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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렛 도넛
배정진 엮음, 트래비스 파인 원작 / 열림원 / 2014년 10월
평점 :
『초콜렛 도넛』은 가족 이야기다. 하지만 흔한 가족 이야기는 아니다. 남성 동성애 커플과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남자 아이가 서로 하나되는 가족을 꿈꾸는 이야기다.
폴의 직업은 검사다. 우리나라에서는 나이를 떠나 영감님이라 불리는 직업. 하지만, 그 영감님은 성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겪는 사람이다. 결혼의 경험이 있지만, 결국엔 실패하고 홀로 살아가는 폴은 힘겨운 노력으로 현재의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그런 그는 결국 자신의 성적 이끎을 외면하지 못하고, 게이 바에서 일하는 댄서 루디를 만나 한 눈에 반하고 만다. 루디는 아직은 게이 바에서 립싱크를 하며 댄서로 일하지만, 그럼에도 무대에 설 수 있음에 자위하며 언젠가는 가수가 될 꿈을 품고 살아가는 동성애자이다. 이렇게 폴과 루디, 동성애 커플은 점차 서로에게 기대며 의지한다.
그런 커플 사이로 한 아이가 들어온다. 바로 루디의 옆집에 살던 마르코다. 마르코는 초콜렛 도넛을 좋아하며, 애쉴리라는 인형을 언제나 가지고 다니는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아이다. 이 아이는 마약중독자인 편모와 함께 살았지만, 엄마가 마약복용으로 붙잡히게 됨으로 위탁가정에 맡겨지게 된다. 하지만, 마르코를 맡은 가정은 실제로는 마르코에게 아무런 관심도 없다. 게다가, 마르코가 좋아하는 초콜렛 도넛을 마크로에게는 주지도 않으며, 자기 딸에게만 준다. 이런 그들이 자신에게 관심이 없는 틈을 타 그 집을 빠져 나와 집을 찾아 헤매던 마르코는 루디와 만나게 되고, 이 일을 계기로 폴과 루디 커플은 마르코를 양육하게 되면서, 세 사람은 그들만의 아름다운 가정을 이루게 된다.
남들이 볼 때, 이 조합은 말도 안 되는 조합일 수도 있고, 어떤 이들에게는 역겨운 조합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들은 진정한 가정을 이루어가길 꿈꾸며, 서로를 사랑으로 보듬는다.
안타까운 건, 주변의 편견이 이들 가정이 누리는 행복을 깨뜨린다는 것이다. 동성애자는 위탁양육을 할 수 없다는 것. 동성애는 검사의 체면을 깎아내린다는 것. 이런 편견에 맞서 폴은 마르코를 되찾기 위해 당당하게 커밍아웃을 하고 폴과 루디는 힘겨운 법정투쟁을 해나간다. 하지만, 아직 편견의 벽은 높기만 했다. 이 책의 결과는 새드엔딩이다.
이 책, 『초콜렛 도넛』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과연 나와 다르다고 해서 그들이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나와 다르다고 그 사랑이 거짓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아이들의 인권을 위해 만들어진 법이 과연 아이들을 위하는가?
아니면, 그러한 규범에 갇혀 도리어 아이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것은 아닌가?
원칙을 따르는 것이 언제나 옳은가?
편견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
등의 질문을 해보게 된다.
보편적이지 않은 사랑도 진실일 수 있다. 때론 규범을 따르는 것이 죄를 범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또한 원칙을 따르는 것이 맞겠지만, 그럼에도 마음의 움직임을 외면한 원칙이 때론 크나큰 비극을 초래할 수 있음도 생각해보게 된다. 아니, 때로는 원칙주의 역시 죄를 범하는 것임을 생각하게 된다. 비록 법의 테두리는 벗어나진 않겠지만 말이다.
아울러 편견에 갇혀 더 큰 것을 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이 우리에겐 없는지 돌아보게도 된다. 어쩌면, 편견에 갇혀 있는 자들 역시 드러나지 않는 죄를 범하는 것이 될 수도 있음을 말이다.
나의 잣대로 상대를 판단하지 말자.
나의 원칙이 때론 누군가의 행복을 빼앗는 도구가 될 수도 있음을 생각하자.
나의 좁은 시각이 누군가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줄 수도 있음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