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별 같은 눈을 감고 치마폭을 무릅쓰고 - 심청전 열네살에 다시보는 우리고전 1
고영 지음, 이윤엽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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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청전은 우리 국민이면 누구나 알고 있는 내용일 듯싶다. 하지만, 저자가 이처럼 다 알고 있는 심청전을 다시 쓰는 이유(여기 다시 쓴다는 개념은 심청전을 재구성 내지 파괴하는 의미를 담고 있지 않다. 심청전 내용을 그대로 다시 쓰되, 중간 중간 설명을 덧붙이고 있다. 이러한 설명이 많은 도움이 된다)는 우리가 심청전을 접근할 때, 단지 ‘효’의 개념으로만 접근하는데, 그래서는 안 됨을 말하고자 함이다(효의 개념이 아니라는 의미는 아니다).

 

왜냐하면, 이런 ‘효’의 개념만으로 접근할 때, 앞 못 보는 아비를 홀로 놓고 자신을 희생한 것이 과연 옳은가? 또는 진정한 효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몸을 잘 간수하는 것인데,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행위를 어찌 효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와 같은 문제제기가 따름으로 심청의 희생을 폄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심청의 행동 그리고 결단은 단순한 효의 개념이 아닌, 마치 어미 된 자로서 자녀를 돌보는 것과 같은 모성애로 아비를 향하는 돌봄으로 접근하길 원한다. 그럴 때, 오히려 심청의 자기희생에 대해 부정적 접근이 아닌, 긍정적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렇게 심청전을 오늘의 언어로 다시 써줌으로서 현대인들이 접근하기 용이하게 하고 있음도 고마운 일이다. 고전이 그저 옛 구닥다리만이 아닌, 오늘 우리에게도 커다란 감동을 줄 수 있는 작품임을 느끼게 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또한 저자는 심학규(심봉사)가 어린 심청을 젖동냥 해가며 건강하게 잘 키운 것은 그의 부성애를 잘 발견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그럼에도 심청이 소녀가장으로 생활전선에 뛰어든 이후에 보이는 모습들은 한결같이 무기력하고 무능력한 부끄러운 모습뿐이었음도 말하고 있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심청을 공양미 삼백석에 인당수 물로 뛰어들게 만든 것이 바로 심학규의 철없는 행동들 때문 아닌가. 게다가는 그는 단 한 번도 자신의 행동에 책임지지 않는다. 모든 일은 소녀가장 심청이 책임진다. 자신의 목숨을 팔면서까지 말이다. 오늘날 이런 아비가 있다면 어떨까? 엄동설한에 바깥으로 쫓겨나지 않으면 다행 아닐까?

 

또 하나 생각해 보는 건, 자신들의 평안을 위해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하는 당시 사회구조다. 남경상인들은 자신들의 장사, 그 뱃길이 평안해지길 위해 꽃다운 소녀의 생명을 아무렇지도 않게 빼앗고 있다. 비록 거금을 치른다고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것은 당시 동서양을 막론한 공동체 의식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희생제사의 출발이기도 하다. 누군가를 희생함으로 나머지 공동체의 평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로 희생제사의 출발이다. 그리고 그 출발은 대게가 인신제사를 행하였고 말이다. 물론, 이 인신제사가 추후에는 동물제사로 형태를 바꾸게 되지만 말이다. 심청전 이야기는 바로 이런 인신제사의 흔적을 발견케 하는 소중한 자료이기도 하다. 오늘 우리의 시선으로 바라볼 때는 정말 말도 안 되는 미친 짓처럼 여겨질 수 있지만, 당시에는 공동체의 안녕을 위해 이런 인신제사를 지내곤 했다. 그러니, 오늘 우리의 시각으로 평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단지, 오늘날에도 개인의 평안을 위해 이런 희생이 강요된다면 그것은 문제다. 여전히 가진 자들의 자기 욕심으로 인해, 없는 자들이 인당수로 내몰리고 있진 않은지 궁금하다.

 

아울러 공양미 삼백석을 받아야 눈을 뜨게 해주는 그 신은 어떤 신인가? 과연 그것을 진정한 불심이라고 할 수 있을까? 진정한 부처는 공양미 삼백석 때문이 아니라, 그 삶의 힘겨움과 눈물 때문에 치유의 손길을 펼쳐야 하는 것 아닐까? 예나 지금이나, 그리고 불교나 기독교나 여타 종교들이라 할지라도 본질에서 벗어난 종교는 거짓 종교다. 오늘날 종교계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돈을 받고 축복하고, 돈을 위해 축복하고 기적이 행해진다면 이는 거짓 종교다. 어느 종교이든 말이다.

 

아무튼 『샛별 같은 눈을 감고 치마폭을 무릅쓰고 심청전』, 참 재미있게 읽게 되는 우리 고전이다. 계속하여 동작가에 의해 출간될 장화홍련전, 춘향전도 기다려진다.

 

[ 북멘토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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