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토섬의 전설
정대근 지음, 장명희 그림 / 파란하늘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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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화는 『별주부전(토끼전)』 그 이후의 이야기를 작가의 상상력을 동원하여 창작해낸 동화랍니다. 이 동화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답니다.

 

옥황상제에게 4명의 아들이 있었답니다. 바로 사신(四神)으로 불리는 현(玄), 작(雀), 호(虎), 용(龍)이 그들입니다. 어느 날 옥황상제는 이들 네 아들에게 자신의 자리를 물려준다고 하네요. 대신 천년동안 각자 맡은 곳에서 백성들을 잘 다스린 자에게 그 자리를 물려준다고 합니다. 그러며 여의주를 하나씩 주는데, 천년동안 백성들을 잘 다스리면, 이 여의주가 밝아지며 점차 자라 힘을 갖게 될 것인데, 그때, 여의주를 물면 다시 하늘나라에 올라올 수 있게 된다는 겁니다.

 

이렇게 되어 막내 아들 용은 바다를 관장하게 된답니다. 그래서 용왕이라 불리죠. 성심성의껏 천년동안 바다를 잘 다스린 용왕은 이제 한껏 커진 여의주를 물고 하늘로 오르게 된답니다. 하지만, 아직 완전하지 못하였으니, 해결해야만 할 문제가 있었던 겁니다. 그건 바로 자신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토끼전에 등장하는 토끼를 속였던 그 일에 대한 매듭을 푸는 일이랍니다.

 

결국 승천하지 못하고 다시 아래로 떨어진 용왕은 병들게 됩니다. 아울러 이 일로 바다는 죽어가고, 육지 역시 많은 피해를 입게 된답니다. 이제 죽어가는 용왕을 위해, 그리고 바다를 살려내기 위해 용궁의 12대신들이 나서게 되며, 무엇보다 육지와 바다간의 전령사인 거북이가 나서게 됩니다. 그 옛날 용왕을 살려내기 위해 토끼의 간을 구하려 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용왕을 살리기 위해 다시 육지로 간 거북이는 토끼를 만나게 될까요? 그리고 토끼와 함께 어떤 일을 할까요? 아울러, 거북이와 토끼는 다시 화해하게 될까요? 용왕은 다시 건강해질 수 있고요?

 

이 동화는 위에서 질문한 그 질문들에 대한 이야기를 우리에게 해주고 있답니다. 이러한 동화를 읽으며,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큰 두 가지 틀이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첫째, 정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옥황상제는 4명의 아들에게 자리를 물려주겠다 말하며, 그 일의 기본적인 전제가 바로 바르게 백성들을 다스림입니다. 용왕이 12대신들 가운데, 장군인 문어 대발 장군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군대라는 것은 싸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싸우지 않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요. 그리고 누군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것은 고귀한 일이지만, 만약 용맹스러움을 떨쳐야 할 일이 있다면 과인이 아닌 바다 백성을 위해 목숨을 바쳐주시오!”(54쪽)

 

그렇습니다. 군대는 왕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 백성들을 지켜내기 위해 존재하는 것임을 말하고 있네요. 이것이 바른 정치랍니다. 왕이나 대통령을 위해 국민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군대를 위해 국민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백성을 위해 국가가 존재하며, 왕이나 대통령, 그리고 공권력이 존재하는 것이라는 거죠. 왠지 우리의 부끄러운 역사를 돌아보게 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공권력이 백성을 오히려 짓밟던 그 부끄러운 역사를 말입니다.

 

둘째, 화해에 대한 큰 주제를 가지고 있답니다. 용왕과 토끼의 화해, 그리고 거북이와 토끼의 화해가 그것입니다. 여기 거북이와 토끼가 화해하게 되는 장면이 인상 깊게 남네요. 거북이는 토끼에게 이런 말을 한답니다.

 

“누군가 우리를 기분 나쁘게 했을 때, 우리는 그 사실을 모래에 적어야 해! 바람이 불어와 그것을 지워 버릴 수 있도록 말이야. 그렇지 않으면 평생 마음에 병으로 남아 원망이 쌓이고 결국은 세상 누구도 사랑할 수 없게 되거든. (중략) 다만 누군가가 우리에게 감사한 일을 했을 땐 그 사실을 단단한 돌에 기록해야 해! 그래야 바람이 불어와도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테니까.”(122쪽)

 

참 멋진 말이죠? 이처럼 이 동화의 또 하나의 큰 축은 화해입니다. 물론, 이런 화해는 용서를 구하는 모습과 용서하는 자세를 동반하지요.

 

동화 줄거리 자체가 재미나기도 하면서 이 동화는 이처럼 교훈적인 내용을 큰 틀로 안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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