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의 소보로빵 바다로 간 달팽이 14
홍명진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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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사랑하는 가족 중 하나가 기억을 잃게 된다면 어떨까? 기억을 잃음으로 함께 했던 소중한 추억들마저 잊어버림으로 그 아름다운 추억을 이젠 공유할 수 없다면? 이제 아름다운 추억은 ‘우리’의 것이 아닌, ‘나’만의 것이기에 아름답던 추억을 떠올림이 고통의 순간이 된다면? 게다가 기억을 잃은 것에 머물지 않고, 자신만의 세상에서 살아가며, 자신만의 언어로 이야기를 하기에 함께 함에도 함께 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면?

 

『앨리스의 소보로빵』은 바로 그런 상황 가운데 갑자기 놓이게 된 한 가정의 안타까운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성장소설이다. 젊은 나이에 갑자기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엄마, 그로 인해 겪어가는 가족들의 눈물어린 사연을 전하고 있다.

두희는 이제 14살 소녀다. 그런 그녀의 엄마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 영문도 모르게 사라진 엄마가 다시 돌아오기만을 간절히 바란 두희네 가족 앞에 다시 나타난 엄마는 과연 저 사람이 우리 엄마인가 의심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태였다. 잠시 외출을 하였던 엄마는 흔히 치매라고 부르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려 집을 찾지 못해 10개월 동안을 떠나 있었던 것이다.

 

다시 돌아온 엄마는 일곱 살 아이처럼 변해 버렸다. 엄마의 머릿속 사진은 마치 ‘먹다 버린 사과 같은’ 모습이 되었다. 이제 엄마는 가족들이 살아가는 세상의 질서와는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그래서 엄마는 소보로빵에게 말을 걸기도 한다. 자식들을 몰라보기도 한다. 식탐도 늘었다. 그런 엄마로 인해 가족들은 모두 힘겨워한다.

 

“우리 식구에게 엄마는 함부로 떼어 낼 수 없는 커다란 혹과 같다. 엄마이기 때문에 떼어 내어 버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무 데나 달고 다닐 수도 없을 만큼 무거운 혹.”(21쪽)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이의 가족들이 겪어나갈 그 마음의 짐을 그대로 잘 느낄 수 있는 표현이다.

 

한창 뒹구는 낙엽만 보고도 깔깔거릴 나이의 두희는 벌써 삶의 무게를 알아버렸다. 게다가 두희가 마음에 두고 있는 같은 골목에 사는 도운 역시 그렇다. 도운의 부모는 광신적인 종교에 빠져 공동체 생활을 한다. 그런 그들을 찾아간 도운과 할머니. 그런데 그날 밤 도운의 부모는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되고, 이 일로 도운은 말문을 닫아버린다.

 

두희는 자신이 겪는 이 모든 일들이 거짓말이길 소망한다. 견디기 힘겨운 고통과 슬픔, 그 충격으로 인해 말문을 닫아버린 도운의 모습도, 그리고 일곱 살 아이처럼 변해 버린 엄마의 모습도 거짓말이길 소망한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은 거짓말이 아니다. 그렇기에 두희는 자신이 겪는 이 모든 말도 안 되는 시간들, 고통의 순간들이 마치 앨리스가 이상한 나라에서 헤매는 것과 같은 일이길 소망한다. 비록 이 일이 거짓이 아닐지라도, 이 이상한 나라를 벗어나기만 하면 모든 일이 정상을 회복될 테니 말이다.

 

왜 이토록 우리네 삶은 고단한 걸까?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은 결코 녹녹치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쓴 맛을 너무 일찍 알아버린 아이들의 모습이 안타깝다. 과연 소설 속에서만 그렇겠나. 현실의 세상 속에서도 소설 속에서처럼, 아니 어쩌면 더욱 커다란 아픔의 사연 하나씩 숨겨두고 살아가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바라기는 우리 모두 이 힘겨운 세상이라 할지라도 견뎌낼 수 있길 원한다. 그리고 언젠가 먼 훗날 우리 각자의 시간이 끝났을 때, 참 이상한 세상, 힘겨운 소풍을 다녀왔노라 웃으며 말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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