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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비의 붉은 치마 ㅣ 파랑새 사과문고 81
이규희 지음, 양상용 그림 / 파랑새 / 2015년 1월
평점 :
우리 역사에서 가장 슬픈 사건들 가운데 꼭 들어갈 법한 사건이 바로 명성황후 시해 사건이 아닐까 싶네요. 조선의 국모가 일본 낭인들에 의해 살해당한 끔찍한 사건이랍니다. 물론, 명성황후 본인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다양하답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는 분명 부정적 요인도 있을 겁니다. 조선왕조의 대표적인 부정적 모습 가운데 하나가 외척세력들이 힘을 가지고 권력을 휘두른 정치, 즉 척족정치랍니다. 바로 이러한 척족정치를 다시 되살리는 악순환이라는 부정적 평가를 피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또 어떤 이들은 명성황후가 친일 급진개화파였다고 말하기도 하며, 반대로 수구적 척사파였다 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아마도 명성황후는 이 둘보다는 우리 전통과 서양 문명을 절충하려는 그런 중도적 노선이라고 보는 것이 더 맞을 듯싶네요.
아무튼 명성황후가 어떤 평가를 받던지 그것을 떠나서, 명성황후 시해사건은 우리 조선의 국모가 일본 낭인들에게 살인되어지고, 그 뒤에는 일본의 야욕이 감춰져 있다고 볼 때, 이런 비 인륜적인 만행을 저지른 자들, 그리고 그로 인해 우리 백성들이 겪었을 슬픔을 생각해 볼 수밖에 없겠죠.
이 책, 『왕비의 붉은 치마』는 바로 이러한 명성황후에 대한 이야기랍니다. 아니 어쩌면 작가가 창조해낸 인물인 다희의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네요. 어쩌면 구한말의 슬픈 역사를 살아낸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일 수도 있겠고요. 물론, 정확하게 말하면 주인공인 다희의 눈으로 보는 명성황후 이야기랍니다.
장차 왕비가 되는 민자영과 다희는 같은 나이의 친구랍니다. 물론 신분은 다릅니다. 자영은 민 대감님 딸이지만, 다희는 그 집안 종의 가정에서 태어납니다. 하지만, 이런 신분차이에도 불구하고 둘은 함께 자라며 우정을 쌓습니다. 심지어 민 대감님에게 함께 글을 배우기도 하고 말입니다.
민 대감 댁이 한양으로 이사를 가게 되며, 다희네 가정도 함께 따라가게 되고, 자영이 후에 왕비로 간택되어 궁으로 들어가게 되자, 다희는 자원하여 궁녀가 되어 자영을 따르게 된답니다. 바로 이 자영이 바로 명성황후고요. 왕비의 상궁이 된 다희는 계속하여 함께 하며 때론 왕비의 친구가 되어주고, 때론 왕비를 돕는 자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왕비의 그 슬픈 마지막 순간만은 막아내지 못했답니다.
이 장편역사동화는 이처럼 명성황후의 어린 시절부터 마지막 순간까지를 제3자의 눈으로 바라보며 읽어내고 있답니다. 물론, 명성황후에 대한 어떤 정치적 평가를 하는 것은 아니랍니다. 단지 이 장편동화를 통해, 우리 아이들이 우리의 아픈 역사를 똑바로 대면할 수 있다면 좋겠네요. 우리 민족이 어떤 수모를 겪었는지도 알면 좋겠고요. 그리고 앞으로는 이런 수모를 겪지 않을 각오와 마음들을 가지고 자라나길 원한답니다. 물론, 우리 어른들이 여전히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주긴 하지만 말이죠.
또 하나 다희는 명성황후의 죽음 이후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게 됩니다. 돌아와 여성교육에 헌신할 것을 다짐하며 말입니다. 그러니 이 역사동화는 여성들이 홀로 설 수 없던 시대에 여성들이 홀로 서게 되는 그런 모습도 담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