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사장 장만호
김옥숙 지음 / 새움 / 201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 오길 꿈꾸며 노동운동을 하였던 주인공 장만호, 그는 교통사고로 인해 삶의 궤도를 수정하게 된다. 끔찍한 교통사고로 인해 이제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할지 모르는 그에게 운동권 선배인 포카 형은 자신이 운영하던 돼지갈비집을 인수하여 운영하길 권한다.

 

이로 인해 평생 운동원으로 살아갈 줄 알았던 그는 자본주의 세상 속으로 성큼 발을 들여놓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장만호가 운동권으로 있던 당시의 방향성을 상실한 것은 아니다. 여전히 그는 더 나은 세상을 모색하는 도구로서 식당 운영을 꿈꾼다. 물론, 식당은 치열한 생존의 수단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렇기에 장만호의 식당은 치열한 삶의 자리이며 또 한편으로 꿈꾸는 이상향의 실천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

 

아울러 언제나 장만호에게 든든한 동지가 있다. 바로 함께 노동운동을 했던 여인이자, 식당의 살림꾼인 아내. 하지만, 정작 장만호는 아내가 힘겨워할 때, 아내를 보듬어주지 못한다.

 

뿐 아니라, 장만호는 자신이 꿈꾸던 세상을 실현하기 위해 사업을 더욱 확장시켜나가며, 선배이자 운동의 멘토 황동하를 끌어들인다. 평생 운동성을 잃지 않고, 변하지 않을 것이라 여겨지던 사람, 자신에게 노동운동의 길을 열어줬던 인생의 멘토인 황동하. 하지만, 그런 그가 결국 자본의 노예가 되어 장만호의 뒤통수를 치고 배신하고 만다. 이에 장만호는 분노하며, 황동하에게 복수를 꿈꾸는데. 그가 꿈꾸는 복수는 황동하 보다 사업으로 더 성공하게 되는 것. 과연 장만호는 복수할 수 있을까?

 

 

이 소설, 『식당사장 장만호』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다. 주인공 장만호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세상을 꿈꾼다. 그리고 그 길을 평생 걸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삶의 궤도는 우연찮게 수정된다. 그리고 그렇게 수정된 삶 속에서 많은 사람들의 진짜 삶을 만나게 된다. 그 사람들과 함께 웃고 울며, 치열하게 살아간다.

 

그리고 이러한 사람들의 웃음과 눈물, 행복과 슬픔은 모두 한 그릇의 밥에서 시작된다. 그렇기에 이 소설은 결국엔 한 그릇의 밥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어느 누구도 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밥을 먹지 않고 살아갈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이는 한 그릇의 밥을 위해 노동력을 팔고, 어떤 이는 더 많은 밥을 소유하기 위해 상처 주며 탐욕의 노예가 되기도 한다. 또 누군가는 밥이 없어 눈물 흘리기도 하며, 또 누군가는 밥 한 그릇으로 인해 희망을 품게 되기도 한다.

 

주인공 장만호 역시 밥을 팔며, 좌절하기도 하며, 시기하기도 하고, 행복을 맛보기도 하며, 꿈꾸기도 한다. 그리고 결국엔 그 밥 때문에 배신당하고, 좌절하며, 분노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 역시 한 그릇의 밥이었다.

 

한 그릇의 밥은 작가의 말처럼 눈물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사랑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렇게 사랑이 담긴 한 그릇의 밥은 누군가에게는 다시 살아갈 희망의 이름이기도 하며, 생명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그렇다.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지만, 밥 한 그릇은 생명의 또 다른 이름이다.

 

여기에서 성경 이야기 하나 하겠다. 우리가 왕왕 잊고 살긴 하지만, 예수님 역시 ‘생명의 밥’으로 이 땅에 오셨다. 그랬기에 베들레헴에서 태어났던 것이다. 베들레헴은 ‘떡집’이란 의미이다. 즉 그곳은 ‘밥집’이었다. 아울러 그렇게 태어난 아기 예수가 처음 누운 곳은 다름 아닌 말구유였다. 말구유는 결코 낭만적 공간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밥 그릇’이다. 즉, 예수는 우리의 밥으로 이 땅에 오신 것이다.

 

그런데, 그 예수를 믿고 따른다는 성도들은 과연 세상의 밥이 되고 있는가? 교회는 세상의 밥이 되려하기보다는 세상을 밥으로 삼으로 하고 있진 않은지 부끄러워진다.

 

식당사장 장만호가 꿈꾸는 느티나무 식당, 배고픈 사람이 주머니에 돈이 없어 밥값을 못 내거든 공짜로 먹여 줄 수 있는 그런 식당, 부자든 가난뱅이든 누구든 거리낌 없이 들어와 마음을 놓고 밥 한 그릇을 먹을 수 있는 그런 식당, 그런 잔치마당은 오늘 우리의 삶에서 다시 신장개업되어야 한다. 우리의 가정 가정이 이런 사랑의 밥 한 그릇을 장만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우리 모두 식당사장 장만호가 되어보면 어떨까?

 

『식당사장 장만호』, 참 좋은 소설이다. 저자가 우리에게 대접하는 맛난 밥 한 상 거하게 잘 먹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