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의 시를 노래할게

내가 너의 시를 노래할게
콜린 후버 지음, 박아람 옮김, 김경주 슬램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2월

이 책, 『내가 너의 시를 노래할게』는 무엇보다 사랑이야기다. 그리고 그 사랑의 동력이 되는 하나의 도구는 바로 슬램이란 장르이다. 슬램(slam)은 Poetry Slam의 줄임말이다. 즉, 슬램은 시를 쓰고 그것을 운율을 맞춰 랩처럼 전달하는 독특한 시 낭독 방식이다. 요즘 미국과 유럽을 비롯하여 세계 각지에서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새로운 문화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소설 속에서도 슬램은 사랑을 표현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며, 자신의 아픔을 떨쳐버리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슬램 안에 사랑이 담겨 있고, 슬램 안에 자신의 슬픔과 눈물, 아픔과 한이 오롯이 담겨 있기도 하며, 슬램 안에 순간순간의 감정과 느낌이 담겨 있다.

그럼, 소설의 스토리를 잠깐 살펴보자.

열여덟이 된 레이켄은 6개월 전 갑자기 아빠를 잃었다. 건강하던 아빠가 갑자기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삶의 기둥을 상실한 이 슬픔 이후 레이켄은 엄마와 아홉 살 남동생 켈과 함께 텍사스에서 미시간으로 이사를 하게 된다. 미시간에 엄마가 취직할 일터가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오랜 시간 화물차를 운전하여 도착한 그곳, 그 순간에 레이켄은 옆집의 멋진 남자 윌과 만나게 되고 둘은 첫눈에 서로 호감을 갖게 된다. 마침 윌에게도 켈과 같은 나이의 남동생 콜더가 있었고, 둘은 금세 단짝 친구가 된다. 아빠를 잃은 슬픔 가운데 있던 레이켄은 윌의 가정은 멋지고 정상적이며 완전한 가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윌의 부모님 역시 2년 전 교통사고로 한 날에 세상을 떠나고, 윌은 청년가장이 되어 동생을 책임지는 삶을 살고 있었던 것.

둘은 급속도로 가까워져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레이켄이 학교에 첫 등교한 날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는데, 윌은 학교교사였던 것. 윌 역시, 레이켄이 대학생일 것이라 추측하였는데, 고등학생임을 알게 되고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된다. 이제 둘은 서로 가까이 해서는 안 되는 그런 사이인 것이다. 게다가 윌에게는 동생을 맡아 생활하기 위해선 교사라는 직업(아직은 교생이다)이 절실히 필요했던 것. 과연 둘의 금지된 사랑은 이제 어떻게 될까? 과연 금지된 사랑은 어떤 결말을 낳게 될까? 이처럼 이 소설의 가장 큰 줄거리는 바로 윌과 레이켄의 사랑이야기이다.

거기에 더하여, 레이켄과 에디와의 우정이야기, 그리고 상처 난 가정들의 이야기가 커다란 틀을 갖추고 있다. 새로 전학 간 학교에서 레이켄과 절친이 되는 에디는 레이켄보다 더 큰 상처를 안고 있다. 에디는 마약중독자인 엄마가 9살 된 에디를 팔아먹으려다 안 되니, 마트 주차장에 버려버린 것. 그 후 에디는 9년 동안 7개의 위탁가정을 돌며 살아가고 있는 아이. 이토록 커다란 상처를 안고 있는 에디와 레이켄의 우정 역시 소설의 커다란 한 축이 된다. 그리고 에디와 개빈의 사랑도 양념이 될 수 있겠다.

또 하나 커다란 축은 레이켄의 불행은 아직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다. 과연 그 불행은 무엇일까? 이것은 비밀로 남겨둔다. 하지만, 그 어떤 불행이든지 간에 레이켄은 결국 이겨낸다. 그리고 또 다른 희망을 품고, 삶을 일구어간다. 그 모든 동력은 물론 사랑이다. 그리고 그 사랑의 표출 방식이 슬램이다. 이것이 이 소설의 특징이라 할 수 있겠다.

무엇보다 이 성장소설, 『내가 너의 시를 노래할게』는 재미있다. 그리고 아픔과 눈물도 있다. 하지만, 눈물 이면에 감동이 감춰져 있다. 그 숨겨진 감동을 발견하는 기쁨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