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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황과 이이의 멋진 공부 대결 - 옛 선비들의 공부 이야기 ㅣ 우리 고전 생각 수업 5
정춘수 지음, 정은희 그림 / 스콜라(위즈덤하우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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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황과 이이, 이 두 분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다 그 이름을 알고 있는 분들이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돈에 그 초상화가 자랑스럽게 새겨진 분들이기 때문이다(물론 당연하게도 제일 사랑받는 분은 신사임당이시다^^). 이황은 천 원짜리에, 이이는 오천 원짜리에 그 자랑스러운 얼굴을 올리고 있다. 그래서 우린 하루에도 몇 번씩 이분들의 초상을 바라보곤 한다. 그토록 친숙한 분들이지만, 그럼에도 이분들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바는 극히 적으리라 여겨진다. 세종대왕은 한글을, 이순신장군은 거북선을 떠올릴 수 있으련만, 이 두 분 이황과 이이는 이처럼 확실히 각인될만한 것이 없다. 아마도 이분들이 존경받는 이유는 그분들의 사상에 연유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상이란 것이 한 마디로 요약하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니까 말이다.
이 두 분의 사상은 그 뒤로 많은 이들의 추종자들을 얻어 결국 동인과 서인으로 나뉘고 조선의 파당정치가 시작되는 뿌리가 되기도 하지만, 정작 이 두 분 이황과 이이는 35살의 나이 차이를 떠나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던 사이였다. 사실, 두 분에게서 시작된 사상 대립(사실은 사상 대립이라기보다는 이해타산의 대립이 맞을 것)이 오랫동안 존재함 자체가 이황, 이이의 사상이 그만큼 뛰어남을 드러내는 반증이기도 할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더 뛰어난 위인인가? 혹자는 한 사람은 천원, 한 사람은 오천 원에 새겨져 있으니, 결론은 난 것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건 너무 단세포적인 접근 아닐까? 그들의 위인 됨을 그들이 새겨진 돈의 액면가로 판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그 사상의 뛰어남 역시 개인적인 판단의 몫일 것이다.
이 책, 『이황과 이이의 멋진 공부 대결』은 이토록 뛰어난 두 분의 사상 대립보다는 그분들의 공부가 어떠했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무엇보다 공부에 대한 두 분의 공통된 생각은 이것이다. 진정한 공부란 효도나 정의, 충성이나 대의 같은 인간의 도리를 찾는 데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인간의 도리’, 대단히 중요한 부분이다. 사람이라면 마땅히 가야 할 길, 이 길을 찾기 위해 자신을 들여다보며 마음을 다스리는 공부가 진짜 공부이다. 그런데, 오늘 우리는 그토록 오랜 시간 아이들을 붙잡아 두고 공부를 하게 하는데, 왜 세상은 자꾸 더 험악해지고, 어두워지는 것일까? 바로 이런 공부가 아닌, 지식을 쌓는 공부를 우선으로 삼기 때문이다. 입시 위주로 공부 아닌 공부를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이런 질문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 내가 평생토록 추구해야 할 가치가 무엇일까? 그리고 그 가치를 이루기 위해 어떤 공부를 해야 할까? 무엇이 인간됨을 이루는 공부일까? 이런 질문들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참 공부를 해나가고, 그런 공부를 통해, 본인의 인생을 바로 세우고, 세상을 유익하게 할 수 있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