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숨겨진 여행 별숲 동화 마을 9
송아주 지음, 최현묵 그림 / 별숲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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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을 보면, 불쌍하다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되죠. 인생의 목표가 공부인양 공부에만 매달려야 하는 그 모습이 참 안쓰럽기만 하답니다. 언제나 타인에 의해 정해진 틀 안에서 힘겹게 공부만 해야 하는 아이들에게 뭔가 탈출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여기, 그런 탈출구를 찾는 아이들에 대한 예쁜 이야기가 있답니다. 『우리들의 숨겨진 여행』은 네 명의 13살 소녀들의 이야기랍니다. 언제나 공부만 해야 하는 답답한 마음에 이들 네 소녀는 ‘행복한 가출 카페’를 만드네요.

 

‘가출’이란 단어가 들어가지만, 염려할 건 아니랍니다. 이 아이들은 진짜 가출을 계획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만의 시간, 독립과 자유의 시간을 꿈꾸는 거랍니다. 그래서 처음엔 홍대거리를 함께 거닐고, 그 다음엔 자유로를 지나 임진각에 간답니다. 세 번째 여행으로는 강릉 정동진으로 향합니다.

 

그런데, 이 세 번째 여행에서 문제가 생기네요. 바로 선율이가 사라진 겁니다. 선율이가 사라졌는데도 지아라는 친구는 걱정도 하지 않고, 그냥 서울로 돌아가자 합니다. 서울로 돌아온 3명의 친구는 다음날 선율이가 학교에 오지 않았음을 알고 걱정합니다. 물론, 지아는 빼고요. 지아는 사실 선율과 함께 전교 1등을 다투는 사이랍니다. 이번 학생회장선거에도 경쟁자로 나오게 되고요. 지아는 어쩜 선율이가 사라져 더 신이 난 듯합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학생회장선거에 출마하고, 선거운동을 하네요.

 

이런 모습에 다른 두 친구, 채린과 다미는 실망하게 됩니다. 아니 지아를 미워하기 시작하죠. 그리고 선율이 돌아오길 바라며, 카페에 글을 남기고, 선율에게 쪽지를 보냅니다. 그동안 선율에게 미안했던 마음들을 담아 말입니다.

 

과연 선율이는 왜 진짜 가출을 한 걸까요? 그리고 지아라는 친구는 어쩜 그럴 수 있을까요?(물론, 여기에는 반전이 있답니다)

 

이 재미난 동화는 흥미만이 아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또한 꿈꾸게 한답니다. 무엇보다 친구사이가 경쟁만이 아님을 보여주죠. 그리고 실제, 그런 진심어린 마음 나눔이 가능함을 보여줌으로 이 책을 읽는 친구들에게 그런 아름다운 관계를 꿈꾸게 하고 말입니다.

 

또한 학생회장선거에 담겨진 부모님들의 욕망을 보여주기도 한답니다. 하지만, 그런 욕망에의 강요를 멋지게 물리치는 아이들의 모습은 정말 멋스럽기만 하답니다.

 

항상 어른들은 어른들만이 옳다고 이야기한답니다. 아이 때는 진실을 보지 못한다고 말입니다. 이에 작가는 아이의 말을 통해 이렇게 우리에게 질문한답니다. “우리 나이에는 모르는 진실, 그게 뭘까? 세월이 흐르면 알게 되는 그 진실이란 게 감옥처럼 나를 답답하게 옥죄어 왔다.”(150쪽)

 

그렇습니다. 우리 어른들은 종종 아이들은 진실을 보지 못한다고 착각할 때가 있답니다. 하지만, 오히려 아이들이 진실을 보는 눈을 갖고 있을 때도 많답니다. 오히려 어른들이 자신들의 욕망에 가려 진실을 보지 못할 때가 있답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은 아이다워야 한다는 것을 보지 못하죠. 그리곤 어른들의 세상을 자꾸 아이들의 세상에 덧입히려 한답니다. 우리 어른들이 반성해야 할 모습이죠.

 

이 책에 나오는 사총사, 네 소녀들의 독립선언이 참 멋지답니다. 어른들이 생각할 만큼 위험하지도 않고요. “우리는 지금부터 독립된 인간인 것을 선언하노라.” 그렇습니다. 아이들 역시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입니다. 우리 어른들이 이것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소유물도, 부모의 마음대로 조정하는 아바타도 아닙니다.

 

물론, 부모는 아이들이 보다 더 좋은 길로, 바람직한 길로, 가치 있는 길로 갈 수 있도록 돕는 자들입니다. 하지만, 강요로 그 길을 가게 할 수는 없습니다. 아이들이 잘 갈 수 있도록 기도하며 도와야 합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인격을 존중하며, 그들의 의견을 수용하는 마음이 있어야 겠죠. 그리고 사랑으로 품어줘야 합니다. 상처주지 말아야 합니다. 혹시라도 나의 욕심이 우리 아이들을 아프지 않게 하면 좋겠네요. 때론 동화 속처럼 우리 아이들의 ‘행복한 가출’도 눈감아 주며, 살며시 허용하는 멋스러움이 내게 있길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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