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구를 타고 5주간 쥘 베른 걸작선 (쥘 베른 컬렉션) 12
쥘 베른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기구를 타고 5주간』은 쥘 베른의 첫 장편소설이다. 쥘 베른은 『해저 2만리』, 『80일간의 세계일주』, 『15소년 표류기』등으로 유명한 19세기 작가다. SF의 거장이며, 모험소설, 과학소설의 거장인 쥘 베른의 첫 번째 장편소설을 설레는 마음으로 펼쳐본다.

 

역시 쥘 베른 작품의 느낌을 고스란히 느끼게 되는 책이며, 쥘 베른의 문학적 특징 내지 그의 철학을 잘 보여주고 있는 소설이다. 쥘 베른의 특징은 몇 가지 있는데, 그 가운데 이 책에서 두드러지게 발견되는 특징을 몇 들어본다.

 

먼저, 용기다. 아마도 이 용기라는 부분은 쥘 베른의 모든 소설을 관통하는 덕목일 것이다. 여기에서는 지리학적 발견을 위한 모험이 그것이다. 뛰어난 모험가이자 지리학자인 새뮤얼 퍼거슨 박사, 그리고 그의 친구이자 위대한 행동가이며 사냥꾼인 딕 케네디, 마지막으로 언제나 유쾌하며 섬기기를 즐거워하는 조(퍼거슨 박사의 하인이자 친구). 이들 세 사람은 기구를 타고 아프리카 대륙을 동에서 서로 횡단하는 모험을 떠난다. 물론 그 이유는 학문적 업적과 함께 그런 성과를 통해 자신의 조국에 영광을 돌리기 위함이다.

 

당시로서는 너무나도 위험한, 아니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이들은 이 도전을 감행하고, 결국엔 이루어낸다. 물론 그 가운데 여러 차례의 위기가 그들을 괴롭히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좌절하지 않고 나아간다.

 

퍼거슨 박사의 친구인 딕 케네디를 통해,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절망을 모르는 남자야. 나만큼 이 계획의 위험을 알고 있었던 사람은 없었어. 하지만, 자네가 용감하게 그 위험과 맞서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나는 그 위험을 보고 싶지 않았지. ... 현재 상황에서는 그저 참고 견뎌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야. 끝까지 해내는 거야. 돌아가려 해도 위험이 큰 건 마찬가지야. 전진이야.”(249쪽)

 

그렇다. 위험에 맞서 싸우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 이것이야말로 쥘 베른이 그의 작품을 통해, 오늘 우리 독자들에게 전하는 강력한 메시지가 아닐까? 이처럼, 기구를 타고 떠난 그 여정 가운데 보이는 인간의 용기, 도전, 모험 등이 이 책의 첫 번째 큰 줄기라 할 수 있다. 어쩌면 이것을 인간적 측면에서의 부분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의 줄기는 신의 섭리다. 쥘 베른 소설은 인간의 용기, 지혜, 노력이 강조되며, 아울러 신의 섭리가 함께 강조된다. 특히, 이 소설은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이들이 타는 기구는 방향조절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오직 높낮이를 조절함으로 바람을 타는 선택만이 그들에게 있을 뿐이다. 나머지 여행의 여정은 신의 섭리에 맡긴다. 인간적 노력과 용기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노력과 함께 신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처럼 신의 도움에 대한 부분, 신의 섭리에 대한 부분은 쥘 베른 작품의 큰 축이며, 이 책에서는 더욱 강조되는 부분이다.

 

또 하나의 줄기는 돈보다 사람이다. 생명이 먼저다. 퍼거슨 박사와 딕, 그리고 조는 아프리카 부족에 의해 붙잡혀 죽어가는 선교사를 구출해준다. 하지만, 너무 몸이 약해진 선교사는 결국 죽고 마는데, 그 선교사를 묻어주기 위해 착륙한 곳은 온통 금 원석이 가득한 곳이다. 이에 조는 욕심껏 금덩이를 기구 안에 담게 되지만, 많은 무게로 인해 결국 상당 부분은 내려놓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나머지 역시 하나도 갖지 못한다. 왜냐하면 점차 기구의 무게를 줄여야할 상황에 놓이기 때문. 금을 버리지 않으면 그들의 생명이 위험해 진다. 결국 금덩이를 조금씩 버리게 된다. 아무리 금이 좋다할지도 그것이 생명보다 귀한 것은 아니다. 이것 역시 쥘 베른이 강조하는 내용 가운데 하나다.

 

여기에 더하여 도전정신 역시 큰 축이다. 물론, 용기와 비슷한 부분이긴 하지만 말이다. 삶의 위기 앞에 움츠러들기보다는 언제나 앞으로 나아가는 진취적 자세, 그리고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기보다는 도전함으로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그런 도전정신이야말로 쥘 베른의 정신이 아닐까?

 

쥘 베른의 소설, 물론, 요즘 시대로 볼 때, 조금 잔잔한 느낌이 없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놓칠 수 없는 고전임에는 분명하다. 쥘 베른이 선사하는 또 다른 모험을 떠날 시간을 기대하며, 이 책을 덮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