곳에서 만난 잉카의 숨결 지금 이 순간 시리즈 3
한동엽 지음 / 상상출판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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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통해,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끼는가 하는 것은 중요하다. 아니 어쩌면, 이런 것들은 무엇을 보길 원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겠다. 그러니, 여행을 통해, 무엇을 보길 원하느냐 하는 것이야말로 대단히 중요하다 할 수 있겠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 『지금 이 순간 페루』는 참 좋은 여행서적이다. 왜냐하면, 저자는 지구 반대편까지 날아가 그곳 페루 사람들의 역사적 눈물을 보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고단함을 읽었으며, 그 고단함 이면에 담겨진 삶의 선물을 발견하였기 때문이다.

 

지상화로 유명한 나라, 잉카 문명의 나라, 그리고 띠띠까까 호수로 막연한 동경을 갖게 하는 나라, 페루. 그곳에서 저자는 그 땅에 이어져 내려가는 삶을 보며, 그리고 순박하며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진 사람을 느끼고 돌아온다.

 

그의 고백 가운데 이런 구절이 마음에 와 닿는다.

“담배 한 개비를 얻기 위해 머뭇거리던 순박한 사람들을 소매치기로 경계한 오만한 여행. 이렇게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여행은 더 이상 하지 않으리라. 그리고 순박하고 착한 페루 사람들 속으로 더 깊숙이 빠져들어 가리라 마음먹는다.”(111쪽)

 

그렇다. 여행은 편견을 깨뜨리는 순간이다. 내 안의 고정관념, 단단한 틀이 부셔지는 시간이다. 그렇기에 여행을 통해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여행을 통해, 이러한 내 안의 틀이 깨지지 않는다면, 여행을 통한 성장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아마도 저자가 소개하는 프루스트의 말이 그런 의미일 것이다.

 

“진정한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야를 갖는 것이다.”

- M. 프루스트

 

이런 여행을 하고 싶다. 낯선 공간에서, 누군가의 일상의 삶 속에 살며시 들어가 그네들의 삶의 향기를 맡아보고 싶다. 그러한 여행을 통해, 인생을 배우고, 삶의 시야를 넓히고 싶다. 우선은 이 책, 『지금 이 순간 페루』를 통해, 조금이나마 시야를 넓혀본다.

 

저자는 무엇보다 페루의 역사적 아픔을 본다. 그리고 정복자들이 심어놓은 또 하나의 문명을 본다. 힘 있는 자들 편에 서 있는 종교의 아이러니를 본다.

 

“야만인에 대한 개종을 명분으로 삼아 스페인 침략자들은 잉카 문명과 문화를 파괴하는 자행을 서슴지 않았다. ... 정복자들은 가톨릭의 위엄을 과시하기위해 잉카의 사원을 허물고 그 위에 성당을 세움으로써 잉카의 역사를 종교의 발아래 매장했다.”(146-7쪽)

 

종교인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움과 함께 반성하게 하는 대목이다. 한국 기독교는 침략자와 함께 들어오지 않았다. 이것은 한국 기독교의 독특한 부분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기독교 역시 수많은 우리의 문화유산을 폄훼하고 매장함에 앞장서진 않았는지 돌아보게 된다.

 

또한 저자는 페루의 여러 지역에서 문화유산이 방치되어 있는 모습에 충격을 받게 되었다고 말한다. 문화유산이 방치되는 이유는 어쩌면 가난 때문이 아닐까? 문화유산이라는 것도 경제적 뒷받침이 이루어질 때, 보존될 수 있다. 문화유산이 유지되어지는 비결은 두 가지다. 첫째, 경제적 뒷받침을 담보로 한 문화유산 보존 의지. 둘째, 문화유산 보존 의지가 없더라도 극도의 가난 역시 아이러니하게도 문화유산이 보존되는 역할을 한다. 왜냐하면, 그곳을 부수거나 갈아엎고 개발할 여력조차 없기 때문이다(사실 우리나라의 근대문화유산이 많이 남아 있는 도시들은 대체로 이 두 번째 이유로 인해 근대문화유산들이 남아 있게 되었다. 도시의 낙후됨으로 개발되지 않았기에). 어쩌면 두 번째 이유 안에, 저자가 여행하며 보았던 문화유산이 방치되어지는 모습에 대한 해답이 있지 않을까?

 

하지만, 또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어쩌면 그런 가난으로 인해, 그들의 문화유산은 박제되어진 모습이 아닌, 여전히 삶의 생명력과 향이 묻어나는 공간이 되고 있지 않을까?

 

아울러 그들에게는 비록 문화유산을 효과적으로 보존할만한 경제적 뒷받침이 없다 할지라도, 그럼에도 자신들 삶의 전통을 통해 유전되어지는 또 하나의 문화유산을 지켜내려는 고집을 발견하게 된다. 설령 그러한 삶이 현대문명과의 단절을 담보로 한다 할지라도, 그러한 단절을 두려워하지 않고, 이젠 비록 침략자들에 의해 망해 버린 잉카제국이라 할지라도, 그 잉카의 전통이 자신들의 삶에서 단절되어짐을 두려워하는 삶이야말로 이 책을 통해 발견하는 페루의 힘이 아닐까 여겨본다. 우리에게는 이런 용기가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이 책을 읽는 시간, 저자와 함께 지구 반대편에 있는 페루라는 곳에서 고단하지만 순박하게 살아가는 멋진 사람들의 삶 속을 잠시 들여다본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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