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성룡의 징비 - 치욕의 역사는 여기서 끝내야 한다
박기현 지음 / 시루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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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다. 그렇다면,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면 안 되는 걸까? 아니다. 소를 잃기 전에 외양간을 고칠 것을 말하는 것이지, 소 잃은 후에 외양간을 고쳐서는 안 된다는 말은 아니다. 가장 좋은 것은 소를 잃기 전에 외양간을 잘 간수해놓는 것이지만, 그럼에도 외양간을 잘 간수하지 못해, 소를 잃었다면 그 이후에는 마땅히 외양간을 고쳐놓아야 한다. 그래야 다음에 또 다시 소를 잃는 일을 반복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류성룡은 바로 이 두 가지 측면을 모두 강조했던 뛰어난 정치가였다. 그는 수많은 백성이라는 소를 잃기 전에 조선이라는 외양간을 고치기 위해 애를 썼다. 하지만, 당시 조정은 아무도 그의 외침에 반응하지 않았다. 도리어 변화를 주려는 그를 달갑지 않게 여기던 자들이 더 많았다. 그 일로 인해 결국 조선은 소를 잃고 만다. 왜적의 침입 앞에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우리 역사의 가장 부끄럽고, 뼈아픈 역사인 임진왜란을 겪게 되는 것이다. 도처에 시체가 썩어가며, 수많은 백성들이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빼앗겨버린 사건이다. 물론 이런 뼈아픈 혼돈의 역사는 그에 상응하는 영웅을 우리에게 선사하기도 하였다. 그 대표적 영웅이 바로 이순신장군과 권율장군이다. 그런데, 바로 이 두 영웅이 그 자리에서 역할을 감당할 수 있도록 세워준 사람이 바로 류성룡이다. 류성룡 그는 어쩌면 이 시대가 가장 갈급할 법한 사람, 인사에 성공한 정치가다.

 

바로 이런 류성룡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책이 『류성룡의 징비』란 책이다. 이 책은 소설은 아니며, 그렇다고 징비록을 그대로 다루고 있는 책 역시 아니다. 독자들로 하여금 류성룡에 대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잘 서술한 역사서라고 말할 수 있겠다. 류성룡이라는 큰 산이 어떤 인물인지를 잘 알 수 있는 좋은 책이다.

 

무엇보다 나라의 중흥을 위해 애썼던 류성룡, 그는 나라를 중흥시키기 위한 선결 조건은 무엇보다 백성들을 살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고 여겼다. 그랬기에 수많은 가진 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많은 개혁을 감행했던 개혁가였다. 대표적인 것으로 그는 백성들의 삶을 살려내기 위해 ‘작미법’을 시행하게 되는데, 이는 후에 대동법으로 발전하게 된다. 그러니, 대동법의 원조는 류성룡이라 말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는 틀을 존중하되 틀에 얽매이지 않던 사람이었다. 학문의 깊이가 있으면서도, 실리를 가볍게 여기지 않던 정치가였다. 원칙을 존중하면서도, 융통성과 합리성을 가진 자였으며, 학자였으면서도 군사적 식견이 뛰어난 사람이었다.

 

당시 백성보다는 자신의 안위와 체면을 먼저 생각했던 왕이었던 선조를 생각할 때, 류성룡이 없었다면 아마도 조선이란 나라의 역사를 그리 길게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역사에서 만약이란 가정은 무의미하지만 말이다.

 

아무튼 이런 균형 잡힌 정치가이며, 청렴하여 은퇴 후에는 고향으로 돌아갈 여비마저 변변치 않았던 그런 깨끗한 정치인. 이러한 두루두루 갖추고 균형잡힌 정치인이 이 시대에도 다시 세워지길 소망해 본다.

 

치욕의 역사는 임진왜란만으로 끝내길 원하며, 류성룡은 징비록을 기록하지만, 여전히 소를 잃어야만 했던 역사, 망가진 외양간을 보면서도 외양간을 고치려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우리 역사를 들여다볼 때, 안타까움이 인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는 어떤가? 과연 우리는 반복되는 위기 앞에 무엇을 고치고 있을까? 여전히 외양간을 고치지 않아 소를 잃었노라 한탄만 하는 모습은 아닌지. 그러면서도 끝내 외양간을 고칠 생각은 하지 않는 어리석은 모습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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